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제오에게 한국의 바다는 놓지 말아야할 밧줄처럼 꿈을 현실로 만드는 유일한 기회다.
▲ 외국인근로자 8명이 공동생활을 하는 숙소의 벽에 널어놓은 두터운 겨울 작업복이 그들의 고단하고 치열한 삶을 대변한다.
▲ 김양식에 맞게끔 넓게 만든 네모난 보트에 작은 모터를 장착한 배는 육상의 트랙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 작업을 마친 엘리제오와 동료가 선착장에서 뭍을 향해 나오고 있다.
▲ 부류식(부표를 이용한 양식)이 주를 이루는 이곳에서는 고품질의 김을 생산하기 위해 김 이외의 다른 해초류가 붙지 않게 김을 물 밖으로 건져 올려 막대로 쳐 내는 작업을 반복해야만 한다.

선유도와 신시도, 야미도가 있는 고군산군도 주변 해역은 인근의 섬들로 거친 파도를 막아줘 해태(김)양식에 천혜의 조건을 자랑한다.

종일 해태와 씨름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여느 관광명소와 견줘도 빠지지 않는 풍광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짙푸른 바다, 그곳에서 꿈과 희망도 건진다

---동티모르---
400년 동안 포르투갈령으로 남아 있던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의 무력 침공에 의해 1977년 인도네시아령(領) 동티모르주로 편입된 후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 면적은 1만 4609㎢, 우리의 강원도만 한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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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바다에서 건지는 것은 양식 김이 전부가 아니다. 동남아의 빈국 동티모르(East Timor) 출신의 젊은이들은 꿈과 희망을 함께 건지고 있었다.
한국 생활 4년 차, 군산 앞바다 야미도의 해태 양식장에서 일하는 29세의 네오스 엘리제오 씨의 이야기다. 그는 동티모르의 고향에서 아버지(65) 농사일을 돕던 중,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2016년, 무작정 군산행(行)을 결정했다.
 
육남매 중 막내인 엘리제오. 아버지 홀로 육남매를 건사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용감한 막내가 일을 저질러 군산에 왔다.
고국에서 한국행을 결심하고 E-9 취업비자를 받았다.
비자의 종류에 따라서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이나 활동가능범위를 제한하는데 E-9의 경우 제조업과 농축산업, 어업 등 비전문 분야에 취업할 수 있다.

처음 접한 김 양식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밤마다 끙끙 앓아야 할 정도로 고된 업무의 연속이었다.

젊음이 있어 버틸 수 있었지만, 인내의 근원은 고향의 가족이었다. 엘리제오가 받는 월급은 180만 원. 고향에 150만 원을 매달 송금하고 있는 그는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면 한겨울 바닷바람도 견딜 만 하단다. “오히려 바다가 고마워요. 힘들지만 일할 수 있으니...”
 천성적으로 성실한 그는 일터에서 인정받았고, 2년 전엔 가장 친한 형 라스또(39)와 후배 보니파시오(27)를 초청해 함께 일하고 있다. 해태를 바다 밖으로 건져내서 막대로 쳐내야 하는 작업은 여럿이 함께 해도 고되긴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면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그래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2020년 겨울바다에서 희망 이야기를 써가고 있다.

 

글·사진/장태엽기자·mode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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