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제자리다. 솔직히 점심값도 부담스럽다. 점심먹고 커피까지 마시려면 1만5000원은 기본이다"
전주의 한 회사에 다니는 정모(33)씨의 하소연.
정씨는 얼마 전부터 1주일에 두번 집에서 직접 도시락을 싸온다. 회사 주변 식당에서 해결하는 점심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씨는 "식당 점심 메뉴 대부분이 9000원에서 1만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7~8000원에 점심을 사먹었는데 요즘은 콩나물국밥 정도만 1만원 이하"라며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도시락을 싸오는 직장인들이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달 내야할 대출이자, 공공요금은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점심값이라도 아끼지 않으면 적자인생"이라고 덧붙였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7%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5.2%를 훌쩍 뛰어 넘었다.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상황인 것.
이같은 상황에서 '집 도시락'과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모(35.여)씨는 "회사가 전주 신시가지에 있다 보니 주변 음식점들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며 "이곳 식당들은 된장찌개 백반도 9500원을 받는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거나 냉동 도시락을 회사 탕비실에서 데워 먹으며 점심값을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맛있다. 편의점 커피도 1000원 정도면 마실수 있어 가성비 최고"라고 덧붙였다.
실제 점심시간 전주 서부신기가지의 한 편의점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편의점 대표 A씨는 "작년 가을쯤 부터 주변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많이 찾는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A씨는 "도시락 매출이 작년보다 30% 늘었다. 고물가 상황에서 편의점 도시락이 직장인들에게 인기"라고 밝혔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던 손님 B씨는 "4200원에 '42도시락' 또는 3000원짜리 컵밥도 먹을만 하다"며 "하루씩 편의점 브랜드를 바꿔가면서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가성비면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에서는 도시락 제품 출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가성비를 뜻하는 '혜자스럽다'는 신조어를 낳은 도시락은 단종됐다가 6년 만에 4000 원대로 다시 등장했다.
또 3000원대 덮밥 도시락과 함께 불고기와 치킨 등 고기 위주로 구성한 '고기 도시락'도 5500원에 출시됐다./윤홍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