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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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구  언론인

전 세계는 지금 K-pop의 새로운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케데헌의 ‘골든’은 글로벌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세계가 K-pop에 매혹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골든’은 가수 이재가 자신의 경험과 치유의 과정을 담아 직접 작사·작곡한 작품이다. 개인의 서사와 감정이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K-pop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보편적 감성을 공유하는 문화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K-pop 열풍은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곡점에 서게 됐다. 전통의 소재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면 완전히 새로운 K-contents가 탄생할 수 있다. 예컨대 춘향가 중 사랑가를 AI와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K-pop, 혹은 판소리 기반 AI 음악으로 창조할 경우 세계시장을 매혹할 가능성이 크다. AI는 한국의 소리·춤·역사·미학을 무한히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 오너라 엎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사랑가 한 대목을 전 세계인이 함께 부르며 팔을 뻗으며 어깨 춤울 추자는 것이다.  

  정부 역시 AI 산업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2026년을 ‘AI 시대 원년’으로 선포하며 AI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했고, K-contents 펀드 역시 2,000억 원 증액했다. 콘텐츠 AI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적 과업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화도시 전주가 ‘콘텐츠 AI 실증단지’ 조성을 추진해야 할 명분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다. 전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뚜렷한 문화적 원형을 가진 도시다. 최치원의 현묘지도, 풍류 사상, 미륵 신앙 등 한국정신(K-spirituality)의 중요한 근원이 전주에 있다. 이는 단순한 문화적 유산이 아니라 K-contents의 원천이 되는 사상적 기반이다. 한국의 정서와 예술, K-pop의 감성적 보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뿌리를 이해해야 한다. 전주는 이 원형을 바탕으로 ‘콘텐츠 AI’라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설계할 수 있는 도시다.

  콘텐츠 AI는 전통문화 기반의 창작물을 아카이빙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며,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산업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사업이 아니라 문화유산의 계승 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일이며,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K-contents를 현실적으로 만들어내는 길이다. 전주는 후백제 왕도, 조선왕조 발상지, 한국 소리의 본향이라는 정체성 등을 기반으로 그 어떤 도시보다 콘텐츠 AI 산업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다. 그동안 정부의 AI 정책은 주로 ‘피지컬 AI’, 즉 제조·산업용 AI 쪽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전주는 다르다. 피지컬 AI만으로는 전주의 정체성과 미래를 동시에 설계하기 어렵다. 전주는 ‘피지컬 AI + 콘텐츠 AI’라는 양대 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도시다. 피지컬 AI는 산업의 생산 방식과 도시 운영을 혁신하고, 콘텐츠 AI는 문화·관광·예술·콘텐츠 산업을 견인한다. 두 축이 결합되면 전주는 기술과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AI 선도도시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전주가 추진하고 있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 역시 콘텐츠 AI와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역사문화 자산을 AI 기반 스토리월드(world-building)로 확장하고, K-소리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글로벌 음악 시장에 신작을 제공하며, 후백제·오목대·경기전·전라감영·한옥마을 등 도시 전역을 AI 기반 실감형 콘텐츠 공간으로 바꾸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전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문화자산을 단순한 보존의 대상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산업 자원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경제·문화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전주가 지금 콘텐츠 AI 도전을 시작한다면, 대한민국 AI혁명에서 당당히 선도 도시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AI는 전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 K-pop이 세계를 흔들고 AI가 새로운 창작의 시대를 열고 있는 지금, 전주야말로 그 두 흐름의 교차점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도시다. 전주는 콘텐츠 AI 실증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그것이 전주의 미래이자 대한민국 K-contents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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