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와 지방자치연구소는 2학기 기획이론특강에 국내 정계·재계·학계를 대표하는 명사들을 잇따라 초청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김현미 초빙교수가 담당하는 기획이론특강은 12차례에 걸쳐 국내 저명인사들과 함께 전북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그려보는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을 구체화한다. 19일에는 박재덕 SK E&S 부사장이 전북대학교 진수당을 찾아 ‘K-열풍을 잇는 K-그린의 주무대 새만금’을 주제로 새만금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제시했다.

“새만금이 세계적인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의 랜드마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제반여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더불어 핵심인재가 충분히 배출되어야 합니다. 필요한 사람이 몰리고 사람과 기업들로 북적대야 새만금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박재덕 SK E&S 부사장은 이날 특강에서 “새만금이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RE100의 파고에 맞설 수 있는 최적지 가운데 한 곳이 될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이 배출될 수 있는 선순환체계가 구축돼야 새만금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SK그룹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구축과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2조1000억 원대 규모의 새만금 지역 투자를 확정한 상태로, 지난해 11월 새만금개발청과 ‘SK E&S와 SK브로드밴드가 공동으로 새만금 산업단지 5공구에 오는 2025년까지 데이터센터 8개 동을 짓고 2029년까지 16개 동으로 확장한다’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 RE100을 선도하는 권위자로 꼽히는 박재덕 부사장은 SK의 새만금 투자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덕 부사장은 “현재는 데이터센터가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지만 조만간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15만4000V의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야 합니다만, 전력선의 포화로 인해 수도권에 더 이상 데이터센터 입주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서울 17곳과 경기·인천 14곳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적지않은 사업자들이 전력선 포화를 우려해 더 좋은 입지를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글로벌기업들이라는 점에서 RE100을 충족할 수 있는 대체지를 선호하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그런 점에서 새만금의 매력이 커질 것입니다.”

“1991~2020년이 제조업 유치중심의 새만금이었다면, 이제는 새만금의 또다른 30년을 위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제한 박재덕 부사장은 “새만금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싶어도 사람이 모이지 않아 기업들이 떠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면서 “SK가 수상태양광을 기반으로 창업클러스터 SV를 창출해 제2의 로컬라이즈 프로젝트를 구상중인 만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배출을 위한 지역차원의 관심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더불어 박재덕 부사장은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우리가 왜 리뉴어블(Renewable)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던져줬다. 박재덕 부사장은 특히 “전세계 230개국 중 120개국이 탄소중립(NetZero)를 선언한 상태로 경제적으로 성숙한 모든 나라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셈”이라면서 “2030년이 되면 석유수요는 2016년 41%에서 38%로 감소하는 반면 재생에너지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이같이 전망했다. 또한 그는 “탄소중립선언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는 것은 유럽·미국이 기후변화를 강점으로 내세워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통한 일종의 무역장벽이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같은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는 형편이며, 급성장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편승할 수 있는 통찰력과 실행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전체 전력시장은 100GW 가량이고, 전세계적으로는 7000GW 규모로 추산됩니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은 앞으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4000GW를 더 발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탄소중립의 이면에는 패권전쟁이 포함돼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는 “정부도 최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6~70%로 높인다는 청사진을 내놓았고,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태양광 125GW, 풍력 34GW 확보가 반드시 필요해졌다”며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풍력보다는 태양광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원별 LCOE(전력생산단가)의 경우 해상풍력은 260원, 연료전지 210~240원, 육상풍력 160원, 대규모 태양광 130원, 산업용 평균 전력요금 109원으로 재생에너지 가운데선 대규모 태양광의 단가가 현재로서는 가장 저렴한 편”이라면서 “앞으로 5년안으로 대규모 태양광의 RE100 전원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현미 초빙교수는 “국토교통부장관 시절 SK그룹의 투자를 지켜보면서 새만금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면서 “새만금이 RE100의 선두주자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후속대책이 늦어지면서 전남과 충남 등 다른 지역의 추격을 받고 있는 모습”고 지역사회의 속도전을 강조했다. 김현미 초빙교수는 “‘시작은 빨랐지만 우리가 주인공이 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오늘의 강의가 발상의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해 새만금개발청 차장이 전하는 ‘새만금 가능성’

“새만금은 대한민국 RE100의 전초기지입니다.”
이날 특강에는 박재덕 SK E&S 부사장에 이어 이성해 새만금개발청 차장이 새만금의 새로운 가능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성해 차장은 “새만금은 대한민국 RE100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면서 “세계적인 화두인 RE100을 풀 수 있는 새로운 물꼬가 새만금에서 열리면서 앞으로는 민간투자가 급격히 유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이성해 차장은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세계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를 100% 쓰는 산업단지가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새만금이 RE100을 충족할 수 있는 세계적인 최적지”라며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로 꼽히는 UAE와 이집트 등의 경우 기술·인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제조업이 활성화될 수 없는 반면 기술과 인력 인프라를 갖춘 새만금이 RE100 기반의 제조업 랜드마크로 급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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