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폭염과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병해충 발생이 늘어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농업 현장 곳곳에서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업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2년 기준 전국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295만 톤(전체의 3% 수준)이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농업 부문 배출 비중이 약 16%로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지역 내에서도 시 지역은 평균 11%, 군 지역은 40% 정도의 온실가스가 농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의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밀 산정하고 저탄소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전북도농업기술원 농업환경과 배세홍 연구사를 만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 연구 배경 및 필요성

논에서 벼가 자랄 때 메탄이 발생(농축산 중 51%)하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 온실효과가 28배에 달한다. 이와 함께 축산에서도 메탄을 49% 배출한다. 전북도는 농지가 상대적으로 많을 뿐만 아니라 축산업 비율도 상당히 높은 곳이다. 또한 개정된 온실가스 배출 지침(IPCC 지침)을 적용해 메탄(CH4)과 아산화질소(N2O) 등 농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북도에서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농업 부문 온실가스를 27.3% 줄이겠다는 중장기 감축목표를 세워 놓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에 알려진 바이오차 투입이나 논 물관리(중간 물떼기) 등의 기술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저탄소 농업기술을 발굴하고 적용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쉽고 정확하게 메탄 배출량을 판정함과 동시에 농축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키는 기술 개발은 각 지자체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 기술의 내용 및 성과의 차별성ㆍ우수성  

이러한 배경에서 도농업기술원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된다. 

첫째, 개정된 IPCC 산정 지침을 토대로 전북 지역 농경지와 축산환경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좀 더 정밀하게 산출하는 것이다. 지역별 고유 통계를 반영해 배출 특성을 분석하고,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특히 개방형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설계해 정책 신뢰도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저탄소 농업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화학비료 대신 풋거름 작물을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풋거름 작물이란 재배 후 땅에 갈아엎어 자연 거름으로 쓸 수 있는 녹색 비료로, 이를 잘 활용하면 토양에 남는 질소를 줄여 화학비료 사용량을 낮출 수 있다. 그만큼 비료 생산과 사용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함께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세홍 연구사는 "아직 연구 초기 단계이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농가 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큰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술적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전북도농업기술원의 관련 연구가 결과를 내면 국가와 지역의 온실가스 통계나 감축 전략을 세울 때 농업 부문의 정확한 기초 데이터가 확보될 수 있다. 또 개정된 IPCC 지침을 적용해 지자체별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누적해 앞으로 작성될 온실가스 배출 통계나 농업 분야 감축 정책의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아울러 배출량 산정 체계를 더욱 고도화해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감축 시나리오의 수립도 가능하게 된다. 

배세홍 연구사는 "풋거름 작물을 활용한 저탄소 농업기술 연구가 확산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뿐 아니라 토양 유기탄소 함량 증진과 작물 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가 축적되면 농업 환경 관리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농업 분야가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농업 분야 탄소중립 추진은 국가 전체 감축목표 달성과 국제 기후협약 이행에 기여하며,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시장에서 친환경 상품으로 인정받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은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이 자리 잡으면 소비자의 신뢰가 늘어나고, 농촌 지역의 위상도 함께 상승할 수 있다. 

배세홍 연구사는 "국가 차원에서도 저탄소 농업을 선제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우리 농산물이 국제시장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이어가면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향후 계획

배세홍 연구사는 전북 지역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개정된 IPCC 산정 지침에 배출량을 더욱 정교하게 산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동시에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풋거름 작물을 도입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지역별 배출 특성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고, 신뢰도 높은 온실가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농업 부문 감축 정책과 기술 개발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국내 농업 전반에 걸쳐 저탄소 농업기술을 확산시키고, 농가 소득 증대와 친환경 농산물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 현장에서 도출되는 문제를 발 빠르게 해결하고, 농업인과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배세홍 연구사는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고 절박한 상황인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나 국내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매우 무관심하다."면서 "농업에 적용할 기술 개발도 어렵지만,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지도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배 연구사는 "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전북자치도와 농식품부 만이라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면서 "탄소배출 감축에 따른 직불금 제도 확산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고>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최소라 농업환경과장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목표는 매우 추상적이며, 생업에 바쁜 농민들로부터 관심을 얻기도 힘들다.

반면, 배세홍 연구사가 관련 연구로 성과를 내려면, 전국적 통계자료를 수집해 정리하고 분석해야 하며, 농업에 접목할 관련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농민들은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실감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농업 현장에 관련 기술을 적용하기도 어렵게 된다.

결국 지금의 탄소배출 직불금 지급에 더해 보다 효과적인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 기술 개발에는 더욱 큰 어려움이 따른다. 아직 농업 현장에 쉽게 접목할 만한 탄소배출 저감 농업기술은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에야 국립축산과학원이 소 사료에 미생물을 투입해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북도농업기술원 차원에서 지원하는 저감 기술은 '벼 재배 시 중간 물빼기'나 '콩 등 타 작물 재배', '풋거름 작물 활용' 등 몇 가지 작목에만 한정된다. 

때문에 농민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고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배출의 위험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홍보 기회가 필요해 보인다. 

정책 당국 역시 잘못된 정보를 모아 분석함으로써 잘못된 정책을 수립할 우려도 크다. 이에 전북도와 농업기술원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효능감 있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탄소중립에 다가선다면 친환경 농업은 물론, 전북도의 기업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뿐더러 탄소배출권 거래까지 활용하는 등 전망이 밝다. 정부 역시 탄소배출 농업 관련 분야 정책을 수립해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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