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백봉기 / 전북문인협회장

몇 년 전 전북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전북예총)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전북예총 60년사>를 발간하는 일에 참여했었다. 전북예술문화 60년을 한 권의 책으로 집약하는 의욕적인 사업이었다. 우선 10개 협회와 9개 시·군지회로부터 자료를 받고, 원로 선배님들을 찾아 면담하고, 기록과 사진 자료들을 모아 정리했다. 1986년 제26회 전라예술제 때는 활옷에 원삼족두리를 쓴 여성 예술인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가장행렬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전북예총의 태동기와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회원들이 앞장서 직접 창작한 작품을 팔아 현재의 ‘전북예술회관’을 건립할 정도로 예술을 신앙처럼 사랑하고 지켜온 선배님들의 불타오르는 예술혼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또한 새로운 사실도 있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북예총 사무국에는 5명의 직원이 있었고, 전용으로 승용차 1대가 있었다. 또한 칠순이 넘은 한 회장님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의 예총회장은 국가행사 때에도 상석에 자리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전북예총 10개협회 중 몇 군데는 상근하는 직원을 두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도 적지만 직장에 대한 신분보장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행정당국에 진심으로 바란다. 노무현 정권 때 끊긴 예술단체에 대한 정부의 정액보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는 운영비만이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사단법인체인 예총은 회원들의 회비와 사회단체의 후원금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예술인들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예술인들의 학력은 대졸이 80%, 대학원 졸업자는 전체 예술인들의 32.4%나 된다. 그런데 월 소득은 1백만 원 미만이 60%나 된다. 예술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이 적고, 예술이라는 자부심으로 끝까지 버티어보지만 척박한 예술판에서 협회비 꼬박꼬박 내면서 예술 활동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총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예술 대표 단체이고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예총이 하는 일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하는 일들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예총이 대신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로 삶의 여유를 찾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예술인들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말했다. “우리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크게 넓히겠다. 그리고 지역간 계층간 문화 혜택의 불균형을 줄이고, 농촌 산촌 어촌 전국 어디서나 누구든지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문화향유권을 누가 하겠다는 것인가? 한 나라의 문화예술정책은 정부의 몫이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것도 바로 정부의 책임인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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