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학교체육이 최근 5년 내 최고 성적을 올렸다. 지난 31일 막을 내린 제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전북은 메달 순위 종합 11위로 지난해 보다 두 단계 상승하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공식 순위 발표도 없고 메달 순위가 무의미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학생 체육이 전북 체육의 뿌리라는 측면에서 소년체전의 성적을 무시 할 수만은 없다. 소년체전을 중심으로 전북 학교체육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 본다.

▲전문선수 지원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강원도 일원에서 개최된 제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전북은 기대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 2012년 이후 전북의 성적은 14~1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금메달 20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47개로 총 72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13위를 기록했다. 대회 개막전 예상 성적도 지난해 수준을 맴돌았다. 전북체육회는 올해도 금메달 18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50개를 획득, 종합성적 13∼14위로 전년도와 비슷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북은 올해 체전에서 금메달 21개, 은메달 23개, 동메달 37개 등 모두 81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11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전북선수단의 선전에 가장 기뻐했던 사람들 가운데 하나는 전북교육청 체육 관계자들이었다. 그동안 전북교육청이 학교체육, 정확히 말하면 전문 체육 육성에 소홀하다는 전문 체육인들의 비판이 심심치 않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물론 올 한 해 소년체전 성적으로 전북 학교체육이 성공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스포츠 클럽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는 전북교육청의 학교 체육 정책이 어쩌면 올해를 계기로 전문체육인들의 지지를 더 많이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도교육청은 올해 소년 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단 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육성종목(전문체육) 선수 1인당 40~50만원 훈련비와 격려비를 지급했고 대회 참가비용을 지원했다. 자체 예산이 적은 팀을 대상으로 고가 장비와 용품도 지원했다. 이번 체전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각각 1개씩 획득한 근대 3종은 고가 장비 지원을 톡톡히 본 사례. 전북체육중 근대3종 팀은 고장이 잦은 레이저일체형 총기 대신 800만원을 들여 구입한 신형 총기를 들고 출전, 좋은 기록을 올릴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도교육청이 밝힌 소년체전 훈련비용은 8억 여 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될 사실하나가 있다. 바로 소년체전을 준비하는 전북교육청, 전북도, 전북체육회의 유기적인 협조 관계다.
 “전북도와 체육회 관계자들을 정기적으로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밥이나 술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요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실무적인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이를 통해 지도자의 배치, 지원금 대상 선수 결정 등 사항에 대해 많은 협조가 이루어 졌습니다.”
이선구 도교육청 장학사의 설명에 따르면 선수나 지도자에 대한 지원 대상 선정과 지원이 어느 한 기관의 임의대로 이루어지는 대신 세 기관이 충분히 의견을 나눈 뒤 결정, 효율성이 아주 높았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선수
도교육청은 올 해 소년체전의 성적에 안주하지 않고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과 같이 학교 스포츠클럽은 김승환 교육감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학교체육 정책이다. 청소년기 스포츠활동은 건강 체력 증진뿐 아니라 인성변화, 학업 성취도 향상에 기여한다는 인식 아래 추진하는 사업이다. 특히 전문 체육 선수로 수업을 등한시 했던 학생 선수들이 상급학교 진학이나 일반 사회,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고 도중에 낙오하는 확률이 높은 현실에서 학생 학습권 보호는 도교육청의 당연한 의무라는 판단이 바닥에 깔려 있다. 올해 스포츠클럽 예산은 16억2천만원에 달하며 3억8600만원의 예산으로 193개 우수학교 스포츠클럽을 선정, 지원한다.
전문 체육의 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도교육청의 입장은 뚜렷하다. 전문체육 선수가 아니더라도 모든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신체 움직임을 생활화하여 평생 체육의 기틀을 마련해주는 것이 도교육청의 의무라는 자세다. 또한 스포츠클럽을 통해 체육 재능을 보인 학생들은 엘리트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선구 장학사는 “스포츠클럽 활동과 육성종목 팀 간의 경계가 없다. 재능과 장래성이 있다면 전문체육 선수로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도 초등학교 태권도 경우 학교 육성종목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 선발전을 거쳐 소년체전에 전북대표로 출전한 사례가 있다. 동계종목에서는 학교 육성종목 아이스하키 팀이 선발전에서 스포츠클럽 팀에 밀려 출전하지 못했다.
최근 대상자 선정을 마친 체육영재 지원사업도 눈길을 끈다. 이 사업은 학교체육의 저변을 확대하고 재능있는 체육 꿈나무를 조기 발굴하여 전북대표 체육영재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올해 처음으로 시작했다. 육성종목에 등록된 초등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가운데 초등학생 30명, 중학생 27명, 고등학생 29명을 선정, 한 선수 당 월 10만원 씩 모두 120만원을 지원한다.
이상철 도교육청 인성건강과장은 “전북교육청이 체육 ‘영재’를 공식 사용한다는 사실을 주목해 달라”며 “이 사업은 전북 학교체육의 뿌리를 더욱 튼튼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한 정책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공부하며 운동하는 학생선수 육성’이란 교육부 정책에 따라 육성종목 선수들의 학력기준도 강화한다.
올해 기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생 선수들은 일정 학력수준을 갖추지 못할 경우 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최저학력제가 시행된다. 적용 과목은 초·중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개 과목이며 고등학교는 국어, 영어, 사회 3개 과목이다. 최저 학력기준은 소속 학교 해당 학년 교과별 평균 성적과 비교, 초등학교는 50%, 중학교는 30%, 고등학교는 30%를 넘어야 한다.
또한 운동부 특성상 수업을 받을 시공간적 여건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학생 선수들이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e-school을 시범 구축한다. 시범학교는 전북체육중고, 전주근영여고, 이리고, 김제고 등 10개 교다.
▲학교체육의 미래
이같이 전북교육청의 학교 체육 정책은 비교적 확고한 기준 아래 수립되고 현장에서 집행되고 있다. 전문 체육의 산실인 전북체육회와의 소통도 그 어느 때보다 잘되고 있다는 것이 체육회와 교육청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숙제는 있다. 전반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수 감소의 문제다. 육성종목을 두고 있는 학교가 학생 수의 감소로 팀 해체를 고민해야하는 현실, 새롭게 팀을 창단하고 싶어도 절대 학생 수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다. 스포츠클럽으로 만족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전문선수로 성장하고픈 마음에 육성종목 운동을 하고 싶지만 팀이 없어 애로를 겪는 학생들도 있다.
체육회 쪽 입장은 더욱 적극적이다. 올해 소년체전 36개 종목 가운데 10개 종목은 선수가 없어 출전을 하지 못했다. 이들 종목 대부분이 소위 비인기종목으로 체계적인 진학·진로가 어려워 저변이 취약하기에 특단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시군 지역에 맞는 특화종목을 정해 초·중·고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필요성과 육성종목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최형원 전북체육회 사무처장은 “학교체육과 전문체육을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 반대한다”며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만이 학교체육과 전문체육 모두를 발전시키기 최선의 방안이다”고 강조했다.
이상철 도교육청 인성건강과장은 “도교육청의 학교체육 정책은 스포츠클럽을 통해 일반 학생과 학생 선수 모두가 같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전문체육과 스포츠클럽이 경계 없이 서로 넘나들며 같이 발전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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