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농업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에게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프리지아 연구 목적

프리지아는 2~3월 졸업과 입학 시즌 뿐만 아니라, 기념일(발렌타인, 화이트데이)에 꽃다발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는 주요 화종이다. 또 전북 재배면적이 전국(34ha) 대비 17%를 차지하는 지역 특화작물이기도하다. 프리지아 수입품종들은 국내 적응력이 약해 구근의 퇴화가 빠르고, 일부 품종들은 바이러스, 구근부패 등 병에 약해 절화품질이 떨어진다. 또한 최근 일찍 수확하는 조생종의 재배면적이 많이 늘고 졸업 시기(2월)에 너무 많은 수확량이 몰리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수출시기(3월)에는 수출 물량이 없어 수출경쟁력이 약해지는 실정이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화훼실 이진재 박사 연구팀은 프리지아 국내용 '겹꽃의 조생종', 수출용 '다양한 화색의 만생종'까지 여러 작기에 적용할 수 있고 국내환경에 적응성이 높은 품종 개발을 1994년부터 중점 추진하고 있다.

◆연구 과정

프리지아는 일반적으로 8월말부터 11월초까지 알뿌리를 심어 개화시키는 구근화훼이다. 잎이 형성된 후 7~8℃에서 꽃눈이 생기고, 10~12℃에서 생장과 개화가 잘 이뤄진다.
기존에는 고온기인 여름에는 온도가 높아 생육이 어렵기 때문에 절화 생산 시기가(2~3월) 정해져 있었다.
이에 이진재 박사는 다양한 작기에 구근(종자) 사용이 가능하도록 구근의 휴면타파 기간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고, 구근을 1년 이상 장기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촉성재배(8월 정식)에서부터 억제재배(2월 정식)까지 절화 생산 시기를 확대하는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절화재배 기간이 기존 2~3월에서 12월 크리스마스부터 5월 가족의 달까지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이제는 입학식이 끝나도 꽃 가격이 폭락하지 않게 됐다.
또 수입품종들이 오래되면서 바이러스 병에 약해지고 구근 퇴화율이 높아 절화량과 품질이 떨어지면서 농가수익이 감소됐다.
농가에서 구근 새로운 구근을 수입할 경우 로열티 지불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본 이진재 박사는 2010년부터 국내외 유전자원 약 60여 품종을 수집해 특성조사와 품종육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품종육성을 위해 전북농업기술원에서는 8월말 구근을 정식하고 12월부터 개화시켜 교배에 활용하고 있다.
육성 목표에 따라 선명한 화색, 홑꽃→겹꽃, 많은 소화수, 개화시기(조, 중, 만생)별 등 원하는 형질의 부본 꽃가루를 채취해 개선(목표)을 위한 품종을 모본으로 활용해 암술에 수분시키면 3개월(3월) 정도 후에 결실이 이뤄지고 결실된 종자를 정선한 다음 8월에 파종한다.
이 품종은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개화하는데, 1차적으로 화색과 화형을 보고 원하는 우수한 계통을 선발한다. 첫해에는 약 3만개 계통 중에 300개 정도(1%)를 실생계통으로 선발한다.
선발된 실생은 다시 정식해 매년 신규성, 균일성, 안정성 등을 평가해 우수 계통을 선발하며, 최종적으로 6~7년 동안에 1~3개 계통이 선발돼 0.01%가 품종으로 탄생하게 된다.

◆현황

프리지아는 남아프리카 원산의 구근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말까지 전국에서 재배 및 판매되는 대표적인 겨울화종이다.
2011년∼2012년 100만본 이상이 수출되다가, 최근 엔저 약세로 수출량이 급격히 줄었다.
전북농업기술원에서는 2010년부터 새품종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16년 국내용으로 화색 및 화형이 우수한 극 조생종 노란색 품종 '스피드썬'과 분홍색으로 화색이 우수한 '핑크뷰티', '퍼플댄스', 볼륨감이 많은 흰색 겹꽃 '스노우시즌' 등 4종을 신품종 등록했다. 2017년에는 수출용으로 만생종인 노란색 겹꽃 '썬타임' 과 유색겹꽃으로 핑크색인 '퍼플리버'과 복색인 '스윗살먼' 등 3품종을 신품종으로 등록했다.
또한 2017년 꽃잎이 많아 화형이 흰 장미를 닮은 겹꽃 '화이트러브'를 출원해 재배심사 중이며, 올해 품종 등록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수출용으로 만생종이면서 꽃수가 많은 흰색겹꽃 '화이트드림'과 국내용으로 중생종인 붉은색 겹꽃 '레드문', 노란색 겹꽃 '슈퍼골드' 품종을 출원했다. 특히 '슈퍼골드' 품종은 겹꽃이면서 꽃수가 14개로 많고 볼륨감이 좋아 유망한 품종이다.
전북농업기술원에서는 현재까지 전체적으로 11품종을 개발(7품종 등록, 4품종 출원)했고, 농가 보급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수 품종
   
핑크뷰티, 퍼플댄스, 스노우시즌, 퍼플리버, 썬타임, 스윗살먼, 화이트러브, 화이트드림, 레드문, 슈퍼골드
프리지아 우수품종의 선발과 기호도 평가는 품평회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대학교수, 육종가, 재배가, 소비자, 플로리스트, 경매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화색, 화형, 향기 등 우수형질을 평가하고 선발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프리지아 육종가인 이진재 박사는 "노란색은 대표적인 프리지아 화색으로, 특히 겹꽃이 볼륨감이 좋아 국내에서 인기가 높고, 흰색 겹꽃은 결혼식 부케용으로 인기가 높아 생산시기와 상관없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연구 효과

전북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품종은 농가보급을 위해 대량증식 중에 있으며, 2017년에는 수출용 만생종 노란색 겹꽃 '썬타임'과 흰색 겹꽃 '화이트러브' 두 품종(약 1만주)을 농가에 보급했다.
올해는 약 4만주를 보급할 예정이며, 매년 육성된 품종들을 농가에 보급해 로열티 절감과 국산품종의 수출을 통한 농가소득 증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전북농업기술원 화훼실에서는 최첨단 지열냉·난방 시스템이 가동되는 화훼종묘 보급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연중 우수한 품종을 육성하고 대량으로 증식해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진재 박사는 "프리지아 신품종 육성에 전념해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신품종을 개발하고, 수출품목으로 육성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 박사는 또한 그동안 일본 일변도의 수출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엔저 현상으로 10%~20% 정도 수출가격이 하락하면서 오히려 국내가격이 높을 때가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수출국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중국의 화훼생산 및 소비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중국의 상위층은 고품질의 화훼를 꾸준히 소비하고 있어 고급화종의 수입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20년 후 중국의 중산층이 더욱 증가하면 상위층이 사랑하는 신품종·고품질의 화훼가 크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힘들었던 시기

이진재 박사 연구팀은 국제적 경쟁력이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시간이 많지 않아 최근 5~6년간 목표 타킷을 두고 교배량을 늘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일단 많은 계통을 육성해야 그 중 한 두 개라도 외국품종과 경쟁할 수 있는 품종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박사 연구팀은 매년 1천 조합 이상에 1만5천 개체 이상을 교배해 왔는데, 오전에만 가능한 교배 때문에 휴일도 없이 2~3명의 연구원이 매일 꽃가루를 채취하고, 교배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연구팀은 7년 정도를 투자해 쉽게 이루지 못할 성과를 낸 것이다.
또 교배한 것 중 매년 약 43% 정도가 결실돼 6천500개의 꼬투리를 수확할 수 있는데, 한 꼬투리에서 평균 5개 정도의 종자가 수확돼 약 3만개 이상의 실생에서 선발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보이지 않던 노란색부터 유색 겹꽃들이 2년 전부터 보이기 시작하면서 희망이 생겼고, 이제는 수집한 외국종보다 우수한 우리 육성 계통들을 매일 조사하고 선발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됐다.
이진재 박사는 "품종개발도 중요하지만, 농가에서 우리품종을 고품질로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 품종 마다 그 품종에 맞는 재배기술을 보급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북 농생명 산업의 방향은

이진배 박사는 전북을 우리나라 화훼 수출의 전략기지로 육성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 전략적으로 더 큰 수출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제 경쟁력이 높은 수출용 국산품종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도 제안했다.
수출유망 국산품목의 발굴 및 품목별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매뉴얼화 해 품질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전북농업기술원은 지난 15년 간 나리(백합), 국화, 안개초, 스타티스, 원추리 등 8품목 98종의 신품종을 개발했고, 농가보급도 2007년 0.5ha에서 2017년 20.5ha로 꾸준히 늘리고 있다.
농가에서 검증된 경쟁력이 높은 품종들은 증식사업을 통해 수출작목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전북농업기술원은 수출품종을 개발하고 우수한 우리품종이 신 소득 작목으로 자리 메김 될 수 있도록 재배기술을 매뉴얼화 해 보급할 예정이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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