지방선거를 앞두고 취재 현장을 뛰다 보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새가 없다. 포털 뉴스, 유튜브 추천 영상, 지역 커뮤니티의 ‘핫한’ 게시물들이 쉴 새 없이 알림을 울린다.며칠 전, 한 후보를 다룬 자극적인 제목을 보고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클릭조차 하기 전이었다. 알고리즘은 이미 내가 선거에 관심이 있음을 알고, 내가 좋아할 만한(혹은 분노할 만한) 정보를 정교하게 밀어 넣고 있었다.그 순간 섬뜩했다. 매일같이 ‘사실 확인’을 외치는 기자마저 이럴진대, 일반 유권자는 어떨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직접 보고
‘특혜’. 이 단어는 언제나 강력하다. 단 한 줄의 의혹만으로도 누군가의 명예와 조직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무서운 칼날이 된다.부동산 개발업체에 아들을 취업시키고 해당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6개월 넘게 수사를 받아온 권익현 부안군수. 그러나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0일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불송치’, 즉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이번 사건은 변산해수욕장 관광휴양콘도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에서 비롯됐다. “군수의 아들이 자광홀딩스에 특혜 채용됐다”, “토지 매매와 협약 과정에서
부안군이 서남해 해상풍력 시범사업(400MW) 본격 추진에 들어서면서 지역사회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한국해상풍력(주)이 장기고정가격 낙찰을 통해 제도적·재무적 기반을 마련하고,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환원사업과 지역상생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이제 진짜 중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실행이다.그동안 대규모 에너지 사업은 ‘지역상생’을 외쳤지만, 정작 주민에게 돌아온 것은 약속 불이행과 불신이었다. 부안군민은 이미 “말잔치”의 시대를 지나왔다.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계획서의 두께가 아니라,
벽골제 들녘 위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었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금세 셔츠를 적셨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27회 김제지평선축제는 연휴와 폭염 속에서도 오히려 더 큰 열기로 들끓었다. 이번엔 기자의 명찰을 벗었다. ‘취재원’이 아닌 ‘참여자’로, ‘기록자’가 아닌 ‘시민’으로서 축제장을 찾았다. 가족과 함께 매일같이 벽골제를 오가며 느낀 건, 기사로는 다 담지 못했던 ‘김제의 얼굴’이었다. 싸리콩이 캐릭터를 본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고, 체험 부스마다 긴 줄이 늘어섰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땡볕 아래에서
과학기술의 혁신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과학기술의 본질’이라는 책은 그 해답을 조합(組合)에서 찾는다. 새로운 발명품 하나가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이미 존재하던 기술과 아이디어가 서로 연결되고, 다시 조합될 때 전혀 다른 차원의 혁신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불을 다스린 뒤에도 도구와 제도가 결합하지 않았다면 문명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듯이, 혁신의 본질은 결합의 힘이다.이 문장을 곱씹던 차에 김제시가 보여준 축제의 장면이 겹쳐졌다. 지난 주말, 김제시는 세 가지 축제를 같은 날에, 그러나 다른 시간대
부안군의 발전을 위한 권익현 군수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이뤄진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면담 때문이다. 이번 면담의 핵심은 단연 ‘서남권 해상풍력 연계 새만금 RE100 국가산업단지 조성’이었다. 권 군수는 “부안은 새만금 개발 과정에서 늘 변방에 머물렀다”며, 부안군민 1만 6000명이 참여한 ‘농생명 용지 7공구 산업용지 전환 촉구 서명부’를 국무총리에게 직접 전달했다. 군민의 결집된 의지를 담아낸 서명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역 발전을 향한 절박한 바람이자 ‘부안이 더는 소외돼선 안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본향의 메아리’를 주제로 문을 열었다. 24년간 이어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공연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전체를 상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국립극장과의 공동제작 창작극 ‘심청’이 눈에 띈다.개막공연 ‘심청’은 2023년 체결된 ‘공연문화예술의 증진을 위한 MOU’의 성과물이며,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연출가 요나 김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개막 전부터 기대감을 품게 했다.작품은 시공을 초월해 경계를 넘나드는 해석으로 언어에 대한 이해 없이 전달되는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냈다고 한
글로벌 산업계는 이미 재생에너지 기반 생산체제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탄소중립과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이는 지역 경제의 미래와도 직결된다.이런 중대한 전환점에서 부안군이 ‘서남권 해상풍력 연계 RE100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정확히 말하면, 권익현 부안군수가 나섰다.권 군수는 최근에도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 박수현 위원장, 국회 산자중기위 오세희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부안이 RE100 국가산단의 최적지임을 설명하고 국정과제 반영을 요청했다. 앞서 7월에도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여행 선호도 조사’ 결과는 지역 관광지에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만 18세 이상 국내외 여행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내여행 선호 응답은 39.0%, 해외여행은 38.4%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세부 연령별 응답을 들여다보면, 지역 관광이 직면한 과제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해외여행을 선호한 비율은 20대 이하(48.3%)와 30대(45.9%)에서 특히 높았다. 반면 국내여행 선호는 50대(42.7%)와 60대 이상(42.4%)에서 우세했다.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서남권 해상풍력단지(2.4GW)와 전남 신안 해상풍력(8.2GW)에서 생산된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산업 중심지에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 구축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변산면 새만금방조제에서 정읍 신정읍변전소까지 이어지는 30여km 구간 가운데, 부안군을 관통하는 345kV 고압 송전선로 설치사업이 일부 주민 반대에 직면하면서 지역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다.하지만 이 사업은 단순히 송전선로 하나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이는 부안군이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이자, 전국 에너지 전환의 중심축으
대한민국 해상풍력 산업의 미래를 책임진다던 한국해상풍력㈜. 그러나 부안군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14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며 등장했지만, 정작 지역과의 실질적 상생은 외면하고 껍데기뿐인 본사와 생색내기 지원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 RE100 국가산단과 연계해 부안·고창 해역에 2.46GW 규모의 서남권 해상풍력단지를 조성,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0년 전국 최초 민관협의회 주민합의로 사업 재가동에 성공했고, 2025년 착공을 앞
한 해 동안 1110개(중복)가 넘는 사업장에서 유해·위험·독성 등 1295개 종류를 취급하며 전국에서여섯 번째로 많이 대기와 수계로 배출했는가 하면, 누출·화재·폭발 등 사고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전북지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유해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랐고, 지난 6월에는 군산의 한 화학약품 제조공장에서 폭발사고, 지난 12월에는 정읍의 화학물질 제조공장에서 염산이 대량 유출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최근 전라북도 내에 이차전지, 폐배터리, 관련 화학물질 산업의 증가로 위험물, 유해화학물의 취급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2025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쓰는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공직자 한 사람의 시간은 곧 수많은 국민의 시간과 직결된다는 깊은 책임을 상기시키는 발언이다.김제시 지평선학당 위탁운영 논란은 이 발언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한 시의원의 5분 자유발언에서 시작된 의혹 제기, 이어진 고발, 수개월에 걸친 수사와 행정 대응. 결국 해당 운영사인 종로학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모된 것은 시민의 시간, 그리고 공직사회의
서남권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이 속도를 내며, 사업을 둘러싼 궁금증과 불안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암환자 증가설, 자연경관 훼손, 지중화 요구 등 주민 우려는 사업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민감한 문제다.주목할 점은 한국전력공사와 사업 관계기관이 법적 절차에 앞서 선제적으로 25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1,2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한 설명회는 주민과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주민 요청 시 추가 설명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행정과 기업이 사업에 앞서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최근 새만금 관할권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면서 지역사회 곳곳에 허위정보와 악의적 정치선동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세력은 “새만금 해상경계도 빼앗기고, 수변도시도 뺏기고, 이제 부안군도 사라질 판”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문구로 군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를 현 권익현 부안군수의 무능으로 몰아가는 왜곡된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명백한 거짓이며 사실관계조차 무시한 주장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문제는 이미 2013년, 2015년 대법원과 중앙분쟁조정위 결정으로 정리된 사안이다. 당시
AI 시대, 그 누구보다 먼저 경험한 이들이 미래를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험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ChatGPT 유료 가입자 수는 미국에 이어 한국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기술 수용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다른 그림자가 있다. 바로 교육의 디지털 격차다.기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소득 수준과 지역, 제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은 유료 AI 툴은커녕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조
"농업을 농민과 농촌의 영역에만 가둬서는 한국의 미래가 없습니다. 산업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최근 필자는 한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했다.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남지작 소장이 출연해, 농업을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흥미로웠던 점은 농사를 짓는 ‘일’이 아니라, 가공·발효·수출·에너지화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농업을 풀어낸 방식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난 6일 전북 장수군을 찾아 "농업을 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농민 보호 정책이 아니라 농업을 미래성장
올해로 12회를 맞은 부안마실축제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부안 해뜰마루 지방정원에서 열리고 있다.'5월의 선물, 가족여행 부안'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물난리’가 벌어졌다.축제 하루 전날인 1일, 쏟아진 폭우로 축제장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배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발이 빠지고 물이 고이며 다수의 관계자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지난해에도 같은 문제로 고생했기에 이번에는 개선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다행히 부안군청 직원들이
대한민국 서해안, 그 중에서도 부안은 오랫동안 새만금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희생해 온 땅이다. 19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33년. 바다는 막혔고 갯벌은 사라졌으며, 어촌은 생계를 잃었다. 한 세대가 넘는 시간 동안 부안 사람들은 정부의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고통을 감내해 왔다. 생계와 공동체의 균열 속에서도 국책사업의 대의에 동참하며 침묵했던 지역. 그러나 이제 그 대가로 돌아온 것은 또다시 ‘소외’였다.지난 23일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의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김제시로 결정했다. 부안군은 깊
해상풍력 발전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안군 고압 송전철탑 반대위원회(이하 반대위)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기한 “외유성 해외 견학”, “대가성 해외 견학”,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한국해상풍력(주)(이하 한해풍)이 정면 반박에 나섰다.한해풍은 1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외 견학은 해상풍력 사업의 지역 수용성 제고와 공동 학습을 위한 정기 행사”라며, “외유성 관광이라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3월, 부안 지역 주민자문단과 한해풍 직원들이 참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