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최소한 눈·비를 피할 지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주 시내버스정류장에 지붕이나 온열의자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오전 9시쯤 찾은 종합경기장 맞은편 버스정류장. 승강장에는 개방형 지붕이 있었지만, 온열 의자 대신 색바랜 나무 의자만이 냉기를 내뿜으며 놓여 있었다. 한 시민은 강한 비바람에 우산을 든 채 움츠리고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효자동의 풍남중학교 버스정류장에는 온열 의자가 작동되지 않았다. 학교와 주거지역 부근이어서 유동 인구가 많음에도 유개승강장(지붕 등 가림막 시설이 있는 승강장)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같은 날 찾은 중산공원 앞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다. 바람을 막아줄 시설이 없는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기에 바빴다.

옷을 파고드는 추위에 하나뿐인 온열 의자 자리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온기를 얻기 위한 눈치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임채성(86)씨는 “노인 일자리 센터를 방문하면 항상 이 정류장을 이용한다. 오늘같이 비가 오고 추운 날에 거창하게 생긴 지붕이 제대로 비바람을 못 막아줘서 추위에 떨며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같이 있던 윤모(80대)씨는 “여기도 가림막이 없어 비가 많이 올 땐 온열의자가 축축해 앉을 수도 없다. 고장 날 만도 한데 아직 작동하는 게 신기하다”고 볼멘소리했다.

전주지역 시내버스정류장 1307개 중 온열 의자 설치 비율은 49.6%(649개)로 절반에 못 미친다. 또 추위를 막아줄 유개승강장이 설치된 곳은 903곳에 그쳐, 404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눈·비와 추위를 그대로 맞아야 한다.

인도 폭이 좁아 승강장을 설치할 공간이 없거나, 주변 상가의 반대로 인해 모든 버스정류장을 유개승강장으로 교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현재 지붕이나 온열의자 중 하나만 설치된 곳은 한정된 예산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으며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13개소를 개선 완료했으며 내년에는 9개소를 개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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