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여행 선호도 조사’ 결과는 지역 관광지에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만 18세 이상 국내외 여행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내여행 선호 응답은 39.0%, 해외여행은 38.4%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세부 연령별 응답을 들여다보면, 지역 관광이 직면한 과제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해외여행을 선호한 비율은 20대 이하(48.3%)와 30대(45.9%)에서 특히 높았다. 반면 국내여행 선호는 50대(42.7%)와 60대 이상(42.4%)에서 우세했다.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별로 지역 관광의 콘텐츠, 신뢰도, 경험의 질에 대한 기대 수준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국내여행 만족도가 해외보다 낮은 이유는 ‘높은 물가’(45.1%)와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 부족’(19.4%)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1회 평균 여행 지출이 54만 3,000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많은 여행객이 가격 대비 만족도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김제시의 대응은 타 지자체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제시는 ‘바가지요금 OUT’ 캠페인을 통해 지역 내 가격 질서를 바로잡고, 업소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단속을 넘어 ‘지역 관광 신뢰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관광객이 가격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고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자체가 곧 콘텐츠인 셈이다.

그러나 신뢰만으로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김제가 보유한 관광자원인 벽골제와 농촌체험 등은 4060대에게는 ‘추억’으로, 2030대에게는 ‘SNS 감성’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세대별 니즈에 맞춘 전략적 콘텐츠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 20~30대를 대상으로는 ▲SNS 공유에 적합한 감성 명소 발굴, ▲야간 마켓과 푸드페스타 등 체험형 이벤트 운영, ▲지역 예술인과 협업한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편안한 이동수단과 휴식 중심 코스 제공, ▲문화해설사와 동행하는 역사 체험 프로그램 등이 효과적이다.

이제 김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도시에서 나아가, ‘경험을 설계하는 도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바가지 없는 김제, 체류형 김제, 세대 맞춤형 김제. 이 세 가지 조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김제는 국내여행의 불만족을 해소하는 대안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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