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라고 하면 경기도 여주시를 떠올렸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과실 '여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울퉁불퉁 못생긴 외모(?)덕에 도깨비방망이 같다는 별명도 있지만 두드리면 금은보화를 내어주는 도깨비방망이처럼 혈당조절이 탁월하고 레몬보다 비타민C 함량이 월등해 이미 많은 성인병 질환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하지만 특유의 강한 쓴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 일쑤였다. 이런 맛의 호불호를 저감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여주의 효능을 체험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생물산업진흥원 연구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여주 가공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정훈 푸드네이처 대표 역시 여주의 대중화를 위해 오늘도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편집자주

'기회의 여신은 앞머리만 있다'라는 격언이 있다.
미리 기회를 알아보지 않으면 이미 손 쓸 틈도 없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 잡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정훈 대표는 바로 그 기회를 미리 알아챈 사람 중 하나다.
불안하고 막막했던 20대, 언어능력을 키우고자 떠난 필리핀 어학연수에서 친하게 지내던 현지 지인을 통해 처음 여주를 만났다.
당시 한국에도 서서히 여주 열풍이 불고 있었는데, 기후 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한국에서 아열대 작물인 여주가 새로운 소득 작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당시 농사일을 하시던 어머니가 재배할 수 있을만한 신소득 작목으로 괜찮은 작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여주를 알게 됐고, 막연히 여주라면 우리의 기후상황과도 잘 맞아 떨어져 소득 작물로 적합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반신반의 하셨다고. 잘 지어오던 쥬키니 호박이나 오이를 포기하고 낯선 작물로 갈아탄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지만 여주가 가진 고소득 작물로서의 가치와 영양학적인 가치를 알아버린 이 대표는 끊임없이 어머니를 설득했고 어렵게 어머니와 함께 여주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승승장구 했다면 좋았겠지만 재배 노하우도 부족한데다가 당시 태풍 볼라벤이 상륙해 애써 일군 여주밭이 쑥대밭이 되는 등 숱한 위기를 겪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여주는 생물로 유통할 경우 보관기간이 짧아 제품 판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 대표는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보관성을 보완하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가공쪽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여주는 당뇨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당뇨병 환자들이 꾸준히 찾는 만큼 상시 공급이 가능하려면 가공 밖에는 답이 없었다.
첫번째 가공품은 여주즙이었다. 이후 여주환, 여주차 등 제품을 다양화해 제품의 구성을 늘려갔다. 생산설비를 완벽히 갖추진 못한 상태여서 OEM을 통해 제품생산을 이어갔다.
이러한 과정을 개인 블로그에 매일매일 일지처럼 올렸다. 그러던 와중에 TV방송을 통해 여주가 알려지게 됐고 여주를 검색하던 사람들이 이 대표의 블로그를 찾았고 그것이 제품 구매로 이어졌다.
처음 400평에서 시작한 여주농장은 최대 3,200평까지 확대돼 물량 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여주가 좋다는 게 널리 알려지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여주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작물도 아니고 병충해에도 강한 성질이 있어 재배가 수월했다. 결국 kg당 9만 원까지 갔던 여주는 6만 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둬야 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꼼꼼히 챙겼다. 그러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여주가 몸에 좋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특유의 강한 쓴맛 때문에 먹기 꺼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병세 호전을 위해 꾸준히 여주를 섭취해야 하는 당뇨환자들이 쓴맛을 견뎌가며 억지로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일본의 경우 오키나와가 여주 특화도시인데 장아찌나 조미료 처럼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를 합니다. 한국에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죠."
고민을 이어가던 2015년, 청년농업인 경쟁력 사업에 선정되면서 예산 5천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장비구입을 위한 자금이 생긴 만큼 바로 제조 공간을 꾸려나가기로 맘먹었다.
마침 전북생물산업진흥원에서 입주기업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사업자로 바꾼 것도 이 시점이었다.
이 대표는 다시 여주의 '쓴맛' 저감에 집중했다. 여주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카라틴'이란 성분은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며 혈당을 내려주는 데 큰 도움이 되며 껍질에 함유된 '모모르네신' 성분은 위를 튼튼하게 해주고 장기능을 개선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하지만 여주는 저 좋은 성분을 감추고 싶은 듯 강한 쓴맛이 특징인데 이 대표는 쓴 맛은 줄이면서 기존의 여주 성분은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연구기간만 2년이 넘었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생진원 입주기업에서 화장품 성분 추출 전문가를 만났고 그가 바라던 대로 쓴맛은 빼고 유효성분은 지키는 기술을 터득했다.
그렇게 태어난 제품이 '여주 영양밥물'. 밥(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치솟는 당뇨환자들의 애로점에 착안, 밥을 지을때부터 여주 추출물을 넣으면 혈당 조절을 해주는 '카라틴' 성분은 남고 특유의 쓴맛은 기화돼 사라져 가족 모두가 먹어도 괜찮은 건강밥이 완성된다.
이 대표의 노력은 고객들의 재구매율 향상이라는 성과를 꽃피워냈다. 올해엔 전북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한 선도농업경영체 우수모델화 사업에도 선정돼 사업비로 진공·농축설비를 구축, 사업확장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제는 제품의 완성도까지 갖춰 자신있게 판매하고 싶다는 이 대표지만 아직 입소문이 퍼지지 않아 판로 확대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어느덧 8년차 기업대표로 살고 있지만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는 열정으로 제품 개발에 열성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시장성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홈쇼핑과의 접촉을 시작으로 더 많은 고객분들이 여주 영양밥물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주 영양밥물'을 시작으로 온 가족의 특성에 맞는 영양만점 추출물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는 이정훈 대표의 꿈이 이뤄질 그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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