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를 회복하자

일등, 성적, 경쟁 등을 강요하며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기존 교육에 대한 우려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이에 따라 교육 양극화도 두드러진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을 통해 특목고,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농어촌과 서민들의 자녀들은 사교육을 받을 경제적인 여건도, 돌봄을 받을 여유도 없다. 그래서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하는 학교뿐 아니라 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하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교육공동체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도내 사례를 중심으로 확산 가능성을 살펴본다.

<1> 교육공동체 왜 필요한가?
중2병. 중학교 2학년, 자아형성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이 가장 심한 시기로 부정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병 아닌 병’이름이다. 하지만 이 병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병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겪는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을 특별히 못살게 괴롭히는 스타일 인가요? 아니면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왕따인가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이는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중2병을 앓는 아이를 둔 학부모의 고민을 풀어준 해답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모들의 관심사각지대에서 놓인 아이들은 성장기 아픔이 가슴 속 낙인이 될 수 있다.
어른들이 성장하던 시기는 학교 친구들이 많았다. 사춘기의 방황 속에서도 조심스러운 비밀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학생들은 이런 친구가 부족하다고 한다. 진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지만 서로의 집을 방문한 경험도 없는 관계도 많다. 잘 아는 것 같지만 막상 어떤 예민한 상황에 처했을 때 친구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전북대 행복드림센터 윤명숙 교수는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밀이 많습니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얘기할 상대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밤을 새며 자신의 장래와 고민을 얘기하는 대신 대부분 스마트한 통신세계 속에서 익명성으로 자신을 숨기고 사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외롭다. 이제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 정도다. 형제자매간의 살가움은 머리로 그릴뿐이다.
부모도 바쁘다. 중산층 이하 대부분은 맞벌이다. 학교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면 반가운 얼굴로 가방을 받아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어머니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성장기에 꼭 필요한 관심마저 받지 못하고 성장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렇다고 동네에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다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기 바쁘다. 학원을 가지 않으면 친구 만나기도 힘들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들이 맘껏 뛰놀고 건강하게 자라기 바라지만)학력이 아이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서민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몇 년전 아이를 외국어고에 보낸 박모(50·효자동)씨는 “아이가 중학교 다닐 때 한달 평균 사교육비로 100만원에서 15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한달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투자했습니다. 외국어고를 가야 좋은 대학을 가고 그래야 좋은 직장을 얻을 것 같아서요”라며 당시를 떠올린다. 한 마디로 아이 교육 뒷바라지를 위해 경제적인 비용부담과 함께 많은 부분을 희생했다고 회고한다.
형제가 없는 아이들, 성적에 눌려 기를 못 피는 아이들, 부모님의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특히 사회경제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농어촌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소위 교육 인프라가 대도시에 비해 매우 부족하고 가정환경 또한 불우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도내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2011년 6월 고산의 향기나는 교육 논의를 시작한 ‘고산향 교육공동체‘를 비롯해서 진안교육협동조합(마을학교) 등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많이 있다.
고산향은 농촌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역 교육 주체들의 자발적 연계활동으로 탄생한 농어촌 교육네트워크로 고산면 5개 학교(고산초, 삼우초, 고산중, 고산고, 전북푸른학교)와 지역아동센터, 교육공동체 이웃린 등이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의 영역 별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펼쳐왔다.
또한 진안교육협동조합은 진안지역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부모, 교사, 돌봄·방과 후 강사 들이 만드는 교육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정규 교과는 선생님들이 전담하고,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학부모들과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완주교육통합지원센터도 ‘갈등 속에서 배려를 배우고 어려움 속에서 나눔을 실천해 가는 협업을 통한 공동체’를 목표로 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을 실천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교육청과 자치단체간 협력도 서서히 가시화 되고 있다.
완주교육지원청과 완주군이 지난 12월 초 완주교육 발전을 위해 창의적 교육특구(로컬에듀)를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전북도교육청도 가정 환경과 지역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원도심 학교 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력은 물론 지역 민간단체와 협력하는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학교가 지역과 함께 가야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목표가 좋은 학교 진학이 아니라 이웃·지역의 연대와 공생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알아차리고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국 학교는 지역사회를 향해 문을 열고 지역사회와 맞물리며 교육생태계를 복원해 나가는 중심에 서야한다”<김진경 ‘유령에게 말 걸기’ 본문 중>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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