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와 지방자치연구소가 기획 시리즈로 마련한 ‘문샷싱킹’ 두 번째 강연에는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이 초대됐다. 28일 전북대 진수당을 찾은 박 회장은 ‘한국경제사회의 현황과 과제’를 통해 미래 전북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전북은 레거시(Legacy)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만, 예술?음식?관광 등 사람을 유인할 수 있는 바탕과 저변이 넓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북의 잠재력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은 ‘제조업이 없고, 하이테크도 없고, 기업수가 많지 않은 전북의 현실’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레거시가 적다는 점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과 규제의 장벽을 과감하게 완화해 기업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청춘창업’에 대한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전라북도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레거시가 많을수록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사람을 예전처럼 많이 뽑지 않고, 기존 기업들은 이미 아버지 세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다닐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버지 세대가 만든 기업들에는 우리의 자녀들이 다니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산업화가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걸맞게 이제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다닐 수 있는 기업을 본인들 스스로 직접 만들어서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박용만 회장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해야 하다”면서 “이제는 한국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만큼 혁신과 규제개혁의 마인드만 앞세운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회장은 “이제 기성세대들이 할 일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가로막힌 현실 속의 규제를 풀고, 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업은 돈냄새를 맡으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속성이 있습니다. 투자는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기회의 산물입니다. 투자를 하라고 하면서 의지를 강조하면 투자는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기업이나 창업자에게 파격적인 자유를 부여하고 모든 규제를 막아주거나 없애서 정말 자유로운 지역을 만들면 투자가 뒤따를 것입니다. 전북에서 그런 집단지성이 발휘됐으면 합니다.”

‘혁신의 기회는 하이테크에만 있지 않다’고 전제한 박 회장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은 서비스업 비중이 20년째 60% 안팎에 갇혀 있는 실정”이라면서 “4대 생활 서비스업(운송?숙박?식음료?유통)의 경우 플레이어는 많으면서도 가장 낙후된 분야인 만큼 앞으로 게임체인저를 키운다면 엄청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승차공유서비스인 우버(Uber)의 경우 ‘눈오는 밤 택시 잡기가 정말 어려운데 자가용 차량 뒷좌석은 비었잖아’라는 생각에 시작됐습니다. 우버의 사례처럼 발상의 전환이 결국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혁신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혁신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혁신기업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은 “한국사회는 현재 삶의 만족도 하위권, 출산율 꼴찌, 사회갈등지수 최상위권, 자살율 1위, 근로시간은 세계 두 번째로 많고 노동생산성은 최하위 등 OECD 통계로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면서 “더 이상 나쁜 사회지표를 방관할 수 없다”면서 ‘경제성장을 통해 세수?복지재원을 확충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의 선순환구조를 제시했다.

이어 박 회장은 “경제의 지속성장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의 틀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면서 “필요 없는 제도를 가지고 있고, 필요 없는 룰을 고집하면서 현재의 신산업?서비스산업 발전이 가로막힌 상태”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사회는 국회의원도 불법인지 모르는 규제정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심에서 포트홀을 찾는 드론을 날리려면 최소 6개의 규제를 통과해야 합니다. 국토부의 도심비행금지, 국방부의 군공역촬영금지, 국정원의 보안시설촬영금지, 개인정보보호위의 개인정부수집규제, 방통위의 위치정부수집규제, 사업부의 배관점검이슈 등입니다. 무엇보다 이 가운데 하나만 규제를 못풀어도 활용불가 판정이 내려집니다.”

박 회장은 “하루에도 수 만개의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데도 한국의 법체계는 ‘정해진 것만 하라’고 한다”면서 “규제는 기업에게 덧셈이나 뺄셈이 아니라 곱셈이며, 규제하나만 남아도 사업이 어려워 지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현재 한국은 압축성장을 거치면서 법과 제도와 같은 낡은 레짐(Regime)이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우리 공직사회도 ‘규제를 풀면 수혜자와 피해자가 바뀌어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극행정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 귀책풍토가 사라지는 대신 합리적?과학적 행정문화가 자리잡혔으면 한다”면서 “문제에 집중하고 사람을 공격하는 것보다 가능성을 열어야 하며, 고도성장기에서 벗어나서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합의를 이뤄내는 집단지성이 작동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초빙교수는 “대기업 경영자이면서도 어디에서든 과감하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분이 박용만 회장”이라면서 “한국이 이제는 돈이 없어서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만큼 전북이 규제와 레짐이 최소화되는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정리=정해은 기자 jhe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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