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은 도내 농가에 신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 청년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귀농 정착 지원 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전북농업기술원에서도 도내 청년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지원 사업들을 따로 챙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신기술 접목 차세대 영농인 육성 사업'이다. 전북 순창군에서 저비용으로 유산양 생산 시스템을 고안해 적용한 박기완(28)씨를 만나 청년 농업인의 귀농 과정을 들어봤다./

◆ 청년 귀농인

2017년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박기완씨는 남원에서 살다가 24살 때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 고향인 순창군 풍산면으로 귀농했다.

기완씨는 할아버지가 2010년까지 운영하시던 이 곳 약 16만5천㎡(5만 평) 염소농장에 '하얀산양목장'을 열었다. 

기완씨는 이곳에서 2022년부터 산양을 기르고, 논과 밭, 산림에서 친환경 조사료와 밤 등을 재배하는 청년농부다. 기완씨는 산양 농장 운영이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에 착안, 자신이라면 경쟁력 있는 농장으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산양 농장을 선택했다. 어릴 때 할아버지의 염소농장에서의 기억도 선명하고, 아버지까지 산양목장으로 귀농하시겠다며 한 손 거드는 바람에 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해 산양 농사를 공부했다. 그런데 인생 경험이 짧은 청년 농부에게는 세상 험난한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에는 기완씨가 귀농을 후회할 정도로 어려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 경쟁력 

기완씨는 2022년 중순경부터 산양 16두로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북농업기술원 '신기술 접목 차세대 영농 육성 사업'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받아 유산양 생산기반을 조성했다.

사실 유산양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이 많아진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사육 기술 진입 장벽도 높고, 유산양 틀도 다 외국에서 비싸게 수입하거나, 또 그 규격이 짜여 있지 않아 생산력이 제각각이었다.

반대로 기완씨는 저비용으로 산양을 사육할 자신이 있었고, 물려받은 농장 규모 때문에 '방목 생태 친환경 무농약 농장'이 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아울러 착유 시설이라든가 기본 판매 두수를 맞추면서 산양틀까지 갖춰진 농가가 전국에 20여 농가뿐이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쉬웠다.

유산양 틀이란, 산양으로부터 착유해서 집유까지 넘기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를 갖춘 농장이 많지 않다 보니까, 기완씨는 전국 농장을 견학하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육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산양틀을 고안했다. 

결국, 기완씨는 도농업기술원에 관련 기술을 제안해 사업비를 지원 받았으며, 자신의 농장에 산양 체류장을 시공했다. 유산양 착유틀을 완성한 후, 본격적으로 판매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닥쳤다.

◆ 의외의 변수

2023년 초 산양틀 사육 시스템이 정착되어 가던 중 길 건너편 염소 농장에서 기르던 진돗개 2마리가 새벽에 기완씨의 축사에 침입해 산양들을 마구 물어댔다. 그때 2마리는 즉사해 폐사하고, 추후 5마리 정도가 더 폐사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박기완씨가 민원을 10여 차례 이상 넣었는데도, 군청에서는 "유기견을 포획할 수 있는 연간 할당 수가 넘어 추가 포획이 힘들다"고 핑계를 댄다. 문제의 진돗개들이 건너편 농장 마당에서 키우는 사진까지 찍어놨는데도 해당 농장주는 "우리 집 개가 아니다"라고 잡아뗀다. 그러다 조용해지면 10마리 정도의 진돗개들 사이에 문제견을 묶어놓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 역시도 해당 농장 개들이 돌아다니며 사람까지 위협하는 바람에 스트레 피해를 많이 호소하는데, 해당 농장주는 '나 몰라'로 일관한다. 기완씨가 거의 3년 동안 민원 해결을 부탁하고 있는데도, 위험 해소는커녕 문제의 진돗개들은 수시로 마을과 농장에 해를 끼치며 돌아다니고 있다. 

이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었던 변수여서 경험이 부족한 기완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기완씨는 산양을 입식해 사육 두수를 80두까지 늘리고 산양틀 착유 시스템으로 짠 우유를 판매하는데 몰두하고 있었는데, 그해 10월 함께 귀촌해서 산양을 키우기로 하셨던 부친이 세상을 등지면서 또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그 이후, 경험이 일천한 기완씨는 산양 사육에서부터 착유 및 판매, 유기농 농사, 축사 보수 등을 도맡으면서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절실하게 경험했다.

다행히도 지난해 9월 결혼을 하면서 청년귀농부부가 됐는데, 부인이 임신하는 바람에 또 다시 산양 새끼 출산 계획을 올해 4~5월경으로 늦췄다. 산양들이 동시에 출산하기 시작하면 부인이 조금이라도 일손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 동물복지

기완씨는 산양 수컷의 경우 비육해서 일반 염소와 같이 식용으로 판매하고 있고, 산양으로부터는 착유해서 산양유를 제품으로 판매한다. 

산양유는 보통 온라인 판매가 많은데, 지금은 순창 내에서 직거래 소비가 많이 이뤄지고 있어 공급이 모자랄 정도다.

이에 기완씨는 산양 두수를 늘릴 계획인데, 암컷 산양의 자연 번식 속도가 연간 평균 1.5마리 정도여서 올해가 지나면 산양은 약 120~130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얀산양목장'은 친환경축산협회에서 지정하는 '방목생태농장'으로 지정됐다. 보통 다른 농장들은 해외에서 유기농 조사료를 수입하는데, 박기완씨는 주변 논·밭 등에서 자체 조달하려고 모두 무농약 인증을 받아 놨다. 이미 주변에 무농약 조사료를 재배하는 농가가 없어 기완씨는 직접 농사를 지어 조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저발효 사료의 경우 100% 자체 조달할 계획까지 세웠다. 

이밖에 앞으로 산양이 수백 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구획도 정해야 하고, 축사도 늘려야 하고, 방목장도 손 봐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아울러 가공 시설에 저온 저장고를 설치해야 하고, 유제품 살균 등 가공품 개발을 위한 시설도 저렴하게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거기에 맞는 HACCP 인증이나 장비라든가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양 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1~2년 후에는 잉여 산양유로 치즈 등 가공을 시작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연간 수익이 크게 오른 게 아니어서 자금도 부족하다.

박기완씨는 "현재 산양유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많이 딸리는 상태이다 보니까 두수를 좀 늘리고 유량을 확보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산양 농장을 꿈꾸는 귀농인에게

기완씨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산양 농장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완씨가 산양농장을 시작한 이유가 진입 장벽이 높고 힘들기 때문이며, 넓은 할아버지 염소농장을 이어받아 친환경 방목 농장을 계획했었기에 처음에는 자신감이 충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농장을 견학할 때 선배 농장주들이 "젊은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며 말리는 뜻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착유를 해줘야 되는데, 뜻하지 않은 진돗개 사고에 부친의 타계까지 겪으며 혼자 일을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는 것이다. 

다행히 결혼을 하면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됐다는 기완씨는 "견학 오는 사람에게 묻는 첫 질문이 '가족이랑 함께 할 건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함께 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도전해 볼만한 일인데, 혼자 한다면 지인들 결혼식에도 못 가고 장례식에도 못 가고 사회생활이 없어지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제가 겪은 경험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닥칠 수 있으니, 서로 의지하며 이겨낼 수 있는 가족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산양과 함께 달리는 청년농업인<기고>

 

박성희 농촌지도관

 

유산양은 성질이 온순하고 위협적이지 않아 어린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 동물을 사랑하는 도시민에게 농촌체험 품목으로 선호도가 높다. 또한, 산양유는 섭취해도 복통을 일으키는 카제인 단백질 성분이 없어 우유 부작용이 있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아울러 아미노산과 인산을 포함한 복합단백질 성분인 알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어린아이의 분유부터 MZ세대의 단백질 파우더까지 수많은 상품에 포함되고 있다. 국내 유산양 시장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산양은 경쟁력이 약해 사육 규모가 작다.

현재는 국내 150~200여 곳의 영세한 농가에서만 사육 중이다.

전북 동부 산악지역은 유산양이 좋아하는 나무의 잎이나 가지 등 다른 가축이 먹지 못하는 먹이가 많이 분포하고 있어 사육이 하기에 좋은 환경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산양 산업은 전북에 또 다른 농업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도 2009년 처음으로 국내 유산양 사육농가들을 위한 사양관리 가이드를 발간하는 등 미래 소득 품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순창에서 유산양 농장을 운영하는 박기완씨는 농수산대학을 졸업한 전문가로 미래 농촌을 이끌어 갈 청년농업인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 속에서도 유산양을 미래 경쟁력 있는 농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박기완씨의 지속적인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농업농촌의 고령화는 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농업인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중요한 재목이다. 청년농업인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지역 농업의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전북농업기술원은 순창군 청년농업인의 위대한 여정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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