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재배 씨 없는 수박들고 환하게 웃는 정주형 농업연구사.
수경재배 씨 없는 수박들고 환하게 웃는 정주형 농업연구사.

최근 농식품 소비트렌드는 간편함과 기능성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씨가 없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씨 없는 수박'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씨 없는 수박을 지역 대표작목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연중 안정생산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과 스마트팜 기반의 정밀재배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는 전북농업기술원 과채류연구소 정주형 연구사를 만나 연구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연구배경 및 필요성

수박은 씨를 제거하고 먹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에게 기피되기도 했다. 특히 어린이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먹기 편한 씨 없는 수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씨 없는 수박 품종은 일반 수박과 비교해 고온에 강한 특성을 지녀, 농가들에게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작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씨 없는 수박의 재배 면적은 지난 2010년 130ha에서 2024년 930ha로 약 7배 증가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재배 방식은 여전히 단동하우스 시설 기반의 토경 재배 방식에 머물러 있고, 자동화 시스템 도입은 초기 단계다. 농촌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화율이 높고 정밀재배가 가능한 스마트팜 기술의 접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술의 내용 및 성과의 차별성·우수성

전북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에서는 씨 없는 수박 재배를 확대하고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핵심기술을 개발해 왔다. 특히 불임꽃가루 국산화, 소형터널 자동개폐 시스템, 수경재배 기반 스마트팜 기술 등 다양한 핵심 기술을 개발해 왔다.

고온기에 강한 씨 없는 수박은 저온기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불임꽃가루를 활용한 인공수분이 필수다. 하지만 불임꽃가루는 현재까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기술력을 확보했다. 

먼저 물리적 채집방식을 적용한 꽃가루 채집장치를 개발했다. 채집기술은 진공흡입기를 활용해 꽃가루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기술의 핵심은 흡입기 입구에 와류(渦流)를 형성해 수꽃의 꽃가루가 와류에 의해 떨어지게 만들며, 떨어진 꽃가루는 거름망을 통해 필터링돼 모아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방법은 기존의 화학적 채집방식 보다 꽃가루 채집효율을 36.2% 향상시켰으며, 저장기간도 기존 2주에서 8주로 증가시켜 국산화 가능성을 높였다. 개발한 채집장치에 대해서는 산업재산권 출원도 완료했다. 

또 저온기 재배 시 필수인 소형터널의 수동 개폐 작업은 노동력이 많이 드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터널 개폐를 자동화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자동화 구조설계의 핵심은 시설하우스 측면의 파이프에서 중앙까지 소형터널을 설치할 수 있는 파이프를 연결해 위치하게 하고 파이프 위의 모터가 비닐을 감아 자동개폐가 가능하면서, 측면과 연결된 파이프는 경첩으로 고정해 중앙부가 측면부로 회전이동이 가능하게 해 시설하우스 로터리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위치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온도와 일사량을 고려한 복합환경관리로 스마트한 자동개폐가 되게 제어조건을 세분화했고, 이에 따라 노동력을 97% 절감하고, 상품수량은 10%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기존의 토경재배 위주의 재배방식에서 벗어나 연작피해 없이 농작업의 자동화가 쉬운 수경재배 생산체계를 확립해 연중생산이 가능한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지속가능한 미래농업 실현에 다가서고 있다. 

△기술·경제적 파급효과

개발된 연구결과는 기존 토경 중심의 수박 재배 한계를 넘어, 정밀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팜 기술의 접목을 실현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소형터널 자동개폐 시스템은 온도·일사량을 기준으로 작동하며, 스마트팜 고도화 단계의 지능형 환경제어 기술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수경재배 기반 수박 스마트팜 시스템은 향후 AI 기반 환경제어, 급액관리, 정밀농업 등과의 융합 가능성이 높아, 미래농업을 선도할 시설원예 분야 전반의 고도화 모델로 확산될 수 있으며, 한국형 스마트농업의 기술 독립성과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꽃가루 채집장치 개발을 통한 장기 저장기간 개선은 씨 없는 수박의 연중생산 체계 구축과 불임꽃가루 자급화를 가능하게 하고,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한 착과 불안정 문제에 대응해 안정적인 꽃가루 관리 기술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저온기 씨 없는 수박 생산은 일본의 불임꽃가루 공급량에 따라 생산이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수입가격은 10a 기준 약 250,000원으로 농가의 부담이 컸지만 이번 국산화를 통해 160,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어 비용을 32%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일반수박 대비 1개당 2,000∼3000원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어 공급량을 확대해 일반수박 대신 씨 없는 수박을 생산할 경우 소득을 50% 이상 향상시킬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에서 불임꽃가루를 자체 생산하고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해 저온기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에게 공급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도내 전체 저온기 수박 재배지로 확대 적용 가능하다. 또한 소형터널의 정밀 자동개폐 관리기술은 농가의 노동 부담을 크게 줄였으며, 스마트농업에 관심 있는 청년 인력의 유입을 유도하고 고령화된 농촌에 노동력 절감 효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계획

정주형 연구사는 "씨 없는 수박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고온기에 안정생산이 가능하고 소비트렌드에 맞춰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유망작목이다"며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으로 씨 없는 수박을 지역특화대표작목으로 선정하고 전북을 넘어 우리나라 대표작목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씨 없는 수박의 연중생산과 미래농업에 대응해 스마트팜 기술을 접목한 정밀생산 기반을 구축했다"며 "최근에는 더 나아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기능성 제품과 업사이클링 가공제품을 개발하고 장거리 저장·유통기술 연구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정 연구사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소비시장을 확대하고 씨 없는 수박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농가의 애로해결을 통해 농가소득을 증대하고 수박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고 말했다.

 

김형국 농업연구관(과채류연구소 수박시험장장).
김형국 농업연구관(과채류연구소 수박시험장장).

"씨 없는 수박이 이끄는 수박 산업의 변화, 중심엔 전북특별자치도""

△김형국 농업연구관(과채류연구소 수박시험장장)

 무더운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수박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녹색 껍질에 검은 줄무늬, 붉은 과육에 씨앗이 박힌 수박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흑피수박, 망고수박, 애플수박, 씨 없는 수박 등 다양한 형태의 수박이 등장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편이성’이라는 소비 트렌드가 있다. 그중에서도 씨 없는 수박은 먹기 편하고 당도가 높아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불필요한 씨가 없어 섭취가 간편하고, 깔끔한 과육 덕분에 고급 과일로서의 이미지도 더해진다. 더욱이 씨 없는 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생육에 적합한 온도가 5℃ 정도 높아, 고온기 재배에 더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고온 재배가 불가피해지는 요즘, 재배 농가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국내 수박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전북의 수박 재배면적은 2023년 기준 2,254ha로 전국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평야지부터 준고랭지까지 고르게 재배되어 연중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북 수박시험장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씨 없는 수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재배기술을 체계화했다. 현재는 익산, 정읍, 고창을 중심으로 씨 없는 수박 재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전국 유통시장에서도 품질을 인정받는 주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수박은 단동하우스에서 토경 재배 방식으로 키워져 스마트팜 기술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전북은 수박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경재배 시스템을 도입하고, 스마트팜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의 안정성과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고, 노동력 절감과 데이터 기반 농업으로의 전환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수박은 이제 단순한 여름 과일이 아니다. 사계절 내내 생산되어 언제든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공급될 수 있는 과일로 변모하고 있다. 씨 없는 수박의 대중화, 스마트팜의 고도화는 수박 산업의 미래를 이끌 핵심 전략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있다.

전북의 수박 산업은 지역 농업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 수박의 경쟁력을 이끄는 성장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전북 수박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향해 힘차게 도약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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