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는 우리나라 고고학에 하나의 획을 긋는 일이 벌어졌다.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걸려 올라오면서 이른바 신안선의 존재가 알려졌다. 신안선이란 고려 27대 충숙왕 10년(1323)여름 가라앉은 배로 중국 닝포항을 떠나 일본으로 가는 수출품을 싣고 있었다. 나중에 배를 끌어올려보니 길이 32m, 너비 10.9m, 높이 4m, 무게 187톤에 달하는 큰 배였다. 물론 온전한 형태가 아닌 파편들을 모아 조립한 결과다.이 배가 발견되면서 배에 가득 실린 유물들을 인양하기 시작했다. 이때 동원된 인력은 해군의 해
엘니뇨란 동태평양인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도 상승 현상이다. 엘니뇨는 에스파냐어로 ‘아기 예수’라는 뜻이라고 한다. 보통 이 현상이 12월에 일어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연관시켜 작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 과학자인 야곱 비야크니스는 엘니뇨에 대해 태평양 적도 지역의 기압이 동부와 서부 지역 사이에서 일진일퇴하는 변화로 설명했다. 동·서태평양 사이 기압 차가 발생하면 무역풍을 약화시키고 대기의 변화와 해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바다 표면 온도가 변할 수밖에 없다. 엘니뇨 반대는 라니냐다 동태평양
벚꽃을 접할 때 바로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인들의 벚꽃 사랑은 연원도 깊고 또 열렬하다. 그들에게 이 꽃은 아름다움과 함께 철학적 의미까지 띤다.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폭력이라는 모순된 뜻이 이 꽃에 담겨 있다. 봄과 함께 화려하게 피었다가 짧은 시간 안에 지고만다. 사무라이들이 이 꽃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았다는 것도 바로 이런 함의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벚꽃을 뜻하는 사쿠라는 곡식의 신으로도 해석된다. 한국인들은 이 벚꽃에 대해서 이중적 태도를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제 잔재라며 배척하면서도 화사하고 눈부신
슈퍼스타 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다른 말로 이긴 자가 모두를 갖는 승자독식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경제가 성숙하면서 승자와 패자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 양극화로 치닫는 것이다. 일류 기업이나 각 분야의 슈퍼스타, 세계 최고 브랜드가 곧 승자들이다. 이 승자들은 거의 모든 것을 독차지 한다. 반면 나머지 다수는 남은 몫을 조금이라도 차지하려 사생결단할 수밖에 없다. 시가코대 교수 셔윈 로젠은 이를 ‘슈퍼스타의 경제학’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프로스포츠에서 슈퍼스타 경제학은 잘 들어맞는다. 예컨대 몇 년 전
출가제도는 불교의 근간 중 하나다. 먼 옛날 부처가 태자라는 지위를 버리고 홀홀 단신 출가한 것을 후세 불교 수행자들이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물론 출가제도는 부처가 새로 만든 것이 아니고 고대 인도의 힌두교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수드라를 제외한 중상위층 계급 사람들은 장년의 나이에 집을 나서 숲에서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했다. 이를 임서기라고 부른다. 이 전통이 불교로 이어진 것이다. “부왕과 권속에게서 내가 받은 은혜가 크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고, 오늘의 이 출가가 그것을 저버리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일체 중생이
기후 위기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게 오늘날 지구촌이 직면한 절체절명의 과업이다. 이미 온난화가 많이 진행되는 바람에 그 여파가 가시적인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지구 온난화가 여기서 더 진행된다면 머잖아 파국이 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넘쳐난다. 각국 정부는 물론 기관 단체들이 탄소 배출 줄이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가시적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이런 와중에 탄소 배출 줄이기의 하나로 뜨고 있는 것이 저탄소 식단이다. 저탄소 식단이란 식품의 생산에서부터 포장·가공·운송·조리, 먹고 난 후의 음식물쓰레기 처리까
걷기는 가장 인간적인 활동의 하나라고 한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육체 건강 차원서도 그렇다. 걷기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 양면에서 상상 이상의 효과를 낸다.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는 하루가 멀다하고 미디어에 보도되고 그래서 지금은 걷기를 즐기는 인구가 많이 늘었다.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시간을 쪼개 걷기를 실행하는 게 세태의 단면이기도 하다. 김용원의 책 ‘미친 사회에 느리게 걷기’에 소개된 일화를 보면 걷기의 효과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프랑스 교화단체인 쇠이유가 있다. 이 단체는 순례길을 걸으며 절망 가운데서 온전한 회
정보기술의 발달로 새로 탄생한 비즈니스는 바로 e커머스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상행위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를 한다. 이보다 더 광범한 개념은 e비즈니스다. 기업과 소비자 간뿐만 아니라 기업 상호간, 기업과 정부간 등 여러 분야에서 상품과 서비스 매매는 물론 유통, 광고, 마케팅, 고객관리 등이 포함되는 광의의 개념이다. 정보 혁명 시대 가장 각광 받는 분야가 e커머스다.구체적으로 온라인 쇼핑이 주역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 쇼핑이 날개를 달았다. 모바일 기기 보급 확대와 보조를 맞춰
우리나라 김 양식이 시작된 시기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하는 바로는 1650년께 영암 출신 김여익이 광양 태인도 바닷가에 밀려온 밤나무 가지에 이름 모를 해초가 붙어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는 이를 먹어보고 단맛과 부드러운 감칠맛에 반했다. 고심하던 그는 다음해 밤나무섶과 대나무를 이용해 김발을 설치해 김을 길렀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 김양식이라고 한다.그러니까 김양식의 역사는 4백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김이 생산된 시기는 196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과거에는 주로 섶양식을 했다. 나뭇가지나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이자 서민적인 술이며 역사도 가장 길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이어져 내려온 문화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도 많다. 탁주나 농주, 재주, 회주, 백주, 박주, 이화주 등으로 불린다. 이화주란 고려시대 이름으로 배꽃이 필 때쯤 술을 빚는다는 데서 유래했다. 단순한 술이 아니라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벗이자 허기를 메우는 양식이기도 했다.그래서 옛 문헌에도 막걸리가 자주 등장한다.“세상 사람들은 무릉도원이 좋다지만/세상사 잊을만한 도원은 만나지 못했네/산촌 막걸리에 취해 세상사 잊을 수만 있다면/사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금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다 벌목 등 인간들의 개발 러시가 숲을 망치는 주범으로 꼽힌다. 해마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나 보고서가 봇물을 이루지만 좀처럼 현실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비관이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선 올 2월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연방대학 등 국제 연
중국의 외교 스타일 변화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다. 그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은 동유럽과 마찬가지로 소련의 위성국 취급을 받았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총리의 악수를 거절할 정도였다. 그래서 채택한 외교 정책은 바로 ‘불칭패(不稱覇)’였다. 패권을 입에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인 시대의 전략이었다.점차 힘을 키운 중국은 1980년대 개혁개방을 계기로 국제무대로 나아갔지만 아직 목소리를 내기에는 일렀다. 그래서 외교 정책은 ‘도광양회(韜光養晦)’으로 요약된다. 빛
한국 웹툰은 제2의 K-팝이 될 수 있을 것인가.요즘 IT업계의 화두다. 웹툰은 몇 가지 이설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보아 무리가 없다. 용어 자체가 2000년 8월 천리안에서 온라인으로 만화를 제공하면서 ‘천리안 웹툰’이라고 명명한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웹툰이라는 말을 일반화된 명사로 받아들여 한국의 상표권 등록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고 전한다. 그 웹툰은 오늘날 역시 전 세계를 무대로 세를 과시하던 일본의 망가를 누르고 약진 중이다. 오히려 일본에서 한국 웹툰은 파죽지세다. 우리나라 웹툰
아열대 기후란 열대 기후와 온대 기후 사이에 위치한 것으로 여러 가지 정의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최한월 평균기온이 5.1도 이상 18도 미만인 기후라는 정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제주도와 통영 등 남해안 일부가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아열대 기후는 우리나라 외에도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등 주로 열대 지방 근처의 저위도~중위도 지역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그런데 지구 온난화와 함께 우리나라 거의 전체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해간다고 한다. 지난 2010년 실시한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 결과에 따르면 2071년
세계적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기업이다. 에르메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 명품 브랜드로서 고급스런 품질과 장인정신,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혁신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특히 지금도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장인정신을 고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돈도 많이 벌고 주식 가치도 높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가족경영을 하는 점이 남다르다. 요즘 기업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에르메스는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가 1837
연공서열제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조직의 기본체제로서 작용한다. 그 바탕에는 장유유서를 존중하는 유교적 질서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근대사회에서 현재까지도 집단을 결속시키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사회 규범으로 그 위상이 굳건하다. 공무원 사회는 불문율이고 기업조차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유교 문화가 끈질기게 온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연공서열제는 간단하다. 공무원 호봉제를 떠올리면 된다. 연차가 쌓일수록 그 경험을 높이 사서 높은 대우를 해주는 제도다. 대개 공무원들은 9급으로 시작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1964년 태평양화학에서 오스카라는 브랜드네임으로 각종 화장품 20여종을 수출한 것이 시초다. 올해로 딱 60년 전이다. 오스카라는 이름은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수출 품목에는 콜드크림을 비롯해 밀크로션, 미안수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전에는 수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전 화장품 역사를 보면 1916년 박승직 상점의 박가분,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의 ‘럭키 크림’ 등이 이름을 남겼다. 럭키 크림은 국내 최초 크림화장품으로 일명 동동구리무라고 불렸다. 그런데 196
인류는 오랫동안 인구 증가에 대해 걱정해왔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아테네 인구가 2배로 증가하자 국가가 엄격하게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조절과 식민지 건설을 통한 인구 유출도 주장했다. 또 카르타고 작가 터툴리안은 기원후 200년 인류의 숫자가 2억 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 인해 지구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지고 결국 인간은 지구에 큰 부담을 준다고 역설했다. 인구 증가에 대한 결정적 견해는 토마스 맬더스(1766~1834)에 의해 제기됐다. 성직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영화 장르 중 오컬트 호러(occult horror)가 있다. 호러는 공포물이라는 뜻이고, 앞에 붙은 오컬트(occult)는 신비주의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오컬트는 좀 음산하고 불길한 뉘앙스다.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구에서 이 장르 영화는 흥행에서 결코 다른 장르 영화에 뒤지지 않는다. 물론 마니아층이 즐겨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성을 놓치지 않는다. 다만 한국에서는 좀 생소하다. 오컬트의 기반을 이루는 기독교적 상상력이 아직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컬트 영화의 대표적 작품은 1
코코아는 원래 아주 귀한 음료였다. 옛날 중남미의 아스테카 왕이 즐겨마셨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산지는 아마존강 유역과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인근 지역이다. 현지인들은 이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르며 귀하게 여겼다. 카카오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으깨어 코코아라는 음료로 만드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코코아는 초기에 약으로까지 사용됐으며 워낙 귀중품인지라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카카오 열매 100알이면 노예를 살 수 있었다니 그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만하다.유럽에 코코아가 들어온 것은 15세기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에 의해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