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학교. 마을의 중심이었던 학교를 살리는 길이 바로 마을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임실대리초등학교는 그러한 면에서 이미 성공한 학교다.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도시에서 전학오는 학교. 또 농촌유학센터를 통해 유학 오고 싶어 하는 학교. 이제는 방과후 마을학교를 통해 교육공동체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

지난 2009년 겨우 17명의 학생들만 다니는 폐교 위기의 학교에서 불과 2년 만에 8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변화한 대리초등학교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9년 양성호 교사와 동료 교사들이 이곳으로 귀촌한 뒤 시작된 대리초의 변화의 핵심은 바로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학교를 살리는 길이 바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름길임을 이야기하면서 학교 살리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같이 했다.
이런 고민을 통해 시작한 것이 바로 농촌유학센터. 2009년 12월 문을 열어 6년째 이어오고 있는 동안 어려움도 있었지만 마을과 학교가 함께 협력하고 운영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양 교사는 “마을 주민들이 학교를 살리는 문제에 공감해주시면서 많은 도움을 줬다. 마을의 빈집을 농촌유학을 희망하는 학부모에게 소개 시켜주시며 농촌유학센터가 활성화 되기 시작했다”며 마을과 학교의 결합이 큰 시너지 효과 냈다고 소개했다.
대리초가 지난 2011년 전라북도 1기 혁신학교로 지정된 것도 큰 힘이 됐다. 지역사회 협력을 중심정책으로 삼아 느리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 위해 슬로스쿨(SLOW SCHOOL)을 주제로 학교를 운영했다. 여기에 교육부 돌봄교실 운영학교로 선정돼 많은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농촌에는 인구 감소로 친구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사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으로 그나마 있던 아이들도 학원에 다녀 동네서 같이 놀 수 있는 친구가 없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를 학교안으로 유도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리마을의 역사와 자연환경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 뿐 만 아니라 방과후 활동에도 적용했다. 아이들과 마을 락밴드를 만들고 제과제빵 교육도 실시했다. 동물농장, 경로잔치 참석, 마을 벽화 그리기, 텃밭 가꾸기 등도 빠지지 않았다.
이같이 대리초등학교-대리마을-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의 끈근한 네트워크 성과는 전국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이러한 대리초등학교의 성공과 경험은 방과후 마을학교로 이어졌다.
“아이들을 마을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학교안에 있던 방과후 학교를 마을로 돌려보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키워야 합니다”
양 교사는 방과후학교를 지켜보면서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아무리 편해도 학교’라며 공간을 마을로 확장하는 것이 아이들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오래전부터 ‘방과후학교 지역화’에 대해 고민해 왔던 양 교사는 현실적 필요성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교직원들의 방과후 학교 업무 기피 현상, 둘째는 정규교육과정 내실화를 위한 교직원 업무 경감 필요, 셋째 학교 공간만 사용함으로 인한 수업 연장 분위기로 학생 참여도 저하, 넷째 관행적인 방과후학교 운영에 따른 학부모 만족도 저하, 다섯째 농촌지역 소규모학교 강사 수급의 어려움이 그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과후학교를 마을 공간으로 옮기고 지역화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건실한 사회적기업과 위탁협력으로 학부모, 주민을 강사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과정에서 학교밖 하드웨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리초의 경우 하드웨어가 잘 갖춰져 있다. 7가구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귀촌해있고 5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는 대리교육문화마을에 작은도서관이 이달초 문을 열었다. 여기에 학교 운동장과 강당, 유학센터 시설 등이 있다. 학교밖 마을학교를 운영하는데 손색없는 공간이 연결돼 있는 것이다.
방과후 마을학교사업은 지역사회 중심의 지역교육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하는 김승환 교육감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15일 현재 지역에 따라 시작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유학센터가 운영하는 대리 방과후 마을학교는 현재 개강 이후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대리마을 방과후 마을학교는 마을자원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등을 마련, 이를 통한 인성함양과 진로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부프로그램으로는 전통전래놀이, 자율활동(돌조각 체험), 동아리 활동(다모임 프로그램), 진로활동(제빵체험), 봉사활동(빵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주말에는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양 교사는 “이같이 방과후 마을학교는 농촌유학센터 운영으로 쌓인 노하우를 적용해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향해 가고 있다”며 “한때 생기를 잃었던 농촌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은 학교의 변신은 교육공동체 실현이 지역을 살린다는 또 하나의 반증이다”고 강조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