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16조↓ 

신용대출 잔액은 1년 전 대비 20조5000억원↓

전라일보 윤소희 디자이너
전라일보 윤소희 디자이너

전주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2년 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리모델링을 위해 연 3%대에 받았던 신용대출 금리가 7%대로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지난해부터 돈만 생기면 대출을 상환하고 있다.

A씨 처럼 은행권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그리면서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빚투(빚내서 투자)한 이들이 곡소리를 내는 이유다.

2년 전 대출을 받아 전주에 아파트를 산 B씨는 지난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느라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군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C씨 역시 코로나19 사태 당시 저금리 시절에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최근 걱정이 많다. 

그는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 같은데 이자만 갚다가 하우스 푸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영끌족은 아직 재산 형성이 불완전한 20·30대가 주로 이끌어왔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영끌족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운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상환패턴'을 바꾸고 있다.

A씨는 올해도 회사에서 나올 설 상여금 역시 신용대출을 갚는데 쓸 계획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p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총 18조4000억원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른 탓에 대출 금리가 뛰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차주들이 대출 상환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5335억원으로 지난 2021년 연말 709조529억원과 비교해 16조5194억원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16조원 넘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신용대출 잔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는 감소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118조9763억원으로 1년 전(139조5572억원) 대비 20조5808억원 줄었다.

반면 지난해 연말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3조1416억원으로, 1년 새 7조737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뿐 아니라 예금은행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은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달 30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1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연 7.85%로 전월보다 0.63%p 올랐다. 

업계에선 당분간 가계대출 잔액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로 투자에 나섰던 직장인들도 투자 환경이 나빠지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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