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3>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

27일 완주군 소양면 철쭉도서관 공동체 ‘들락날락’ 사무실. 낮 12시가 넘어가자 소양지역 학부모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소양초·중학교 학부모들과 중학생인 아들을 졸업시킨 학부모까지 8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이날 만남은 소양교육공동체 준비를 위한 모임. 소양에 새로운 교육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소양중학교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단지 2학년 32명의 아이들을 위한 체육대회 기획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 바람은 이제 지역교육공동체 준비 논의로 까지 이어진 것이다.
대부분 시골학교가 그러하듯 소양중학교도 부모의 알뜰살뜰한 보호 아래 성장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계기를 불어 넣는 일은 학교나 지역 모두의 고민이었다.
특히 학교의 고민은 컸다. 수업을 제대로 진행 할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한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가 큰 문제였다. 이때 만난 것이 바로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대표 양정숙·이하 지원센터)였다. 소양중은 주체적 교육공동체 만들기를 목적으로 지난 2013년 출범한 지원센터와 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통합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원센터 교육통합프로그램의 하나인 체육대회 기획 프로그램은 학생들 스스로가 체육대회를 기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학생들 스스로가 목표와 미션을 정하고 체육대회를 실시하고 평가하는 단계별 프로그램이다.
또한 학생-교사-학부모가 서로 만나 얘기를 듣고 표현하는 자존감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지난해 11월 인기 TV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 생방송’ 현장을 방청한 것도 바로 ’자존감회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이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성적 향상은커녕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학년 분위기였는데 학생들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는 시험 범위를 물어보고 교과서 등 수업 준비도 착실해졌습니다. 교실 분위기가 좋아지니 선생님들도 수업에 더 많은 열정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김종안 소양중 교장은 아이들이 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는 교실에 대한 만족은 학부모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학부모들이 교육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지역 4개 초등학교에 학부모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졌으며 궁극적으로 ‘소양교육공동체’로 결실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지역 어디나 학생들의 처지는 비슷합니다. 아이들이 지닌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들의 일차 목표입니다. 아이들의 삶을 존중하면서 이들을 건전한 공동체 안으로 유도하는 것이 교육통합프로그램의 지향점입니다”
임성희 지원센터 팀장은 학생들의 작은 변화가 궁극적으로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학부모들이 아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학부모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면 선생님들이 변합니다. 선생님들이 변하면 학교가 변합니다. 그러면 학부모들이 생활하는 지역에 활기가 넘치게 됩니다. 바로 아이들의 작은 긍정적 변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원센터의 교육통합프로그램은 완주지역 여러 중학교에서 진행됐거나 진행 예정이다.
지난해 용진중학교에서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체육대회와 진로탐색, 축제 등 통합프로그램을 거의 다 시행했다. 특히 진로직업체험프로젝트는 방과후 지원 교육통합프로그램 연계 모델을 적용해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도 구이중학교에서 리더십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6일 3차 예비모임을 갖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방과후 수업이 학교 밖으로 나올 것을 대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의 삶을 재해석하는 가칭 ‘한 어른의 구술생애’ 사업이 그것으로 지역과 보다 밀착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화꽃 아저씨’나 ‘쑥떡 할머니’ 같이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어르신들의 삶을 자라는 학생들이 체험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이 교육통합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업을 수행하는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가 전국에서 유일한 교육전담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점이다. 지역교육전문가 집단을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형태로 두뇌와 예산의 결합이 이상적으로 이뤄진 사례다.
자치단체가 교육을 학교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지역 문제로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 팀장은 “소양중학교의 경우 면사무소의 이해와 지원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교육의 효과(?)라는 것이 몇 년 내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교육통합에 대한 행정의 이해는 사업 추진에 많은 보탬이 된다”고 밝혔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