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고물가에 지역 식당들이 '맛과 가격' 모두 사랑받기는 어렵다고 단정지어 본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전주 남부시장 원평시골피순대는 애주가들로부터 왜 사랑을 받는 국밥집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27일 오전 전주한옥마을 앞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에서 착한가격과 진한 국물맛으로 정통 피순대집의 40년 아성을 무너뜨린 원평시골피순대. /이상선 기자
27일 오전 전주한옥마을 앞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에서 착한가격과 진한 국물맛으로 정통 피순대집의 40년 아성을 무너뜨린 원평시골피순대. /이상선 기자

"어서오세요. 얼굴 다 나으셨네요."

맛과 가격 탓인지 이곳을 찾는 손님들가 국밥집 주인과의 대화는 푸근하고 정겹기까지 했다. 

전주한옥마을 앞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에서 착한가격과 진한 국물맛으로 정통 피순대집의 40년 아성을 무너뜨린 원평시골피순대.

소주와 막걸리 가격이 2천원. 작년 추석전후로 소주의 공급원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1천원 올려 2천원을 받았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60여평 규모의 식당 안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연세 지긋한 노신사의 호탕한 "한잔받아~"에 기죽은 듯 젊은 대학생들로 보인는 청년들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국밥을 기다린다.

점심시간이 가까이오자, 직장인으로 보이는 40∼50대가 많아졌지만, 손님의 주류는 65~75세로 보였다. 

식당 주인과 홀을 담당하는 3명이 넓은 테이블을 바삐 오가면서 연신 주문을 받았다. '나홀로 손님' 95프로가 국밥하나에 소주를 시켰다.

27일 오전부터 애주가들이 몰리는 이곳은 소주와 막걸리 가격이 2천으로 통상적으로 일반 음식점에 비해 반값수준이다. /이상선 기자
27일 오전부터 애주가들이 몰리는 이곳은 소주와 막걸리 가격이 2천으로 통상적으로 일반 음식점에 비해 반값수준이다. /이상선 기자

서울에서 고향 전주를 내려와 들렸다는 박모씨(52)는 아내와 이곳에서 국밥 두그릇에 소주 3병을 마시고 가격에 놀라 갑자기 계산대 주인에게 90도로 인사해 웃음을 안겼다.

주인과 종업원들의 다정다감한 친절에 진한 맛과 착한가격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이 식당에 애주가들이 몰리는 이유가 아닐까.

이곳 주류 판매가격은 소주와 막걸리 2000원으로 통상적으로 일반 음식점에 비해 반값수준이다.

호탕한 모습에 70대 노신사의 테이블 가격은 소주 4병과 국밥 두그릇으로 겨우 22000원을 지불했다.

연세 지긋한 노신사는 "이런 착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곳은 이곳뿐이다"면서 "고물가에 물가 상승에도 남부시장에서는 큰소리로 "여기 소주 두병이요"라는 허세 가득한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평시골피순대 간판을 달고 장사를 하는 우아동(아중)과 평화동도 소주 가격이 2천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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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애주가들의 쉼터 원평시골피순대 소주와 막걸리 가격은 2천으로 통상적으로 일반 음식점에 비해 반값수준이다. /이상선 기자

각종 커뮤니티엔 "무엇보다 사장님이 넘 친절하셔서 갬동...", "아이들 먹으라고 준비된 짜장때문에 순대국+짜장까지 배부르게 저녁을 해결", "여러분 술꾼여러분, 여기 소주값이 2천원이에요. 소주만 마셔도 본존 뽑아요." 등 다양한 맛 평가가 달렸다.

더불어 한옥마을 커뮤니티엔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성비는 마냥 싼 가격에 음식이 만족스럽다는 표현일 수 있지만, 원평시골피순대에 가성비 표현은 주인장의 국밥에 대한 노력을 흠결하는 일이다.

이곳 국밥의 비법은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와 함께 모든 고기를 국내산 목우촌만을 쓰고 있다.

물론 쫄깃한 식감의 머릿고기와 알알이 속이 꽉 찬 순대, 아삭하게 씹히는 콩나물, 향긋한 향을 뽐내는 깻잎 등도 부족함 없었다. 속을 달래는 국물이 고마울 정도다.

지난해 소주값이 오른데 이어 올해는 정부까지 나서 '소주값 6천원' 시대를 막고자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원평시골피순대 소주 가격은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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