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300400억달러를 생성형 인공지능(GenAI)에 투자했지만 95%는 전혀 수익을 얻지 못했다

지난 8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펴낸 보고서의 결론이다.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 도입사례 300개 이상, 52개 기관 인터뷰, 153명 설문조사 등을 분석한 뒤 작성됐다. 분석 대상 산업 9개 유형 중 의미 있는 혁신이 나타난 것은 기술과 미디어 분야뿐이었다. 이 보고서는 그렇지 않아도 확산돼 가는 AI 거품론에 불을 지폈다.

보고서 핵심 내용 중 AI가 기업의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눈에 띈다. 바로 학습 능력의 부족이다. 각 기업이 처한 업무 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해 맞춤형으로 학습하고 적응·진화 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 공개 이후 AI 거품론은 끓어올랐다. 특히 지난 9월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추진하는 최대 1천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이 발표되자 우려는 더 확산됐다. 엔비디아 투자를 받은 오픈AI가 그 돈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를 구매하는 순환 거래를 한 것이다. 결국 엔비디아는 돈을 빌려주고 자사의 제품을 사도록 한 셈이 됐다.

거품론은 최근까지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0월 들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까지 거품론에 가세했다. 만약 AI거품이 꺼질 경우 주식시상이 갑작스러운 조정 위험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기관들은 현재 주식시장에서의 AI 낙관론이 주가를 너무 올렸다며 자칫하다가는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속 치솟는 AI기업 집중도가 커지면서 시장이 조정을 겪을 경우 투자자는 물론 개도국 등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며칠 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가 기자 간담회에서 자산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범주에 들어섰다가격이 오르면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거품 영역에 진입한 자산이 많다고 진단하고 이는 곧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리서치업체 영국 매크로스트래티지 파트너십의 분석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산업은 인류가 경험한 어떤 거품보다도 크고 위험한 자본 배분 오류라며 현재 AI 열풍은 1990년대 닷컴 버블보다 17, 2008년 부동산 거품보다 4배 크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AI와 반도체 업계가 거품론 일색인 것은 아니다. 대세는 역시 현 추세를 기술 확산의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 근거로 대형 기술주들이 여전히 견고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TV나 자동차처럼 AI 기술이 결국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낙관한다. 어쨌든 거품론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너무 들떠 있으니 숨을 고르자는 것이다. 오로지 AI ‘몰빵투자자들이 새겨야 할 대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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