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만 해도 고구마를 주식으로나 밥 속에 섞어 사용하던 가구는 많았다. 또 어머니들은 겨울밤 야식으로 사용하고도 남은 찐고구마를 자르고 말려 보관했는데, 이를 '고구마 말랭이'라 불렀다. 최근에는 이 고구마 제품이 세계적으로 웰빙음식으로 각광받으며 다시 한 번 인기를 끌고 있다. 전북 고창 '임성규네 고구마 영농조합법인' 대표 임성규씨(49)는 마을 주 생산물인 고구마를 고부가가치화 하기 위해 '고구마 말랭이' 생산을 시작했다./

◆고구마 말랭이 주산지

고창군은 토질이 황토로 이뤄져 김제시 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고구마 산지이며, 1,200~1,600ha에서 고구마를 매년 생산하기 때문에 '고구마 말랭이' 제작법도 발달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10만평 고구마농사를 짓던 임성규 대표는 2010년부터 가내수공업으로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기 시작, '고구마 말랭이'의 미래 성장성을 미리 확인했다.
이에 지난 2011년 전북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고소득 벤처기업으로 선정된 후, 4,000평 비닐하우스 및 500평 공장, 저온창고 등을 짓고 본격 제작에 나섰다.
임 대표와 영농조합원 20농가의 밭에서 연평균 900톤의 고구마를 생산하는데, 이 중 약 150톤~200톤 가량의 고구마가 말랭이 생산에 사용된다.
또 이 중 수분 및 껍질 등 75% 정도가 제거되면 약 37~50톤(25%) 정도가 상품화 된다.
임 대표는 소비자들이 너무 달아도 싫어하는 점을 알아냈다.
블로그 상 소비자들에게 무작위로 제품 보낸 후, 가장 선호하는 맛을 조사했으며, 가장 적절한 맛과 상태를 찾아냈다.

◆고구마의 재발견

임성규네 고구마는 국내산 고구마 100% 외 첨가물이 전혀 없는 식품이다.
웰빙식품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보면, 건강을 위해 100% 고구마만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성규네 '고구마 말랭이'는 호박고구마를 찐 후 1회 말려 포장한다.
'젤리 고구마'는 밤 고구마를 구워 껍질을 벗긴 후 틀에서 성형하고, 다시 건조기로 말린 후 24시간 냉동숙성한 후 재건조해 포장한다.
그러나 '건강함'을 강조하다 보니 '임성규네 고구마 말랭이'는 제조일로부터 실온에서 유통기한이 2개월인게 전부다.
유통기한을 9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수출이 가능해 현재는 포장 기술로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아시아 및 미국에서 이미 '고구마 말랭이'에 대한 시장이 형성된 상태여서 수출은 꼭 이뤄내야 할 목표다.
이미 시장 조사도 시작됐다.
중국 내 40여개 대형마트를 소유한 한 유통상은 "설탕과 방부제를 너무 많이 넣어 우리나라(중국) 것은 못 먹겠다"며 '임성규네 고구마' 수입을 원했다.
대만, 미국, 뉴질랜드 유통상인들의 타진도 있었다.
대만 상인은 "어릴적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손맛이 느껴진다"고 '임성규네 고구마'를 칭찬했다.

◆정성과 추억을 판매하다

고구마 생물을 생산하고, 말랭이를 만드는 과정 모두 손이 많이 가는게 단점이자 장점이다.
인건비가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정성과 손맛, 추억의 맛을 찾는 소비자는 임성규네 고구마 말랭이에 만족한다.
일본에서도 고구마 말랭이가 큰 인기 상품이다. 우주시대 식량 작물이자 건강식품이며, 웰빙 등에 꼭 맞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변비에 최고이고, 다이어트 식품이며, 동의보감엔 정력제·주독 해소제로 소개됐으며, 감자에 비해 당질과 비타민 C가 많고 칼로리가 낮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아이들 치아 형성 시기에 물고 있기 좋아 최근 엄마들이 많이 찾는 이갈이용 천연재료다.
임 대표는 말랭이 다음단계로 페이스트(으깬 고구마)를 제과점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제품 비율을 40%까지 올리라는게 일본 선진농가의 조언이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내종자 '풍원미'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임 대표는 내년 4~6월 하우스에서 '풍원미' 고구마 순을 생산해 노지에 식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이유 중 임 대표가 정말 판매하고 싶은 것은 '정성과 추억'이다.

◆인력난과 유통망

역시 고구마는 인력난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식재 및 수확이 기계화되는게 소원일 정도로 고구마 생산에서 인력수급 문제는 심각하다.
때문에 임 대표는 농진청에서 기계화 개발을 서둘러 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올해는 메르스로 인한 소비부진 영향을 받아 매출이 소폭 하락한 상태다.
편의점도 유통기한 6개월을 요구해 아직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과 농협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하는게 전부여서 매출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고구마 농사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심고 캐내는데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가공공장까지 매일 평균 30명 정도의 인부가 필요한데, 8만원 정도의 인건비에도 일 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가락시장 및 황토배기 유통에 생물 고구마 700톤 이상을 출하하고, 가공매출 약 4억원 정도를 포함하면 매출은 총 12~15억원 가량인데, 인건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도 필요할 때 인력을 구할수만 있으면 하는게 임 대표의 마음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판매망이다.
지난 선진지 견학에서 일본 농협이 소규모 농가의 생산량까지도 잘 팔아주는 시스템을 보고 마을 농민들이 크게 부러워했다.
농가에게 유통은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최근 우리정부가 농가에게 빚내서 유통에 투자하고, 서비스까지 배우라고 내몬다고 고령 조합원은 지적한다.
현재 농촌 농산물 생산의 주력세대인 고령농들에게 인터넷직거래까지 유통을 배우라기보다,는 농협이 농산물을 잘 팔아주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는게 고령농들의 주장이다.
이에 임성규 대표는 "우리 영농조합원들을 유통으로 내몰 수 없어 마을사람 대표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유통망울 확대해야 하는 길로 들어섰다"며 "아산면에서는 이 분야의 대표가 되는게 내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다./황성조기자

 


첫눈의 설렘, 그대로 유지하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권택 농촌지도사

우리도에 첫눈이 많이 오던 날, 고창 임성규네 고구마 농산물 가공사업장을 방문했다. 폭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첫눈이라는 이유로 매우 좋아하고 즐거워했다.

첫눈은 기다림을 이뤄낸 기쁨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첫 눈을 좋아한다. 임성규네 고구마 젤리와 말랭이도 첫눈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간식거리가 없기에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많이 먹고 자랐다. 그러나 너무 자주 먹다보니 물리게 되어서 투정을 부리면, 어머니께서는 고구마를 삶아 자르고 채반에 담아서 맛있는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어주셨다.

고구마 말랭이 제조과정을 기다리다가 어머니 몰래 먹었던, 그 맛은 아직도 머릿속 깊이 남아있다. 임 대표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고구마를 가공하기 시작했다. 웰빙 시대에 고구마를 생산하는 농가와 재배면적이 늘어가면서 고구마가 물리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해서 5년 전부터 고구마말랭이 가공사업을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과 아이디어로 농산물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녹녹한 현실은 아니다. 고구마말랭이 인기가 높다는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가공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농업기술원에서는 어린시절 그 맛을 요즘 시대에 느낄 수 있도록 고구마말랭이 품질 향상을 위해 고소득 지역특색농업 육성사업을 지원했다.

또한 농가에게는 소비자의 구매 트렌드에 부응하는 방법으로 SNS를 활용하해 소비자와 항상 함께하는 느낌을 제공하고, 고구마말랭이 이미지와 제품의 우수한 특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많은 사람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앞으로도 영농현장에서 임성규 대표와 같이 농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농업인을 발굴하고, 또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해 사업 최적화 방안을 적극 제시하는 지도사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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