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가야 홍보관

▲ 장계면 대적골 퇴적부 모습

▲ 천천면 삼고리 고분군

 
 
 

 

 

 

 

 

 

 

 

 

 

 

 

 

최근 경남북과 전북지역의 7개 시군(김해, 함안, 창녕, 고성, 합천, 고령, 남원)이 합심해 가야고분이란 공통의 유적을 통해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가사적이 없던 장수군은 아쉽지만 이번 공동등재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장수군 고대문화는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그 가치를 통해 세계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척추, 고대사회를 동서로 나눈 자연 경계인 백두대간을 넘어 서쪽으로 유일하게 확인되는 가야문화의 정치체가 자리한 장수군의 고대사회를 통해 세계유산적 가치를 살펴보자.

먼저 2019년 고유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간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동촌리 고분군의 국가사적 지정은 장수군의 고대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수군이 지금은 전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소도시지만, 과거를 살펴보면 그 위상은 실로 대단했다. 기원전‧후 천년간의 번성을 통해 많은 문화유산을 남겼고, 고려통일 이후 천년 간의 쇠퇴 과정을 겪었다.

철을 통해 성장한 장수가야 즉, 반파국은 백제와 신라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막강함을 보여줬으며 당시 최고의 정보통신기술 (ICT)인 봉수를 운영했다.

고대사회에서 철은 문명의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최고의 발명품이다. 당시 철의 소유 여부를 통해 철기 시대, 철기 문화권을 형성한 것이다. 지금도 철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최근 장수군 일원에서 철 생산과 관련된 작업장이었던 유적지(Iron prodution site) 70여 개소가 확인되었다.

특히, 철 생산유적은 필수적으로 철광석과 땔감, 물, 흙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재료들이 풍부한 곳이 장수군이며 이를 둘러싼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은 철을 생산하기 위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장수군에 자리한 철 생산유적 중 대표적으로 대적골 유적은 3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철광석에 열을 가해 철을 뽑아내는 제철로와 뽑아낸 철을 두드려 형태를 만드는 단야로, 철솥을 만드는 거푸집 등이 확인되어 원철의 생산부터 가공품까지 만들던 일관 제철유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학술적 연구가 초기 단계로 운영시기를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백두대간을 넘어 장수군에 고대사회의 화려함을 수놓은 가야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호남과 영남을 잇는 육십령고개의 지명유래를 살펴보아도 도적떼가 많아 육십명이 모여야만 지날 수 있는 이 고개는 과거 철을 운반하던 대표적 교통로였다.

당시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인 철을 노리는 도적떼가 많았을 것이며 철의 무게감으로 육십명 이상이 운반 할 정도의 양을 가지고 건너야 교역이 성사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육십령이라는 지명유래에 학술적 성과가 더해져 그 근거가 마련된 좋은 스토리텔링이다.

봉수유적은 국경의 긴박한 상황을 중앙으로 알리는 당시 최고의 통신수단으로 현대에 있어 우리생활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의 원조이다.

지표조사를 통해 장수군 일원에 약 110개소의 봉수유적이 자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 종착지가 장수군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장수와 완주, 임실 등에서 조사된 봉수유적에서 가야시대 토기편들이 확인되어 장수가야 즉, 반파국과 관련된 유적임을 입증시키고 있다.

세계유산은 1972년 1월 16일 유네스코 제17차 정기총회에서 채택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에 따라 지정된 유산으로 요약되며 한마디로 전세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해야 할 중요한 역사적・학문적 가치를 지닌 세계적 유산을 의미한다.

전세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해야 할 중요한 가치를 지닌 유산 즉 탁월한 보편성과 진정성 측면에서 호석(둘레석: 봉분 유실방지를 위해 둘러쌓은 석재)을 두르지 않고도 천오백년을 버틴 토목기술의 최고봉인 가야고분의 축성과 인류발전에 획을 그은 ICT기술력 선진화의 시초가 되는 봉수유적 구축은 인간의 창이성이 빚어낸 걸작일 것이다.

특히 기록이 없는 가야가 남긴 철기문화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995년 석굴암을 시작으로 2019년 한국의 서원까지 14개소의 세계유산이 등재되었다.

이에 못지않은 장수군의 가야문화는 우리 후손에게 남겨줘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그 역사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수군은 고대사회의 올바른 역사 인식 개선을 위해 호남지방 최초로 가야홍보관을 개관했으며 역시나 호남지방 최초로 가야역사관을 건립중이며 2022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가야고분 공동등재 목록에 아쉽게 빠졌지만 긴 호흡과 올바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며 앞날을 준비한다면 장수군민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한국의 고대사를 새로 쓰며 인류가 공동으로 지키며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장수=엄정규기자‧cock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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