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전북중소기업회장
김병진 전북중소기업회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입니다. 지금은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 제11대 전북중소기업회장에 취임하는 김병진 전일목재산업㈜ 대표이사는 인터뷰 내내 ‘생존’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그는 현재 전북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있어 가장 절실한 목표는 ‘버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열한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도내 기업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더 나아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찰한 김 회장의 구상은 단순한 현실 진단에 그치지 않았다. 전북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이를 돌파할 전략과 실천 의지를 분명히 했다./

◆ “경제지표 추락… 전북은 2등 국민 지역이 됐다”

김 회장은 전북 경제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전북에는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이 100개도 안 됩니다. 현대차, 하이트, 전북은행 정도가 전부죠. 나머지는 40만여 개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전북 경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사실상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과거 은행에 근무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전북 경제가 한때 전국 평균 수준을 유지했던 시절을 언급했다. 당시 전북 인구는 전국의 5%에 달했고, 경제지표도 3~4%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수치가 2%대로 떨어졌다. 그나마 인구도 3.3%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정주영 회장이 현대차 공장을 내려보낸 것도 정치권의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지금은 정치권의 관심도, 정책의 우선순위도 수도권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청주, 대전, 세종, 춘천까지 수도권으로 간주되니, 그 밑은 2등 국민이 사는 지역처럼 여겨지는 느낌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김 회장은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40년 넘게 지속된 사업이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고, 기대했던 경제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젠 맹물만 남았다”며, 아이들에게 넘겨줄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 “기술력 없는 ‘지역 제한‘은 공허한 외침”

김 회장은 지역 기업들의 ‘지역 제한’ 논리를 비판하면서, 기술경쟁력 확보 없이는 전북 기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가기관이 전북에 들어오는데, 정작 건설은 외지 업체가 합니다. 전북 기업들은 하도급이나 간신히 따내는 수준이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력이 없고, 품질에서도 뒤처지니 아무리 지역 제한을 외쳐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는 지역 제한을 주장하는 것이 마치 만능열쇠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를 우려했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가 모두 ‘지역 제한’을 외치고 있으며, 그 경쟁 속에서 전북처럼 인구가 적고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은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기술개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지역을 넘어서 전국 시장,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지역 안에서만 경쟁하며 비방하는 방식으로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김 회장이 이끄는 전일목재산업㈜은 방산업체와 군납, 수출이 주요 사업영역이다. 그는 “외부 시장이 훨씬 큽니다. 전북 안에 웅크려 있지 말고, 넓은 시장으로 진출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 “하나의 목소리로 정부에 요구하겠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전북 중소기업단체협의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북에는 중소기업 지원기관 협의회는 있지만, 실제 중소기업인들 전체가 모여 목소리를 내는 조직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북에는 15개 정도의 관련 단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분산되어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정책 반영도 미미합니다. 하나의 목소리로 단결해야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협의회는 올해 상반기 중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김 회장은 자신이 그 가교역할을 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나아가 전북애향운동본부 부총재 자격으로 청년위원회를 구성해 청년 창업자, 청년 기업인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겠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국회나 청와대까지 가서 전북 기업의 현실을 알릴 겁니다. 도민들도, 언론도 함께 나서야 합니다. 전남은 지금도 식당이나 장례식장에서 자도주를 사용하는 비율이 99%입니다. 그게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우리도 본받아야 합니다.”

◆ “현안은 많다… 그러나 지금은 발등의 불부터 꺼야”

김 회장은 전북이 직면한 수많은 현안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미국의 관세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 강화는 도내 수출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많습니다. 관세 장벽은 곧바로 수익성에 직격탄이 됩니다. 지금은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그는 전주·완주 통합, 새만금 행정구역 조정 등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라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전북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하지만 서로 목소리가 다르니 발목이 잡히는 거죠. 그래서 더더욱 중소기업계라도 단결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도내 상공회의소의 어려운 재정 상황도 언급했다.

“전주상공회의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비 수입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기업은 세금 대체로 내지만, 중소기업들은 회비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합니다. 목소리를 모으기조차 힘든 상황이죠.”

◆ “창업 10년 넘기면 죽지 않습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인들과 자영업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건물주도 어려운 시대입니다. 임대료를 깎아줘도 들어올 자영업자가 없습니다. 홈쇼핑에선 반값에 팔고, 반품도 무료인데, 전주 중심지라도 옷 가게를 유지하기가 쉽겠습니까?”

그러면서도 그는 ‘생존’의 가치를 강조했다.

“자영업자, 창업자에게 말합니다. 창업 후 5년간 살아남는 비율은 20%, 10년까지는 5%입니다. 그러나 10년을 넘기면 정말 잘 죽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되기 때문이죠.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1등, 2등을 다툴 시기가 아닙니다. 살아남는 게 먼저입니다.”

그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윤리위원장직을 사직하고, 전북 회장직에 모든 힘을 쏟기로 했다. 전북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그의 진심은 그 선택에서도 묻어난다.

“제가 전북 중소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습니다.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리고 전북의 미래를 밝히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언론도 전북 중소기업의 생존에 더 큰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  김병진 전북중소기업회장 약력

▲전일목재산업㈜ 대표이사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 이사

▲김제시 기업인협의회장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전북연합회장

▲전주덕진경찰서 행정발전위원장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이사

▲전국조합장이사장협의회 부회장

▲한국목재공학회 부회장

▲전북애향운동본부 부총재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