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금성리 고분군> 전북 내륙에 가야문화를 최초로 알리다
전북 내륙에 가야문화가 알려진 것은 1972년의 일이다. 1972년 4월경 임실읍 금성리 화성마을 동남쪽 산에서 나무를 심는 사방공사를 하던 중 수습된 유개장경호(有蓋莊頸壺)의 출현으로 마한이래 줄곧 백제문화권에 속했던 전북 동부지역에 가야문화를 최초로 알리는 서막이었다. 당시 3기의 고분에서 발견된 토기류는 5C경 가야계 유개장경호를 제외하면 백제토기류였고, 철기류는 철제대도(鐵製大刀)와 사곡검(蛇曲劍), 철겸(鐵鎌), 철모(鐵&#37502;), 모조철부(模造鐵斧)&#12539;철조철부(鑄造鐵斧), 마구류와 살포 등이었다. 특히 뱀처럼 휘었다고 하여 붙여진 사곡검은 전체 길이 75CM, 슴베길이 13CM, 검신의 너비 4.3CM로 삼국시대인 5세기 중반의 것이다. 이 검은 청동기 시대의 동검이나 세형동검의 돌기 및 양날홈과 같은 기능을 장검에 응용한 것이다. 그간 일본에서만 출토된 뿐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독창적인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임실 금성리에서 사곡검이 출토됨으로써 그 원류가 이곳에 있음이 밝혀졌다.
삼국시대 때 임실군의 가장 큰 특징은 백제와 가야문화가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임실군을 중심으로 한 섬진강유역에서는 가야토기가 일색을 이루지 못하고 백제토기와 섞여 있거나 지역색이 강한 가야토기의 경우도 대가야와 소가야양식이 동일 지역에 혼재된 조합상을 보인다.
임실 금성리 고분군에서 나온 유개장경호를 근거로 임실지역을 대가야의 영역으로 비정하였고, 다시 가야계 소국 기문국(己汶國)이 등장하면서 이 지역을 포함한 남원, 장수 일원을 그 영역을 비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임실군내 가야 세력을 고고학적으로 방증해 주는 중대형 고총의 존재가 발견되지 않아 임실군에 지역적인 기반을 둔 토착세력집단의 실체와 그 발전과정이 상세하게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2017년 긴급발굴조사를 시작으로 2019년 마무리 된 <임실 금성리 가야고분군>에서는 봉분의 직경이 16.2M에 이르는 대형고분, 주구의 너비 3M에 깊이 190CM, 주구 내부 세장형태의 매장시설 배치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임실 석두리 유적 가야고분에서 4C 함안아라가야계 유물 출토
그런데 <임실 석두리 유적>에서 출토된 가야계 유물은 기원후 4C 무렵의 함안 아라가야계로서 대가야가 성립되기 훨씬 전부터 경남지역 가야세력과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석두리 유적에서는 토기가마 2기가 확인되어 직접 토기를 제작하여 사용하였으며, 쇠도끼와 쇠낫&#12539;덩이쇠 등의 철제품이 다수 출토되어 자체 생산능력과 교역능력을 갖춘 상당한 세력집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임실 월평리 산성에 숨겨진 삼국시대 교통로
최근 성과있는 발굴은 월평리 산성 발굴이다. 임실군 성수면 월평리 성저마을 북쪽에 있는 산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다. 계곡을 아우르는 포곡식 산성으로 산성의 둘레는 약500M 정도이다. 2015년 군산대학교 박물관에서 시굴한 이후 2018년과 2019년까지 몇차례의 발굴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달리 말하면 천년이상 산성이 운영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백제와 후백제 유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2019년 발굴을 통해 출토된 백제초기 한성기 기와와 명문 인장류의 출토는 삼국시대 이곳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백두대간의 치재를 넘어 운봉고원을 거쳐 경남 서부지역으로 향하는 백두대간 치재로와 호남정맥의 석거리재를 넘어 고흥반도까지 이어지는 내륙교통, 그리고 동진강하구 가야포와 호남정맥 묵방산과 성옥산 사이 가는정이를 통해 전북 내륙지역을 잇는 내륙 교통로와 만경강 유역에서 호남정맥 슬치를 넘어 온 웅진시대 내륙 간선교통로가 이곳을 통하고 있다. 이 길을 통해서 중국 남제와 교류, 운봉 및 장수 지역의 철의 제련에 필요한 굴이나 조개껍질이 이동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임실 월평리산성은 삼국시대 섬진강유역에서 그물조직처럼 잘 갖춰져 내륙교통망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였던 것 같다.
월평리 산성의 남쪽에 남아있는 고색 찬란한 성벽과 임실군을 중심으로 한 삼국시대 이 지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한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다./임실=임은두기자·led111@ 

자료제공/임실군청 김철배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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