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들이 만든 동화책들 
참여자들이 만든 동화책들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작은 교실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삶을 조심스럽게 꺼내 글을 쓰고, 그림으로 담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는 순간, 교실 안은 조용한 설렘으로 가득 찬다. 

전주시 진북동 동산숲마을학교는 지난 4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추진한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에 감성 치유형 창작 프로그램인 ‘마음 숲에 피는 그림동화’가 선정됐다. 

 

프로그램 활동 모습
프로그램 활동 모습

 

프로그램은 문화 소외계층과 고령화가 맞물린 진북동의 현실에서 출발했다. 주민센터와 작은 도서관, 전주수목원 등 지역 자원을 연결해,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며 공유하는 생활문화 모델을 만들어내 큰 주목을 받았다. 

5개월, 총 25회에 걸친 프로그램, 24명의 참여자 중 22명이 최종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자신만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동화를 쓰고 삽화를 그렸다. 

한 참여자는 “살면서 내 이야기를 이렇게 깊이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라며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참여자들의 작품은 종이책뿐 아니라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됐다.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전주수목원에서 열리는 원화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QR코드를 스캔해 작가의 목소리로 작품을 들을 수 있는 ‘소리동화’가 공개된다. 

어린이는 동화를 ‘듣는 독자’로, 어르신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마주하는 자리다. 그림과 목소리로 만나는 이번 전시는 시민들에게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예술로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한 김순정 작가는 “지역의 중장년, 노년층이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로 표현하고, 그것이 다시 어린이에게 전해지는 구조가 사업의 가장 큰 의미”라며 “세대를 잇는 문화적 공감의 언어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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