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네덜란드(Netherlands)는 자전거의 대국이다. 도심내에서 자전거가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BOVAG(네덜란드 자전거·자동차 산업협회)에 의하면 네덜란드에는 총 인구수 1700만 명 보다 많은 2200만 대의 자전거가 운행되고 있다. 수도인 암스테르담(Amsterdam)을 비롯해 로테르담, 헤이그, 델프트, 잔젠스칸스 등 주요 도시와 인근 도시를 잇는 자전거 전용도로만 4500km에 달한다. 일반적 자전거 도로를 더하면 수만 km에 달한다. 더 나아가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16년에 자전거 인프라를 정비하기 위해 자전거당 전용길이 20%확대, 자전거 거치 공간 확장, 자전거 사고 줄이기 등 8가지 목표(goals)가 담긴 ‘Bicycle Agenda 2017~2027'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주시도 지난 민선6기부터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갖가지 정책과 함께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 등 시설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자전거 이용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국민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네덜란드를 살펴봤다. 

◆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

네덜란드 전역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물론, 일반적인 자전거 도로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비나 눈이 와도 출근이나 학교 등교, 장보기 등 국민 대부분이 자전거를 이용한다. 심지어 네덜란드 총리마저 헤이그에 있는 사무실 출근 시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한다. 자전거 도로가 도심 내 이곳저곳으로 잘 뚫려 있고, 도시와 도시, 인근 도시도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갈 수 있다.?특히, 도로와 인도, 자전거 도로 이용 시 장애물인 경계턱 없어 어디서나 부드러운 자전거 주행을 할 수 있다. 일정시간에는 자동차 통행을 원천 봉쇄하고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한다. 관리자가 현장에 상주해 있다. 
경사가 적고 평지가 많은 네덜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자전거가 널리 이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자전거 대국으로 불리워진 것은 1970년대부터 라고 한다. 당시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희생을 줄이자는 사회 운동(‘Stop de Kindermoord(영아 살해 중단)) 캠페인과 더불어 오일 쇼크를 겪고 난 후, 국가 차원에서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주차장 확대. 자동차 속도제한 등 자전거 우선정책을 내세웠고, 이 후 1980년대부터는 자전거가 국민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이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가 우대 받는 정도가 아니다. 친환경 대중교통이라는 차원을 넘어 자전거를 탈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가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즉,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육성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10살 정도면 ‘사이클링 기술’을 배우는 수업이 진행된다. 또 11살 때는 교통 규칙 이해 여부를 확인하는 테스트가 실시된다. 이 후 초등학교 졸업 시 테스트를 통과하면 자전거운전증명서가 발급된다. 나아가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로 통학할 수 있도록 지정 통학로에 대한 안전여부를 실제 주행 조사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네덜란드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고,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지역의 경우, 자전거 주차 공간도 크고 넓게 마련된 점이 자전거 이용자를 여유롭게 한다. 이와 함께 자전거 대여 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으며 렌탈 시스템도 잘 갖춰져 여행자들의 시티 라이딩을 즐겁게 만든다. 이밖에 자전거를 대물림할 정도로 사랑한다는 전언이다. 실제 네덜란드 국민은 연간 150억km를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통계가 있다. 1인당 연간 880km를 주행한다는 수치다.
네덜란드 자전거는 클래식자전거, 하이브리드 자전거, 전기자전거, 캐리어 자전거 등으로 구분된다. 가격도 수십 만원에서 수천 만원에 이르는 천차만별이다. 이 중 친환경 전기자전거는 약 130만 대로 예상되며 전체 자전거 판매량 중 전기자전거의 판매량이 지난 2014년 21%에서 2016년에는 29%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본 자전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해외 취재지원을 받은 본보가 2018년 10월 17일 찾은 암스테르담. 현지 시각 오전 7시경 통역사와 함께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나와 담 광장을 가로 질러 네덜란드 왕궁 앞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30여분이 지난 뒤에는 도심 전체가 자전거 물결로 뒤덮여 지고 있었다. 족히 100여m가 되는 자전거 행렬이 신호에 따라 일제히 움직였다. 속도도 빠르다. 어마어마하다는 표현을 이럴 때 하는게 아닐 정도. 문화 충격 차이에 아연 실색했다.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전거 행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메라 셔터를 쉴새 없이 눌렀다. 사실 너무 놀랐다. 서을 등 대도심에서 차량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과 흡사했다. 자전거 대국으로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광경을 여기저기서 목격했다. 더욱이 도심 곳곳에 마련된 자전거 주차장도 장관이다. 1단을 넘어 2단, 3단 까지 적게는 수백대에서 많게는 수만대에 이르는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이외에 각 골목길과 무수한 건물 등 주위에도 수 많은 자전거들이 나름의 정렬 방식에 따라 주차돼 있다. 이러한 광경은 하이네켄 체험관(Heineken Experience), 국립중앙박물관, 반고흐박물관 등을 지나는 동안 여기저기서 목격할 수 있었다. 이처럼 네덜란드가 자전거 대국으로 불리워지는 것은 국민들의 자전거 관련 배려와 양보의식이 높은 점도 한몫한다. 차량의 흐름과 속도 차이가 고려되고 있으며, 차량이 시속 30km 이상 달리는 곳은 자전거 전용 차선 사이에 콘크리트 벽이나 식물을 이용한 분리대를 설치한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교통이 교차하는 횡단 보도 부분도 도로보다 올라가 있는 구조이며 횡단 보도 앞 차의 속도를 억제할 수 있는 스피드 범프도 설치돼 있는 등 자전거 보호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또, 자전거가 빠르게 지나갈 경우, 재빨리 길을 비켜주고, 자전거 도로 내 멈춰 있는 사람과 옥신각신 하지도 않는다. 각자를 존중하며 아울러 자전거도 존중받는다. 도로 위 차들은 자전거와 안전거리를 항상 유지하며 자전거 신호등은 일반 신호등보다 자주 켜진다. 즉,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신호벨이 설치돼 있고, 자전거 도로에 센서가 부착돼 도로를 건너기 위해 신호등을 마냥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자전거 신호등도 빨강, 노랑, 녹색으로 구성돼 자동차 신호등과 같다. 새벽이나 저녁에는 모든 자전거의 전방과 후방의 조명등이 켜진다. 자전거 도로에서 자동차는 손님이다. 자동차는 자전거 뒤에서 서행해야 하며 자전거를 추월해선 안된다. 암스테르담을 취재하면서 자전거와 사람, 자전거와 자동차 등이 뒤엉킬 때 단 한번의 경적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자전거에 대한 겸손함인가. 전주와 비교해 만감이 교차됐다. 특히, 회전교차로에서도 자동차는 교차로 진입 전후에 반드시 자전거를 잘 확인해야 하고 자전거 주행을 방해해선 안된다. 길을 가다 보면 차로가 좁아지더라도 자전거 도로는 좁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 도로를 먼저 만들고 자동차 도로를 후에 만들었다고 하는 유머가 나올 정도란다.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자전거 이용시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점이다. 극소수의 스포츠 사이클을 타는 사람 정도만이 헬멧을 착용했다. 헬멧을 쓸 필요가 없을 만큼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수신호도 체계적이고 잘 지켜진다. 좌회전 할 때는 왼팔을 들고, 우회전 할 때는 오른팔을 든다.?모두가 이 신호가 익숙하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이틀동안 똑 같은 광경을 수 없이 목격하고 체험했다./암스테르담=김선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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