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대금업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일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미 구약성서에 언급될 정도로 연원이 깊고 동양에서도 사마천의 ‘사기’에 고리대금업이 나올 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금업도 고려시대 불교 사찰을 중심으로 시작된 것으로 역사가들은 보고 있다.
대금업이 죄악으로 처벌 대상이 된 시기는 서양 중세다. 당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던 교회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했다. 라틴어 우수라(usura)는 오늘날 고리 대금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 usury의 어원인데 정확히 말하면 준 것 보다 더 많이 받는 행위를 뜻했다. 당연히 돈 빌려주고 받는 이자는 이에 속했다. 따라서 교회는 이자를 받다가 걸린 자에게는 성찬식 참여와 교회 묘지 매장을 금했으며 때로는 파문과 추방이라는 가혹한 처벌을 내리기도 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 틈에 득세한 민족이 있으니 바로 유대인들이다. 그들은 비기독교도인인 덕분에 자유로이 고리대금업을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당시 상업활동을 독점하는 행운을 누렸다. 유럽 최대 금융자본인 로스차일드 가문은 바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예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도 따랐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가혹한 고리대금업을 하는 유대인들을 박해했다. 스페인은 유대인을 탄압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다만 영국은 이에 관대했는데 이 때문에 유대인과 그들이 가진 돈이 영국으로 몰렸다. 영국에 거주하는 유대인이 1690년 400명에서 1790년 2만6천명으로 늘어난 것이 당시 상황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근대자본주의 사회에 접어들자 은행이 탄생하면서 대금업은 과거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합법적이고 오히려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이 됐다.
요즘 우리나라 금융계가 고금리를 놓고 소란스럽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같이 치솟아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10월 취급된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7.22%로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무려 11%를 돌파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출금리가 더 오를 요인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추가로 오르는 게 맞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압박한 것이다.
고리 대금업은 지금은 금융산업이라고 칭한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유입된 자금을 기업 등 부족 부문에 공급해줌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차입자에 비해 우월하다. 그만큼 불완전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고 이는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나 금융산업에 대해 규제와 개입을 한다. 정부가 최근 금융계를 압박하는 행동에 나선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