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본 이가 있다. 바로 김종준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 의료원장이다.
김 의료원장은 '나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이제껏 의료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50년이 넘도록 굳혀져 온 그의 신념은 병원의 운영 방식에도 스며들었다.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도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 의료의 발전과 인재 양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환자들을 위한 최선의 길을 고민하는 김종준 의료원장에게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의 현재와 미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환자 중심'이라는 의료문화의 차별화를 기반으로 영경의료재단 전주병원은 지난 1996년 3월 개원했습니다. 전주병원은 23개 진료과 75개 병실 280여 병상을 운영 중인 종합병원이며, 호성전주병원은 지난 2014년 4월에 개원해 8개 진료과 124병상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은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면서 전북 지역의료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만큼, 단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넘어 더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만의 강점, 핵심가치는?
전주병원의 핵심 가치는 지역의료를 선도하는 의료체계 확립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 환자중심의 전문의료센터 구축을 통한 의료질 향상,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역량 강화 및 조직문화구현,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핵심 가치로 하여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의료원장님만의 의료 철학은?
벌써 50년 가까이 의사로 살아왔는데, 항상 고민했던 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래도 의사 생활을 오래한 사람으로서 얘기를 남긴다고 한다면 의사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삶이 쉽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다 완벽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일흔이 훌쩍 넘었고, 이제 여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여생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나의 조그마한 힘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것을 늘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의료인으로서 길을 걸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 있었던 진료는?
의사로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환자분들을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제가 기독교인으로서 사명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이전에 근무했던 예수병원은 의료 선교사들이 약 120년 전에 세운 곳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시절, 그분들은 오직 희생정신 하나로 의료 활동을 펼쳤습니다. 물론 선교의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병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는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저도 젊었을 때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의료 선교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게,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정말 하느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는 선교사처럼 살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분들을 돕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서 정신적으로도, 또 다른 방식으로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 1981년에 세계 기독교 의사회 모임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모임에서 일본과 동남아, 미국 등 여러 나라의 기독교 의료인들을 만나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특히 일본은 기독교 신자가 우리보다 적지만, 깊은 신앙심을 가진 선교사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아내도 같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저와 함께 일했는데, 안타깝게도 지난해 12월 30일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전에 아내도 늘 '우리 마지막까지 선교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삶을 살자'고 이야기했는데, 끝내 그 뜻을 다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계획했던 일을 이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도 의료현장과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지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뤄내고 싶으신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꼭 이루고 싶은 특별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환자와 의료현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 직접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일은 젊은 의사들에게 맡겨야 하지만, 저는 이제 그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후배 의사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의료인의 길을 걸으며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의 향후 비전과 대응 전략은?
현재 전주병원과 호성전주병원은 예수병원이나 대학병원처럼 대형 병원과 견줄 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전문적인 의료 교육과 의료진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문 의료진과 간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병원의 규모를 더욱 키우고 시설과 장비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도 병원이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지금의 두 배 이상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의사라는 직업이 결국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란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죠. 제가 항상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건,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뭔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려고 해도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삶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그런 입장이 되기까지는 아직 멀지만, 적어도 제 언행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를 비롯해 영경의료재단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은 전북도민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종준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 의료원장 약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예수병원 내과 전공의 과정 수료 △박사학위 취득 △순환기내과 분과 전문의 △테네시주립의대 및 뉴욕 Methodist Hospital 순환기내과 연수 △Bowman Gray 의대연수 △전주예수병원 진료부장 △연세대의대 외래교수 △원광대의대 외래교수 △성균관대의대 외래교수 △카톨릭대의대 외래교수 △대한순환기학회 정회원 △대한순환기학회 감사 △대한내과학회 평의원, 대한병원협회 이사 △전주병원 병원장 △전주병원·호성전주병원 의료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