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부모에게 무척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처음 부모가 됐을 때는 기쁨도 크지만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갖게 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게 선배엄마들의 조언이나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간의 소통이다.
육아에 대한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모인 이들이 있다. 육아공동체 ‘나무(대표 김경숙)’와 공동육아모임 ‘숟가락(대표 이영미)’이다.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이들의 육아방식을 들여다보자.

▲육아공동체 ‘나무’=나무는 1~8세까지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모여 ‘함께 나누고 함께 돌보는’ 육아공동체이다.
3년 전 전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품앗이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됐고, 지난해에는 주4회 이상을 모여 보육·교육시설을 대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엄마들이 힘을 합한 육아활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요즘과 같은 핵가족 시대에 아이들은 형제자매와 어울리며 협동심과 배려심을 알아갔고, 엄마들은 올바른 양육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육아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성장해도 공동육아를 지속하고, 소중한 경험들을 이어 나가기 위해 결국 육아공동체 나무를 결성하게 됐다.
8가족이 500만원씩 출자금을 내 마련한 공간인 ‘나무’는 전주시 송천동 롯데마트 송천점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문을 연 나무는 육아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육아나눔터와 엄마들이 마음 편히 식사 등을 할 수 있는 맘스카페로 이루어졌다.
나눔터에서는 숲놀이, 책놀이, 조물락미술 등 아이와 엄마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월~금요일까지 진행된다. 별도의 강사는 없다. 풀과 나무에 대해 잘 아는 엄마가 숲놀이 선생님이, 책을 조금 더 재미있게 읽는 엄마가 책놀이 선생님이 된다.
지난 3년여간 품앗이 모임을 하면서 엄마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능력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무엇인지도 발견하게 됐다.
더욱이 나눔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회원들 뿐만 아니라 일반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주변 엄마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달에 1~2번은 외부 전문가를 초청한 부모교육 특강도 마련된다. 부모교육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전제 아래 엄마들의 육아스트레스를 줄여주거나 자아감을 높여주기 위한 차원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공동체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건지산 등에서 숲놀이를 한 뒤 나무에 모여 공동식사를 하는 것으로 일주일을 마무리한다. 식사 시간이면 엄마들은 공동육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게 된다.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스스로 숟가락을 놓고, 반찬을 나르고,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챙기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경숙 대표는 “아이들에게도 엄마들에게도 나무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면서 “앞으로 나눔터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활발한 활동을 통해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모임 ‘숟가락’=한 직장에 다니는 동료들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졌다. 모두들 첫 째아였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완주군의 공동육아모임인 숟가락은 이같은 계기에서 출발하게 됐다.
마침 지난해 8월 완주CB센터에서 공동육아 특강이 마련됐고, 그 특강에 참여했던 가족중 일부가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공동육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10가족이 공동육아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3시까지 숲놀이, 책놀이, 모래놀이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숟가락의 육아철학은 아이들을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년여를 숲을 교실삼아 활동해왔다. 날씨가 더우나 추우나 아이들과 함께 숲을 거닐고, 들로 나가 활동하면서 다양한 자연을 경험했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초창기에는 전주코끼리유치원 유혜숙 원장이 아이들의 발달과정 등에 대한 특강을 해주었고, 숲놀이 전문가 남채희씨는 1년여 동안 봉사활동으로 도움을 줬다.
숟가락 회원들은 공동육아모임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회원들 전부가 귀농귀촌한 이들로 지역에 연고가 없기에 공동육아모임으로 맺어진 인연이 가족이자 이웃인 셈이다.
가족 모두가 함께 아는 믿을 수 있는 이모·삼촌이 생긴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하는 회원들이다.
그동안 거점공간이 없었던 이들에게 최근에 기쁜 일이 생겼다. 완주군 고산면 지역경제순환센터 내에 ‘공동체 공유공간 숟가락 콩빵’이라는 이름으로 활동공간을 마련하게 된 것.
공동육아모임인 숟가락을 비롯해 ‘미디어공동체 완두콩 협동조합’, ‘완주줌마뜨레 제과제방 생산과 협동조합’이 함께 보금자리를 꾸리게 됐다.
이영미 대표는 “실내공간은 물론 모래놀이터와 텃밭 등 아이들과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돼 기쁘고, 이들 공간을 지역사회에 최대한 오픈할 생각이다”면서 “지역 곳곳에 공동체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kjhwjw@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