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주엔 '최대 80.5시간' 근무 산술적 가능
-정부, '주52시간·호봉제' 손질…노동시장 개혁 속도 낼까
-'공짜 야근' 부르는 포괄임금제…노동부, 사상 첫 기획감독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작업이 과연 노동을 부르는 악습에 근로시간이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개혁안 발굴·수립 역할을 맡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낸 지난 12일 권고안에 따르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관련 입법 일정 등 구체적 추진계획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주52시간제' 완화를 내용으로 한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서는 노동계 반발이 커 진통이 예상된다.
연구회가 제안한 '노동시장 개혁' 권고 방안이 그대로 입법이 되면 1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일까, 80.5시간일까'에 대한 결과도 관심이 쏠린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연구회 권고안의 핵심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12시간에 묶인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 440시간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관리하자는 데 있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집중근로를 허용하되 일정 기간 내에서 총량을 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연구회는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서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할 것도 권고했다.
이는 근로자가 퇴근해서 다시 출근할 때까지 11시간의 휴식시간을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는 개념으로, 1일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도입한다는 가정 아래 하루 최대 근로시간을 계산해보면 11.5시간이 나온다.
24시간에서 11시간 연속휴식을 빼고 나면 13시간이 남는다. 하지만 사용자는 13시간 전부 일을 시킬 수 없다.
근로기준법 54조에 따라 '근로시간 4시간당 30분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줘야 하기 때문에 1.5시간이 빠진 11.5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현행 '주 52시간'에서 얼마까지 늘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연구회는 '주 69시간'이라고 설명하지만, 하루 11.5시간씩, 주 최대 6일 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회 권고안에선 근로기준법 55조1항 '주 1회 유급휴일 보장'에 따라 6일 근로를 법적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56조 '휴일근로 가산수당 지급' 규정으로 볼 때 휴일에도 일을 시킬 수 있다. 주 80.5시간은 11.5시간씩 7일 일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산술적으로 가능한 숫자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와 행정해석을 보면 주휴(유급휴일)를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휴일근로수당을 주고 휴일에도 일할 수 있다"며 "80.5시간 일했다고 해서 사법처리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사합의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근로시간 운영에 근로자가 개입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고, 영세 사업장은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연구회 권고문 발표 직후 민주노총은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산정기간을 길게 하더라도 일정하게는 장시간 노동을 못하도록 설계했지만 현실적으로 작동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중소사업장이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법이 어떻게 돼 있는지 노동자들이 잘 모르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시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도 "노사 선택권을 빙자해 장시간 노동 체계로의 회귀가 우려된다"며 "대부분 사업장에 노동조합도 없는 현실,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뿐인 '자율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가 반기나 연 단위로 넓어져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과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고시를 보면, 뇌혈관 질환 등이 발병하기 전 12주 동안 주 60시간을 초과해 일하거나 발병 전 4주 동안 64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연구회가 권고한 연장근로 총량관리를 도입하더라도 1일·1주 근로시간 상한선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대가 없는 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에 대해 노동당국이 사상 첫 기획감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을 중심으로 포괄임금·고정OT계약 오남용 사업장 기획형 수시감독을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실시한다.
이번 감독은 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대상으로는 처음 실시하는 기획감독으로, 전국 지방청 광역근로감독과를 중심으로 △연장근로 시간제한 위반 △약정시간을 초과한 실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시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집중 감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