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농업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에게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경영유통연구실

 경영유통연구실은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 유일하게 사회과학 분야 연구·지도사업을 추진하며, 경영개선·마케팅과 전자상거래·스마트팜 육성·통계자료 작성 등 농업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는 부서이다.
경영유통연구실 김홍기 박사 연구팀은 1999년부터 20년간 농산물 소득조사 분석 사업과 전라북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다양한 작목에 대한 경제성 분석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딸기 육묘 시스템

농산물 소득조사 분석은 매년 36작목 496농가를 조사해 통계자료로 제공하고 있고, 최근에는 귀농인들의 작목 선택 시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
또한 소면적 작목이나 신규 육성작목에 대한 경제성 분석과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를 실시함으로써 농가 및 농업정책 추진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는 전북 동부산악권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고랭지 딸기 육묘와 여름딸기에 대한 경영실태 분석 및 발전방안을 도출하는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지역 딸기 재배면적은 2010년 496ha에서 2016년 764ha로 54.0% 증가했으며, 생산량은 2010년 1만5,599톤에서 2016년 2만2,301톤으로 43.0%가 증가했다.
이는 딸기가 고소득 작목으로 인식되면서 기존 농가의 작목전환 확대 및 귀농인들의 딸기 작목 선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량 증가율이 재배면적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원인은 낮은 품질의 정식묘 사용인데, 전북에서 정식묘 보급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도외 지역에서 많은 물량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조사 추정치에 따르면 약 70% 가량을 도외에서 구매해 도내 자금이 209억원이나 유출되고 있었다.
또한 전북지역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겨울딸기 정식묘 부족으로 자가육묘를 확대하려는 농가도 증가했었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육묘시기 고온 및 다습한 환경으로 실패 농가가 속출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김홍기 박사 연구팀은 전북 딸기 육묘 보급시스템을 갖춰 동부산악권의 고랭지에서 딸기 육묘를 실시하고 평야지에서 겨울딸기 재배를 실시하면, 겨울딸기 수량 증가 및 품질향상, 도외 자금 유출 방지를 통한 정식묘 자급률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세웠다.

◆끝 없는 연구

농산물 소득조사 분석은 조사 작목 재배면적에 비례한 확률비례 추출 통계방법을 적용해 조사 시군을 선정하고, 선정된 작목에 따라 단순 임의추출 및 유의 표본추출 방법으로 선정한다.
조사 표본으로 선정된 농가에 경영기록장을 배부해 기장하도록 하며, 농산물 소득 조사표에 의한 조사결과와 경영기록장을 확인 및 검토하게 된다.
조사·분석 내용은 생산량, 농가수취가격, 재배에 필요한 종자 비용과 감가상각비, 노동비까지 총 30여 항목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이뤄지며, 전산자료로 데이터베이스화해 보존하고 책자로 발간·공포한다.
조사내용은 농가의 개인신상정보 및 영업비밀 등 민감한 내용이 많아 자료의 접근 및 열람은 엄격하게 통제·관리된다.
김홍기 박사는 "무엇보다 농가 조사 중 오전 일찍이나 주말에만 시간이 나는 농가를 만나기 위해 새벽출장과 휴일 조사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던 20년 세월이었다"면서 "지금은 농가의 농업정책 비판의 목소리, 농업연구 및 지도에 대한 조언 등 농가와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고랭지 딸기 육묘 단지화

김홍기 박사팀은 최근 많은 성과를 냈던 고랭지 딸기 육묘 및 여름딸기 관련 연구의 경우 무주, 진안, 남원 지역에서 현재 육묘를 실시하는 고랭지 딸기 농가를 파악했고, 현장방문을 통해 농가의 수익성, 고랭지 육묘의 장점, 애로사항 및 개선사항 등을 조사했다.
우선 고랭지 딸기 육묘와 여름딸기의 소득분석을 실시해 동부산악권 재배작목으로 확대가 가능한지를 파악했으며,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을 적용해 손익분기점 분석을 실시했다. 또한 평야지 딸기 육묘에 대한 소득분석으로 각 지역의 경제성 비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라북도 고랭지 딸기 육묘는 10a당 874만5,575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고, 평야지는 823만46원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수량은 평야지에 비해 높았지만, 집단화 및 규모화가 어려워 농가 대외 교섭력 약화로 평야지에 비해 주당 단가는 낮았다.
반면, 고랭지 딸기 육묘시 시드름병 감소, 일시개화, 런너생산량 증가 등 다양한 장점이 있어 규모화를 통해 판매단가를 높일 수 있다면 사업성이 긍정적일 수 있다.
또한 여름딸기를 재배하는 무주군과 강원도 지역의 소득을 조사·분석했으며, 무주군 여름딸기의 강점, 약점, 기회, 위협요인 분석과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홍기 박사는 "연구과정을 홍보하자 무주 여름딸기를 구매하려는 많은 도매인과 개인 소비자들의 전화에 업무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연구를 완료한 김홍기 박사팀은 농림축산식품부에 고랭지 딸기 육묘 단지화를 위한 지원방안에 대한 정책제안을 실시했다.
총 예산액은 140억원으로,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의 원원묘 생산, 고랭지 지역의 원묘 및 정식묘 생산까지 일괄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인데, 도농업기술원에서 원원묘 생산을 위한 증식 시스템 구축을 위해 농식품부의 종자산업기반구축 공모사업에 응모한 결과 8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연구효과

김홍기 박사팀의 농산물 소득조사 분석 결과는 통계청의 일반통계로 승인돼 '농축산물소득자료집'과 '지역별 농산물 소득 자료' 책자로 발간돼 시험연구사업 및 농업기술지도, 영농손실보상액 산정 및 사실조회,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산정 기준, 농업생산액 지수산출, 생산기반 조사 분석, 야생동물 농작물 피해보상액 산정, 국민기초생활보장 소득기준 산정, 생계곤란자 병역감면 자격심사 참고자료, 차상위빈곤층, 조세감면정책 참고자료, 부동산 불법상속조사 관련 참고자료, 가공원료 농산물 구매 참고자료 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각 공공기관과 대학 등의 산정기준 및 참고자료로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 주요 농산물 가격안정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전라북도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도에 활용돼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액을 일부 보전해 농가의 소득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더 이상 도내 딸기 재배농가들이 정식묘를 구하러 경상도 등에 가지 않아도 되고, 향후 전북에서 5년간의 정식묘 육성이 완료돼 농가에 보급되면 직·간접적으로 113억원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홍기 박사는 "연구사업의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무엇보다 딸기재배 농가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북 농생명 산업의 방향은

김홍기 박사는 미래를 예측한 사례들을 나열하며 농생명 산업의 희망을 설명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게이츠는 "우리는 배고픔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농업은 최상의 과학에 기초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농업은 향후 가장 유망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산업 증의 하나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농업은 국가의 미래를 여는 열쇠", 시몬 페레즈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불모의 사막 이스라엘에서 농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른 산업보다 혁신적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등 농업에 대한 가능성과 무한한 잠재력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북에는 농촌진흥청, 민간육종단지, 한국식품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농업관련 연구 기관이 집적화 되고, 농생명 혁신도시, 새만금 농생명 용지, 국가식품클러스터, 미생물 클러스터 종자·농기계 클러스터 등 농생명 산업의 집적화 여건을 갖춘 게 장점이다.
김홍기 박사는 "앞으로 전북 농업은 클러스터의 고도화, ICT·스마트팜 등 4차산업혁명 기술 실현, 고부가가치 산업육성, 투자와 지원 인프라를 강화한다면 대한민국 농업의 1번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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