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그 위대한 시작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이 자리한 운봉고원은 한반도의 물줄기를 동서로 가르는 백두대간 동쪽의 고원지대로, 남강과 섬진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신선의 땅’이라고도 불리는 운봉고원은 조선 중기의 예언서인 ‘정감록’에서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살기 좋은 열 곳을 일컫는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하나로, 예로부터 정치와 국방의 요충지였다.

게다가 운봉은 동쪽으로 가면 팔량치를 넘어 경남 함양으로 이어지고, 서쪽 여원치로 내려오면 남원으로, 치재를 넘으면 임실과 장수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로써 동서문화교류의 관문이 되기도 했다.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당초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고령 지산동 등 세 곳의 등재를 추진하다 지난 2018년 5월 가야고분군의 완전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함에 따라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성 송학동, 창녕 교동과 송현동, 합천 옥전 등 4곳이 추가됐다.

이들 7개 고분이 2022년 세계유산 등재 후보군인 셈이다.
특히 이들 고분군은 세계유산 등재의 여러 기준 중 사라진 가야문명의 독보적 증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세계유산 등재가 기문가야의 실체적 존재를 증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라진 가야문명의 독보적 증거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1973년 전라북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후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2018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됐다.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능선을 따라 무리지어 있는 40여기의 봉토분으로, 이 중에는 직경 20m가 넘는 대형 무덤도 12기가 포함돼 있어 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989년과 2013년에 진행된 발굴조사에서는 가야계 수혈식 석곽묘(구덩이식 돌덧널무덤)와 백제계 횡혈식 석실분(굴식돌방무덤)이 함께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32호분에서는 과거 백제 왕릉급 무덤에서 나왔던 청동거울(獸帶鏡)과 금동신발이 출토됐다.

청동거울과 금동신발은 가야영역에서 한 점씩만 출토되는 최고의 위세품으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이다.
때문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발굴조사 및 인위적인 정비가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원형이 훼손된 영남의 고분과는 달리 1,500년 전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으로 평가돼 지난 2019년 1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기문가야의 세계유산 등재를 향하여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기문가야의 존재를 세계에 널리 알림으로써 남원의 위상을 크게 높이게 된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올해 9월에 등재신청서 영문 초안을, 내년 2월에는 등재신청서를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어 8월에는 유네스코 자문기관(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현지실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때 7개 고분군의 경관, 자연환경, 여건 등을 파악한 보고서가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유산위원회는 2022년 7월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게 된다.
또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업무협약에 따라 내년부터 전북 남원으로 사무국을 이전하고, 세계유산 등재 추진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남원=김수현기자·ksh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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