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가지고 투표합니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떠오르면서 전북지역 내 전통시장·소상공인·마트근로자들의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에 접수된 민원·제안·청원 1만2000여 건 중 정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10건을 선정해 국민투표에 부쳤다. 국민 호응도가 가장 높은 3건은 실제 국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27일 오후 5시 기준 57만 5880여 건의 찬성표를 받았다. TOP10 중에 1위로 가장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마트 노동자 등이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월 2회의 의무휴업을 갖게 된 이유가 중소상인과 대형마트의 상생발전은 물론, 마트 노동자들의 신체적 건강과 일·삶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인데 이를 '국민투표'로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이모(50대·여)씨는 “마트 근무는 로테이션 근무가 많아 남들 쉴 때 쉬는 경우가 별로 없어 일요일 딱 2일 고정휴일인 게 다행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사라질 판”이라면서 “마트 특성상 주말에 손님이 몰리기 때문에 시식코너 근무자들은 토, 일 둘 다 하기 부담스럽고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마트 근로자 A씨(50대·여)도 “의무 휴업 폐지는 대형 기업 편에서만 생각해 내린 처사”라면서 “이대로라면 자정을 넘기지 않던 마트 운영시간도 편의점처럼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제안 TOP10' 투표의 허술함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전주시 효자동의 한 동네마트 주인 B씨(60대)는 "일주일 내내 시끄럽길래 투표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정말 허술한 인기투표 같았다"면서 "정책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고 본인인증도 하지 않았다. 중복투표 또한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투표에 생사를 걸어야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덧붙였다.

골목상권의 대표인 전통시장 또한 반응은 마찬가지다.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C씨(60대·여)는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생존방안까지 걱정하게 됐다”면서 “지금 실정만 봐도 하나 건너 하나는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한 상인회 관계자는 “골목상권의 중요한 역할을 간과한 것”이라면서 “코로나 이후 늘어난 부채에 인플레이션, 재확산세가 겹친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의해 매출마저 감소한다면 골목상권이 창출하는 일자리부터 유통사, 제조업계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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