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언론인

  제22대 총선은 국민의힘의 패배, 더불어민주당의 승리, 그리고 조국신당의 부상으로 귀결됐다. 전북의 경우 민주당이 전체 의석 10석을 석권함으로써 일당독주 체제가 더욱 더 공고해졌다. 전북지역 총선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의 10석 싹쓸이 외에 민주당이 평균 80% 대의 득표를 기록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정도면 전북은 민주당 1당이 지배하는 민주당 단독정권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제시한 바와 같이 전북도 충청도처럼 여야 균형을 이루고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게 절실한 실정이다. 

  5선 국회의원으로 현실 정치무대에 복귀한 민주당의 정동영 당선인은 경제, 의식, 정치 등 3대 혁명을 총선공약으로 제안했다. 총선공약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전북경제와 정치를 살리기 위한 선언문으로 해설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독일 철학자 피히테가 『독일 국민에게 고함』을 선포한 것과 비견된다. 피히테는 1806년 프로이센이 프랑스 나폴레옹에게 패배하자 프랑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독일 국민이 각성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북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3대 혁명을 이룩해야 한다는 게 정동영 당선인의 생각인 것 같다. 혁명(革命)은 헌법학적으로 보면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을 가리킨다. 통념적으로는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후자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전북은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망신살부터 새만금예산 칼질, 국회의석 감소 위협, 프로농구팀의 부산 이적, 공무원연금공단 업무의 광주 관할 등 연타로 얻어맞아 그로기 상태이다. 전북정치혁명론에서 정동영 당선인은 전북을 살리기 위해 10명의 국회의원이 한 팀이 돼서 전북의 이익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지사와 14명의 시장·군수 등 행정과 정치권이 한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팀이 돼야 야당이지만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자기 밥그릇을 온전히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당선인은 전북 팀장을 맡겠다고 밝혔다. 제21대 전북 국회의원들이 초·재선 급으로 구성돼 정치력이 약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단으로 보인다.

  정동영 당선인의 전북정치혁명론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전주·완주 통합론이다. 당선인의 주장은 인구가 줄어들고 왜소화되는 전북을 살리기 위해 중심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완주가 전북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전북의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본다. 전국의 도청 소재지 가운데 통합이 안 된 곳은 전주·완주뿐이다, 10년 전에 통합에 성공한 청주·청원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바다도 없고 교통도 소외되고 인구도 전북보다 적은 충북이 중심을 강화하면서 활력을 되찾고 경제력에서 전북을 뛰어넘은 것이다. 당선인은 전주·완주 통합은 전북 정치의 통합능력을 재는 잣대라고 규정하며, 통합의 선봉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정동영 당선인의 전북정치혁명론은 일견 민주당이라는 당파성의 한계를 안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전북정치혁명이 필요한 시대적 당위성과 현실적 필요성, 지정학적 절박성 등을 고려한 점에서 초당파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전북 출신 여야 국회의원들의 결집이 중요하다. 애향하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소위 ‘전북당’의 개념으로 정치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전북당’으로서 정치권이 제 소명을 다할 때 비로소 지역차별의 질곡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전북정치혁명론은 모든 전북인이 동참할 때 성공할 수 있다. 전북정치혁명의 목표는 전북이 부당한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대한민국 공화국의 구성원으로서 공정하게 참여하는 것이다. 특히 전북인이 전북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활동하는 것이다. 짧은 지면에 자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전북정치혁명론은 전북 도민 모두에게 ‘깨어 있는 시민(enlightened citizen)’으로서 각성을 요구한다. 충청도처럼 여야 균형을 이루게 하는 정치적 지혜가 절실하다. 전북정치혁명론을 주창한 정동영 당선인의 중진 원로로서 리더십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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