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에게 배운다 - 완주군 딸기농장 김선근씨 '한별농장'

규모는 작지만 특정 농작물 생산의 전문가이자 가공·판매까지 경영개선을 통해 농업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선도농업인들이 있다. '강소농'이라 불리는 이들은 일반농가에 비해 노력대비 소득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소규모 농업만으로도 농촌에서 성공적으로 영농생활을 영위한다. 특히, '강소농'은 민박, 체험, 농산업, IT, 유통, 수출, 마케팅, 교육, 예술활동 등 다양한 분야와 농업, 농촌, 농민이 결합해 만드는 융복합 부문에서의 창업도 선도하고 있다. '강소농'은 이제 농촌의 영세농가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험이 미약한 귀농·귀촌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완주군 시설딸기농장 김선근씨

2010년 서울에서 완주군 비봉면으로 귀향한 김선근씨(42)는 2011년 2,000㎡(600여 평) 시설에 딸기 토경재배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및 농협에서 딸기 전문과정을 교육받았다.
이후 자신감이 붙은 김선근씨는 시설을 5,300㎡(1,600여 평)로 늘리고, 20114년 1억8,000만원을 투자해 7개동의 시설에 딸기 고설재배 시스템을 갖췄다.
시설 첫해, 적응기를 거쳐 2016년 2억원 이상의 조수익을 기대했으나, 구매한 육묘가 2~3개동에서 문제를 일으켜 1억8,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 2억~2억1,000만원의 조수익을 목표하고 있는 김선근씨는 "딸기 성장 상태로 봐서 올해는 목표를 이룰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관리

'한별농장'을 운영하는 김선근씨는 본인의 농업기술 핵심을 '환경관리'로 꼽는다.
육묘의 어려움부터 양액 비율 등의 어려움까지 환경관리가 농산물의 품질을 좌우하고, 그것이 소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완주군만 해도 예전에 비해 여름철 온도가 높고 습도가 많은 지역으로 변했다는 게 김선근씨의 설명이다.
또한 김선근씨 농가의 위치가 타 농가에 비해 지열온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해가 넘어갈 때 앞산의 그림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환경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설 내부로 눈을 돌리면 육묘장이 고설재배장과는 환경을 달리해야 해서 고민이고, 매일 온도·습도·공기의 질까지 고려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대신 농산물은 품질로 결과를 달리 보여주는데, 농부의 환경관리에 따라 결과물은 천지차이라는 게 김선근씨의 지론이다.
아울러 환경관리 등 기술적 문제는 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

김선근씨가 고설재배 시스템을 갖춘 것은 2015년 농업마이스터 과정을 통해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김선근씨는 그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교육 동기생들과의 정보교류도 교육의 장점으로 꼽는다.
김선근씨는 각기 다른 7개작목을 다루는 교육 동기생들이 모인 '일곱빛깔 무지개'란 자율모임체를 결성,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교육생 모임이다 보니 40대 미만의 귀농자로 구성됐고, 각 품종별로 가공 2명, 재배 5명이 모인 조직이 됐다.
이들은 서로 노하우, 판매, 마케팅, 홍보 등을 돕고 배우며 발전한다.
이에 앞서 김선근씨는 강소농 교육, 한국농수산대 산학협력단 스마트팜 전문교육, 농식품교육문화정보원 딸기ICT교육 등을 수료했다.
꾸준한 교육을 기본으로 삼았기에 중요한 판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당도가 높고, 경도가 강하며, '장희'(일본딸기)에 비해 흰가루병에 강한 '설향'(국산)을 선택했는데, 수확량 역시 20% 증가할 정도로 김선근씨의 딸기는 장점이 많다.
그런데 전주 시장은 딸기 생산자 과잉으로 시세가 약했다.
로컬푸드에 선보여 처음엔 인기를 얻었으나, 곧 경쟁농가들로 인해 재고가 발생했고, 지역 중도매상들의 장난에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주변 10개 농가가 참여한 '어울딸기 작목반'을 결성해 판로를 해결하려 시도했고, 결국 전국 2위의 딸기 장터인 대구 시장에 전량 납품하며 판로를 해결했다.
하여튼 이러한 시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경관리이며,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김선근씨는 거듭 강조한다.
농부의 노력과 정성, 관심이 모인 환경관리를 받은 농작물은 그렇지 못한 농작물과 큰 차이의 결과물을 생산하며, 세심한 환경관리 속에서 새로운 노하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각자 농장별로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환경관리를 기록해 메뉴얼화한다면 자신의 농장을 후대에 정확히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움

딸기농사의 어려움 역시 일손 부족이 1순위다. 적화, 적과, 적엽 등 수시로 환경관리가 필요한데, 마을이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어 노인일손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마을 다문화가정 주부의 일손이 필요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주부여서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외국인 고용을 고려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최저임금 때문에 외국인 고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역시 농촌에서 풀어야 할 1순위 어려움은 일손 부족이다.

◆희열

김선근씨가 딸기 농사에 도전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꼈던 때가 가정을 꾸렸을 때였다.
이쁜 딸기를 재배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현재의 부인을 설득했는데, 딸기를 좋아하는 어여쁜 부인을 얻게 됐다.
또 고설재배 시스템을 설치할 때 토경재배 시 힘들어 몸살을 앓았던 무릎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꼈고, 고설재배로 크게 색깔이 좋은 딸기를 빠르게 수확할 때 희열을 느꼈다.
김선근씨는 "농사 전문가가 되면 결혼할 수 있다"고 농사의 장점을 추가하기도 했다.

◆강소농

'강소농'에 대해 김선근씨는 '교육받은 농가'로 짧게 규정했다.
대부분 농가가 경영관리 부분에서 약세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을 받게 되면 자신과 농장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판매까지 해결되는데, 대부분 소규모 농가로 구성된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서 강소농 교육은 농가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귀농 및 강소농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김선근씨는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귀농을 원하면, 귀농 전 최소 3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작물과 입지를 찾아야 한다. 남들 말 듣고 쉽게 결정한 작목은 쉽게 포기하는 걸 많이 봤다. 다음은 현지인 등 주변사람을 잃는 행동을 삼가해야 한다. 환대를 원하지 말고 먼저 지역민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현지인에게 왕따당하기 시작하면, 애로사항이 꽃핀다. 또 작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제는 관행농법만 따라서는 생존하기 곤란한 시기이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필요할 것이다. 작물의 생리에 대해 이해하고 환경관리 요령을 터득한다면, 농약사용까지 줄어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친해지길 권한다. 어색해 하지 말아야 한다. 어렵게 선택한 귀농이다. 교육생끼리도 친해져야 한다. 이들과의 네트웤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필요한 기술을 해결하고, 현장학습을 공짜로 하는 등 개인이 해결하지 못할 장점을 너무 많이 얻게 될 것이다. 이에 앞서 가고자 하는 지역에서 재배하고자 하는 작물을 키우는 선배를 한 번 찾아보라. 앞서간 선배로부터 정말 귀중한 정보를 많이 얻게 된다. 이를 따른다면 고생은 줄어들고 농촌 정착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다. 농촌정착은 성공의 다른 이름이다."/황성조기자, 전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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