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화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교육발전특구는 지역이 스스로 공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제도다. 돌봄, 디지털 교육, 지역산업 연계, 교육과정 혁신 등 ‘프로그램·인력·연계 모델’이 핵심이며, 본래는 지역교육의 질을 높여 학부모의 교육불안을 줄이고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필자는 최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전북의 교육발전특구가 이러한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특구의 모습은 기대와는 달랐다. 부안의 제과제빵 교육센터, 순창의 어학 진로센터, 군산의 꿈이음센터, 김제의 인성교육 마음학교 등 다수의 사업이 교육 프로그램보다 ‘시설 조성’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었다. 교육 인프라가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의 사업은 특구가 아니어도 기존의 지역교육협력사업, 폐교 활용, 평생학습 예산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특구 예산이 투입된 배경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성과지표와 예산 구조의 불일치다. 교육발전특구가 추구하는 성과는 학업성취도 향상, 사교육비 절감, 지역 정주 여건 개선, 지역 인재 양성 등 소프트 영역에 있다. 이런 성과는 결국 교사 역량, 교육과정의 질, 학생 프로그램의 다양성,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특구 사업의 예산은 건물·공간 조성 같은 하드웨어에 편중돼 있다. ‘성과는 소프트에서 측정하면서 예산은 하드웨어에 투입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2026년 교육부 특별교부금이 기존 3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축소되는 상황도 부담을 더한다. 재원은 줄어드는데 유지비와 관리비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시설사업을 계속 승인한다면, 특구는 미래전략이 아니라 재정부담이 될 수 있다. 건물은 한 번 짓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운영비는 매년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도교육청과 지자체의 몫이 된다. 잘못하면 “예쁜 건물만 남는 특구”가 될 위험이 있다.
전북은 이미 늘봄학교, 협약형 특성화고, 진로체험센터, 디지털 교육혁신 등 특구와 유사한 성격의 여러 사업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특구 안에 이와 비슷한 구조의 사업들이 다시 들어오는 중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가 “기존 사업의 확대판”으로 비칠 경우 정책의 신뢰도 또한 떨어진다. 특구다운 이유, 즉 ‘특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필자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도교육청에 여러 질문을 제기했다.
시설비 최소화 원칙을 시군에 충분히 안내했는지, 시설 중심 사업의 적정성과 기존 시설과의 중복 여부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성과지표와 실제 사업 간 연계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특별교부금 축소 상황에서 교육 중심 구조로 전환할 계획은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교육발전특구가 본래 취지로 기능하기 위한 필수 점검이다.
교육발전특구는 전북의 미래전략이다. 인구감소 대응, 지역산업 연계, 교육력 강화 등 전북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해결할 중요한 도구다. 그렇기에 더욱 교육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건물보다 교육과정, 시설보다 인력, 공간보다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
교육혁신은 공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교실의 변화를 만드는 교사, 그 수업을 체험하는 학생, 지역사회와 연결된 교육과정에서 시작된다. 전북의 교육발전특구가 본래 취지를 회복해 아이들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꼼꼼히 점검하고 방향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