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특정 농작물 생산의 전문가이자 가공·판매까지 경영개선을 통해 농업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선도농업인들이 있다. '강소농'이라 불리우는 이들은 일반농가에 비해 노력대비 소득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소규모 농업만으로도 농촌에서 성공적으로 영농생활을 영위한다. 특히, '강소농'은 민박, 체험, 농산업, IT, 유통, 수출, 마케팅, 교육, 예술활동 등 다양한 분야와 농업, 농촌, 농민이 결합해 만드는 융복합 부문에서의 창업도 선도하고 있다. '강소농'은 이제 농촌의 영세농가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험이 미약한 귀농·귀촌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미리내농원 백순동 대표

미리내농원 백순동(66) 대표는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 후, 2010년경 고향인 장수군으로 귀농했다.
실제 백순동 대표는 나주 출생이다. 단지 선조들의 고향이 장수여서 장수로의 귀농을 택했다.
때문에 귀농 초기 장수군에는 백 대표의 기반이 적었다.
2012년 백 대표는 장수읍 주변 농지 5,765㎡(약 1,747평)를 구입했다.
농사에 자신감이 충만하지 못했던 시기이기에 백 대표는 2,460㎡(약 745평)에 오미자를, 2,460㎡(약 745평)에 사과나무를 식재하고, 밭 630㎡(190평), 하우스 165㎡(50평), 창고 33㎡(10평) 등도 갖췄다.
초기에는 영농경험이 적어 각각 2,640㎡(800평) 정도 규모의 과수원도 벅착 상태였다.
하지만 2,640㎡(800평) 정도가 보통의 1인 경작 규모임을 확인한 후, 오미자와 사과 과수원을 만든 것이다.
이후 2,000주의 오미자 중 2014년 750kg을 수확해 975만원, 2015년 1,315kg을 수확해 1,896만원 등 생과, 건과, 청 등을 판매해 조수익을 올려갔다.
사과 역시 250주로 2015년 7,500kg을 수확해 생과 및 과즙 판매로 3,390만원의 조수익을 올렸다.
백 대표는 오미자 21농가, 사과 26농가, 토마토 2농가 등이 모인 '장수드림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농작업·영농자재 구입·수확물 판매·기술자료 교환 등 조합원간 공동 협업경영체로 운영하고 있다.

◆귀농인은 교육 집중해야

백순동 대표의 빠른 귀농 정착은 교육으로부터 비롯된다.
백 대표는 먼저 장수군농업기술센터가 실시하는 강소농 교육을 통해 오미자와 사과재배 기술을 배워 현장에 접목시켰다.
또한 현장의 문제점은 민간전문가의 컨설팅을 구해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장수군농기센터에서 실시하는 농업인대학 등 귀농 후 지금까지 거의 모든 교육을 이수했으며, 우수교육생으로 인정받아 농촌진흥청장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이밖에 농진청 강소농지원단 컨설팅 지원 3년, 장수군 강소농 심화교육 3년, 장수군농기센터 현장기술지원 3년 등과 함께 인터넷에서도 자료를 찾는 등 교육은 백 대표 성공의 최대 밑바탕이 됐다.
교육에서 얻은 지식으로 안정적인 농장 운영을 지속했고, 이에 더해 각 3년씩 교육을 마친 동기생들과 모임을 만들어 품목연구회를 결성, 리더를 맡기도 했다.
회원간 정보교류 등으로 협업농업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기술센터의 농산물가공센터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농기센터의 각종 지원사업 정보를 먼저 얻어내 경영에 활용하는 등 한 마디로 교육 장학생이다.

◆귀농에 어려웠던 기억

귀농하면서 백순동 대표에게 처음 어려움으로 다가왔던 점은 대부분 귀농자들의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농 정착을 위한 토지 선정과 구입자금 확보가 문제였고, 과원 조성 후 기술 부족과 경험 부족으로 포장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해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발생했으며, 특히 오미자포장의 경우는 식재 원년부터 뿌리썩음병과 줄기마름병 피해가 발생해 방제에 어려움이 많았다.
장수읍은 고지대 산지여서 대부분 고랭지 작목 재배에 유리했지만, 상대적으로 농지 면적이 좁은 지역이어서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또한 원하던 지목 역시 좁은 곳에서 경쟁하다 보니 구하기 어려웠다.
백 대표는 "장수군은 고지대이자 영농면적이 적어 규모의 농업을 이루기 힘든 지역으로, 필히 강소농이 많아야 하는 지역"이라며 "산지 주민들의 부지런한 특성으로 인해 현재 장수군은 전국 단위면적당 소득율이 순위권에 있는 지역이 됐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고랭지 작목 품질이 다른곳보다 뛰어난 대신, 땅이 좁기 때문에 소규모 농가에서 열심히 작목을 가꿔야만 강소농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계획

백순동 대표는 "농촌 정착 후 소득이 늘어 가정생활의 질도 한층 나아지고, 노후대책 기반이 마련됐으며, 건강까지 좋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규모의 영농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원간 정보 및 기술 교류를 통해 농장운영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수확된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장수군농기센터 가공시설 활용, 장수드림협동조합 내 농산물 가공시설 설치 등 추진할 사업도 열거했다.
또한 현재의 농장 규모를 약 2배로 넓혀 인생 2막의 안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후배 귀농인에게

백순동 대표가 후배 귀농인들에게 전하는 조언은 매우 구체적이다.
백 대표는 "귀농 초기 농작물 생산과 관련 없는 곳에 과잉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보통은 퇴직한 귀농자들이 여유자금으로 집부터 투자하는데, 농촌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귀농 초기 영농정착을 위해서는 컨테이너박스에서 살아도 되고, 또 그럴 각오가 있어야 영농 정착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시설부터 투자하고, 그곳에서 얻은 소득으로 나중에 집 짓고 정원만드는게 귀농 순서"라며 "가급적 농기계도 임대하는게 정상"이라고 말한다.
농가부채 원인 1순위인 비싼 농기계를 구입해 봐야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생산에 도움은 미미하고 감가상각만 심해져 결국 자산이 증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강소농으로 가려면 처음에는 농기계를 염두에 두지 말고 소규모 농기구만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요즘은 각 시군농기센터에서 농작업까지 대행해 주니 이를 활용하는게 효율적이란 것이다.
또 백 대표는 "초기 농장 규모가 크면 농기계를 구입하고, 더 많은 인부를 구해야 하는데, 이는 농촌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좋은 집과 좋은 기계를 구입한 초기 귀농자들이 빚에 짖눌려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결국,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게 1순위고, 이후 소득으로 점차 필요한 부분을 채워가야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상식적인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백 대표는 귀농 초보자가 '친환경 환타지'에 너무 몰입되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 대표는 "기존 농약이 뿌려진 농지를 구입해 친환경을 시도하면 거의 실패한다"며 "잔존 농약이 없는 밭이나 논을 새로운 땅에 만들고, 기술 습득을 하려면 농업인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데, 이를 알지 못하고 '친환경 농업'을 시도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이어 "다행히 장수군농기센터는 EM균, 바실러스균, 클로렐라 등을 공짜로 제공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땅을 살리기에 적절하다"며 장수군 귀농의 장점 설명도 잊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백 대표는 '강소농'이 귀농자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농업 규모라고 강변한다.
먼저 강소농은 교육만 열심히 받는다면 적은 토지에서 저비용으로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 돈과 영농기반이 부족한 귀농인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한 강소농 교육을 통해 초기 자금계획은 물론, 유통과 온라인 판매, 가공, 판매 기획까지 습득할 수 있으니 길은 언제나 열려있다는 것.
여기에 교육 과정에서 다양한 농가와 소통을 통해 타 작물의 장점 등을 배우고, 기술 교류는 물론 인적 네트워크까지 형성할 수 있으니 귀농인이 강소농으로 뛰어드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백 대표는 "이밖에 적정한 규모로 인부를 줄이고 가족농 중심으로 가는게 또한 강소농의 장점인 만큼, 귀농인이 선택하기에 그만이다"고 말한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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