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새끼를 5마리나 낳아서 모두 한 마리씩 안고 기념촬영!
▲ 쌍둥이 딸 민경과 민서가 이층침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하우스 환기를 위해 비닐막을 걷고 있는 킨티엔씨와 딸 민경이.
▲ 한국에 와서 취득한 운전면허, 이제는 베테랑드라이버가 된 칸티엔씨가 아이들과 함께 봉고차에 타고 있다.

하우스에 일찍부터 작업을 나온 킨티엔 씨(33·여)가 손이 되어주겠다며 따라 나선 아이들과 함께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1
여기 시설하우스에 다섯 식구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김제시 공덕면. 대한민국 최고의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노란 방울토마토 꽃이 가득 피어난 시설하우스. 그 안에 주렁주렁 맺힌 토마토의 다른 이름은 ‘아름다운 미래’라고 하네요.
행복을 찾아 도착한 한국, 네 명의 아이를 홀로 양육하는 킨티엔 씨(33·여)는 슬픔을 잠시 미루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농사일에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이 넷과 함께 토마토를 수확하는 킨테엔 씨 가족의 모습은 남부럽지 않지만, 이곳 하우스에 함께 해야 할 아빠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취재하던 내내 밝은 미소를 머금은 킨티엔 씨와 아이들의 모습엔 그늘 한 점 없었습니다. ‘다섯 명이 함께, 홀로 서기’에 나서는 것은 붉은 토마토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전사(戰士)의 모습입니다.

#2
킨티엔 씨는 베트남에서 왔습니다. 지난 2006년 남편과 결혼해 지평선의 도시에서 꿈에 그리던 한국생활을 시작했지요. 킨티엔 씨의 한국 이름은 문수현. 시어머니인 ‘문성자’ 여사의 성을 따 ‘문’씨가 된 수현 씨는 7남매 중 막내로 자란 신랑과 함께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알콩 달콩 김제 댁이 되었습니다.
온화하고 밝은 성격의 신랑과 김제 사람이 된 킨티엔 씨는 다음해인 2007년 큰아들 도연 군을, 그 뒤로 쌍둥이 딸 민경과 민서를 낳았고, 또 3년 후에 막내아들 무성연 군을 낳았습니다.
아이 넷을 키우며 육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가던 2014년 어느 날, 아이 아빠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지는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막내가 고작 세 살이었지요. 킨티엔 씨의 삶의 무게는 이렇게 아이 넷과 함께 곱셈이 되었습니다.

#3
사랑하는 남편을 보낸 후 처음엔 슬픔에 젖어 넋이 나갈 정도였습니다. 아이 넷만 바라보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습니다. 타향인 한국에서 싱글 맘(single mam)으로 사는 것보다 고향 베트남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애들 양육과 교육 문제, 언어 등을 생각하니 아빠의 나라가 더 좋은 선택이라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내가 싱글 맘이라고 눈총을 받으면 어때…. 그래, 큰 짊은 내가 짊어지자”, 이렇게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4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은 시댁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시댁과 며느리는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 킨티엔 씨에게는 다행히 그렇지 않습니다.
막막하던 농사일은 가까이 있는 시댁 식구들이 큰 힘이 되어 주었지요. 로타리를 치거나 힘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시숙이 만사 제쳐두고 오십니다. 큰 시숙과 시댁 식구들은 영원한 우군입니다.
솔직히 일주일에 두 번, 아침에 수확한 토마토를 공판장에 내다파는 수익으로 살아가기엔 늘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나요? 조금 참아가며 절약하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아껴 쓰고, 아껴 쓰고, 아껴 쓰고, 아껴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절약이 몸에 배 익숙해졌습니다.

#5
돌연 세상을 떠난 남편이 그립습니다. 행복한 웃음만 가득했는데…. 외로울 때마다 생전의 넉넉한 웃음과 따뜻한 남편의 마음을 되새기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그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지요. 시계 태엽은 쉴 새 없이 다시 째깍째깍 돌아갑니다. 다시 힘을 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려 봅니다. 오늘도 긍정에너지를 충전하는 김제댁 킨티엔 씨는 밝게 웃으며 “행복하자, 행복하자”를 외쳐봅니다.

------------------------------------------------------------------------------------


레티요 씨(60)는 킨티엔 씨의 어머니입니다. 베트남에 가족이 있지만 먼 타향, 한국에서 홀로 아이를 돌보는 딸 생각에 해마다 농번기에 한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김제에 와서 일손도 돕고 손자손녀들과 함께 놀아주는 자상한 베트남 할머니입니다.
올 2월 김제에 온 레티요 씨에게는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료 부담이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할 수 있나요? 홀로 된 딸이 잘 극복해 주길 바랄 뿐이지요. 사돈 댁들이 잘 도와주는 모습에 위안이 됩니다.
손자손녀들도 사위를 닮아서인지 밝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물론 딸인 킨티엔의 강인한 생활력이 행복의 근원이겠지요.
“내 사랑하는 딸아! 넌 할 수 있단다. 넌 강인하다. 당당히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렴. 난 네가 항상 자랑스럽단다.” 레티요 씨가 딸 킨티엔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우리 딸, 잘 이겨 낼 겁니다!”

글·사진/장태엽기자·mode7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