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보리, 현미 등의 곡물은 현재 주식인 흰쌀에 비해 잡곡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콩, 현미 등 잡곡이 흰쌀밥보다 훨씬 영양소가 높고, 현대인에게 필요한 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앞서 도정 기계가 정밀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왕겨만 깍아낸 현미가 우리의 주식이었으며, 이때는 흰쌀밥으로 인한 현대인병을 걱정하지 않던 시기이기도 했다. 쌀의 고장 김제 지평선 벽골제에서 찰현미, 홍미, 녹미, 흑미 등 잡곡을 일반미와 같은 주식으로 인식하도록 도전하는 농부가 있어 찾아봤다./

◆오색 현미

특수미를 재배, 가공하는 전북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의 한마음영농조합법인 장수용 대표(48)는 '야미야미 오색미'를 생산한다.
현재 19농가가 찹쌀벼, 적진주찰벼, 녹원찰벼, 신토흑미벼, 신동진벼 등을 계약재배해 영농조합법인에 납품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를 가지고 찰현미, 홍미, 녹미, 흑미, 일반미를 가공, 판매한다.
이들 나락을 심하게 깍아내면 모두 백미로 변하지만, 왕겨층만 깍여나가기 때문에 각각 황, 적, 녹, 흑색의 현미가 된다.
즉, 현미에 포함된 좋은 영양소가 깍여나가지도 않고 색깔도 고운 오색미가 탄생하는 것이다.

◆ 기능성 쌀

우리나라의 쌀 소비는 지난해 1인당 65kg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Medi-Rice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기능성 쌀의 효능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더불어 서구인들의 주식인 빵의 주원료인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밀가루 대용으로 쌀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유색미'가 각광받으면서 당뇨 등에 탁월한 '현미'의 기능성까지를 포함한 '유색현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적색계의 홍진주벼, 적진주벼, 적진주찰벼 등은 폴리페놀과 페놀릭산,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높다.
특히, 적진주찰 현미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및 플라보노이드 함량, 항산화 활성 등이 적진주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페놀은 강한 항산화 작용으로 혈압강하와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페놀릭산은 혈압 강하 및 해독작용이, 플라보노이드는 노화예방과 항균작용이 있다.
흑색계 조생흑찰과 흑찰벼, 흑진주벼 등은 시력보호와 항산화, 노화예방에 효과적인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다.
적미, 녹미, 흑미 등의 항산화 효과 뿐만 아니라 현미로 도정하면 배아(2~3%) 및 강층(5~6%)의 기능까지를 흡수할 수 있으니, '유색현미'를 Medi-Rice라고 부를만 하다.

◆미래 농업인의 도전

장수용 대표는 1998년까지 쌀 포장제를 유통하다, IMF 사태 충격으로 직업을 농업으로 전환했다.
고향 벽골제에서 20ha 정도의 농사를 짓던 장 대표였지만, 항상 수확철이면 한 마디 항변도 못하고 쌀 수집상이 제시하는대로 가격을 낮춰 납품할 수밖에 없어 답답했다.
이에 장 대표는 2011년부터 부가가치가 높은 찹쌀 및 오색미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2014년부터 다품종 계약재배와 함께 가공·유통을 시작했다.
현미는 당뇨환자에게 무조건적 주식이 될 정도로 효능이 뛰어남을 이미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홍미, 녹미, 흑미는 이보다 항산화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오색미는 약품이 아닌 식품인 만큼, 꾸준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주식인 밥 속에 약효까지 포함됐으니, 얼마나 중요한 식품이며, 얼마나 중요한 작물이겠느냐"고 강조한다.
이에 장 대표는 오색미 가공 및 유통까지로 도전 영역을 넓혔지만, 유통 등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기존 질서를 파고들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벼 단계로 거래하던 시절과는 부가가치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꼈고, 가공 및 유통이 나름 매력이 있기도 하다.
더욱이 이제는 노력한 가격을 받고 있다는 뿌듯한 느낌 때문에 다시 1차 생산자 단계로 되돌아가기가 싫다.
아울러 국민 건강과 농민소득 향상이란 명분이 있으니, 장 대표가 추진하는 '유색현미'의 '주식화' 사업은 강한 도전의지까지 장착했다.

◆경쟁과 발전

전국적으로 오색현미를 시도하는 업체수 또한 늘고 있다.
결국, 오색현미 시장에서도 선별 등으로 품질향상을 도모하고 홍보에 노력해 경쟁력을 확보하는게 관건이다.
또한, 오색현미를 혼합곡 및 잡곡 개념에서 주식 개념으로 바꾸는 노력도 꾸준하게 할 필요성을 느낀다.
유색현미는 높은 영양분으로 인해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로부터 선호도가 높지만, 주식처럼 생각하기엔 밥짓는 방법, 품질, 유통, 가격, 종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새로운 소비 트렌드 파악, 이를 위한 마케팅기술과 새로운 사업모델 등이 필요하다.
일반미가 대신하고 있는 즉석가공밥, 쌀과자, 막걸리, 빵, 떡, 누룽지, 국수, 차 등 개발과 함께 시장성, 안정성, 편의성, 수익성 등이 검도돼야 하고, 유통망 확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외식업체에 납품하거나, 가공업체와 제휴관계를 형성하고, 공동구매조합 등과의 연계도 장 대표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 앞서 장 대표는 기본부터 충실히 다져가겠다는 입장이다.
국립식량과학원 쌀 현장명예연구원이기도 한 장 대표는 올해 3월에서야 일손을 줄여 줄 모든 공정의 자동화를 이뤄냈다.
건조기, 선별기, 현미기, 현미분리기, 보관탱크, 색채선별기, 연미기, 곡물진동선별기를 통해 '오색현미' 완제품을 포장하는 단계까지 준비를 마쳤다.
우선 올해 약 100여톤의 오색미를 생산할 예정인 장 대표는 일반미 때와는 다른 큰 소득을 생산농가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한마음영농조합법인 생산농들과 자신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중요한 수순이다.

◆유색현미 즐기기

장 대표가 말하는 유색현미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하게 밥을 짓는 것이다.
물론, 건조·저장·도정기술이 고품질 쌀 및 밥맛을 결정짓지만, 소비자에게는 밥 짓는 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미는 나락 상태에서 왕겨만 깍여나간 상태로, 실온에서 수분이 더해지면 발아할 정도로 영양소가 높다.
때문에 완전 도정돼 생명력을 잃은 백미와는 성질이 달라 저온 보관하는게 좋다.
특히, 최소 12시간 이상 물에 불려 백미와 함께 밥을 지어야 식감도 뛰어나고, 몸으로의 흡수력도 좋다.
장 대표는 "발아현미 또한 몸에 이롭기로 소문났는데, 12시간 이상 불리는 것도 좋고, 위에 부담도 적다"며 "또 많이 씹을수록 맛이 느껴지는데, 다른 음식물까지 오래 씹게 돼 소화 및 영양소 흡수력, 육체적 건강 모두 좋아지게 된다"고 설명한다./황성조기자

 

기고: 틈새시장 공략, 부농을 꿈군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이덕렬 농업연구사

벼는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로 약 1억4천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해 오랜 시간 진화를 거쳐 현재 벼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야생 벼들이 자연 상태로 순화되고 적응하면서 재래 벼로 발전하고, 인위적으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먹거나 재배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가는 ‘육종’과정을 거쳐 왔다.
지금까지 수량성 높고 밥맛이 우수한 품종들이 많이 개발되어졌으며, 이제 벼는 건강 기능성이 더해진 다양한 유색미로 진화 중에 있다. 유색미는 현미의 색이 검은색, 빨간색, 녹색 등 각기 다른 영양학적 가치를 지닌 색소로 이뤄진 ‘색이 있는 벼’다. 특히 검정쌀은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노화지연, 피부미용,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고, 식이섬유 함량이 현미보다 많아 소비자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전북지역은 전국 흑미 재배면적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주산지로 진안, 정읍, 익산, 김제 등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이 중 김제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한마음영농조합법인(장수용 대표)은 드넓은 김제평야에 흑미 재배단지를 조성해 품질이 우수한 원료곡을 생산하고 있다. ‘15년에는 흑미 사업을 전문화하기 위해 전문도정시설을 완공했으며, 가공판매까지 영역을 확대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농업은 ‘93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시작된 시장 개방화 물결에 따라 쌀시장이 개방된 반면, 쌀 소비량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있어 농업인의 시름은 깊어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쌀 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식량안보, 국가 기반산업이다.
따라서 전북농업의 중심에 서있는 농업기술원에서 급변하는 국제여건과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용, 기능성 특수미 품종 개발에 더욱 노력하고, 묵묵히 한 분야에서 최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장수용 대표 같은 분들이 많이 나온다면, 앞으로의 전북 쌀 산업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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