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란 용어는 블레셋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다. 고대 중동 가나안 지역 서부 연안 땅과 거기서 살던 민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들은 나중에 그리스계로 알려졌는데 이 지역에서 가자 등 5개 도시가 연합국가를 형성했다. 이후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다가 다시 유대 그리고 로마 점령 후에는 팔레스티나라고 불렸다. 그러니까 지금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풍파가 많았다. 원래는 우상을 섬기는 사람과 기독교 등 여러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섞여 살았다. 또 아시리아와 페르시아, 로마 등 여러 제국들의 통치를 받았다. 그러다가 AD638년 무슬림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하면서 변화가 닥쳤다. 절대 다수가 이슬람교를 믿었으며 소수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1920년부터는 영국의 위임통치 하에 놓였다. 영국은 특히 1차 세계대전서 아랍인들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전쟁 후 아랍국가의 건설을 약속하기도 했다.

현대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은 바로 이스라엘의 건국이었다. 1948년 이곳에 이스라엘이 세워지자 팔레스타인은 유대인 세력과 아랍인 세력으로 양분됐다. 아랍인들은 우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양측의 분쟁이 가열됐고 급기야 서로 맹렬하게 공격을 주고받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중동 전쟁이다. 중동 전쟁은 아예 이 지역을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고 말았다.

특히 2006년 가자지구를 하마스 즉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장악하자 이스라엘은 가만 있지 않았다. 공습과 이어지는 예루살렘 무력 진압,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등 이스라엘은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정착민들이 지난 5년 동안 팔레스타인 지역의 수자원에 250회 이상 공격을 가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민간 물 공급망에 대한 가장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올해도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이 식수·관개·위생 시설을 겨냥해 최소 90건의 공격을 가했다. 이로인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수자원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파괴돼 보건 상황이 악화됐다고 한다. 현재 가지지구 상하수도 90%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세계의 화약고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여기에는 당사국 외에도 미국과 이란 등 여러 나라가 연관돼 있다. 이스라엘이 이런 식의 무자비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사태가 어디로 흐를지 모를 일이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와 관련해 양측이 더 관대해지지 않으면 두 국가도, 두 민족도 없는 세상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팔레스타인이 안전하고 번영하며 존엄한 국가가 되는 것이 이스라엘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만이 해법이라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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