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다보면 좀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값은 똑같은데 물건이 좀 작아진 듯한 생각이다. 그러니까 값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상품의 크기나 양을 줄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부른다. 기업들이 생산비가 늘어날 경우 가격을 올려야 하는 데 이에 대한 매출 격감을 우려해 이런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흔히 목격되고 있는 현상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줄어든 양보다는 가격에 더 신경을 쓴다. 지갑이 얇아지는 것에 더 민감한 것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내용물 양을 아주 서서히 줄일 경우다. 예컨대 100g에서 5g 줄이고 다시 몇 달 후 5g을 줄이면 소비자가 이를 알아채기 힘들다.

당연히 슈링크플레이션이 발각 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진다. 인플레이션에 의해 구매력이 저하되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눈속임을 당하는 것은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화가 나는 것은 슈링크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어도 양을 늘리지 않음으로써 이윤을 더 많이 챙기는 수법을 쓴다. 한발짝 더 나가서 종전의 양으로 늘린 제품을 더블이니 메가니 하는 이름을 붙여 더 비싸게 파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상품에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소득층이 이를 견디기는 힘들다.

법적으로 이를 규제하는 것도 난감한 일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가격이나 양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촌치킨이 최근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가격을 올렸다가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원상복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촌치킨은 간장순살과 레드순살, 반반순살 등 3종의 가격은 유지하되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여 팔다가 다시 원상복구 했다. 또 닭다리살에 안심살을 섞어 판매하는 식으로 바꿨던 순살 메뉴 원육 구성도 다시 닭다리살 100%로 돌아왔다. 치킨은 중량 표시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교촌치킨이 한발 물러선 것은 소비자는 물론 정부까지 대책을 세우겠다며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그간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등을 개정해 실질적 가격 인상에 대해 고지를 의무화했다. 이를 어기면 시정조치 명령이나 과태료 처분도 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교묘한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당국의 실태조사에서 9개 상품이 적발되기도 했다. 거기에 유명브랜드들은 대놓고 가격을 크게 올리는 게 현실이다. 배짱 장사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횡포에 가깝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교촌치킨 사태에서 보듯 소비자들의 힘은 얼마든지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