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희 전북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석좌교수가 전라일보와 인터뷰에서 삼양그룹 장학재단 수당재단의 '제34회 수당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원철기자
이중희 전북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석좌교수가 전라일보와 인터뷰에서 삼양그룹 장학재단 수당재단의 '제34회 수당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원철기자

이중희 전북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석좌교수가 삼양그룹의 장학재단인 수당재단 '제34회 수당상 응용과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023년 '제19회 한국 공학상' 수상에 이은 쾌거다. 지난 30여 년간 복합재료와 나노 기반 에너지소재 분야에 집중해온 이중희 교수는 국내 최초로 수소차용 초고압 수소저장용기의 상용화를 실현하고, 수전해 전극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기업을 통해 해외 수출까지 이끌어낸 주역이다. 연구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 대학에서 시작해 세계적 수준의 기술 성과를 만들어낸 이 교수의 업적은 모교 후배들과 지역 연구자들에게 도전과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본보가 오는 20일 제34회 수당상 수상을 앞둔 이중희 교수의 업적과 걸어온 길 등을 들어봤다.

 

-수당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수당상'이라는 뜻깊고 훌륭한 상을 처음 만드신 수당 고 김연수 회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로 34회를 맞이하는 수당상 응용과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무한한 영광이며 여기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응용과학부문은 학문 영역도 넓고 훌륭한 연구자도 특히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저를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모름지기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상 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별히 지역연구의 인적·물적 자원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계기가 돼 더욱 기쁘게 생각합니다.   

 

- 교수님께서 30여 년간 걸어온 연구 주제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지난 30여 년간 전북대학교에 재직하면서 복합재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복합재료라는 것은 서로 다른 여러 가지의 특징을 가지는 재료를 혼합해 만드는 소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하나의 소재가 가지는 장점은 살리면서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소재를 혼합해 더욱 우수한 재료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탄소섬유·에폭시 복합재료를 들 수 있습니다. 탄소섬유는 매우 강하나 잘 부러지고 특히 압축의 힘이 매우 약합니다. 그러나 에폭시 고분자 수지와 탄소섬유를 혼합하면 충격에도 강하고 압축에도 아주 강한 우수한 재료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료를 이용하여 전 세계에서 최초로 700 기압의 수소자동차용 초경량 수소저장 용기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넥소의 연료탱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연구에서는 나노 복합소재의 높은 효율성과 내구성을 가지는 에너지 저장·변환 소재에 관한 우수한 연구 성과들을 거뒀습니다. 특별히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장치'에 들어가는 전극소재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 후 창업회사인 ㈜아헤스에서 직접 수전해 장치를 생산해 인도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아헤스의 수전해 장치는 국내에서 만든 대형 수전해 장치를 해외에 수출한 첫 사례로서 귀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가장 힘겨웠던 순간과 그 상황을 어떻게 이겼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전북대학교에 부임했던 당시 지방대학은 연구 환경이 실험 장비도 없고 연구비 부족 등 매우 환경이 열악해 어려움이 많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도 수당장학재단에서 신임교수에 대해 후원했던 연구비가 큰 힘이 되었던 생각이 납니다. 아무래도 지역에 있다 보면 네트워크나 인적 자원 등 여러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열심히 해서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 정말 불철주야 학교 연구실에서 일했던 기억이 나고, 이를 이해해 주고 지원해 주었던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수한 연구 성과를 내기까지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협력해준 우리 연구원들과 학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수소저장 용기를 개발할 당시는 국내에서의 초고압 저장용기 개발경험이 전무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저희 연구원들과 함께 여러 날 동안 운전해 여러 연구소나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귀동냥을 하며 훨씬 더 우수한 제품 개발에 성공했던 그때의 기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소 분야의 국내 연구 환경이나 인프라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국내 수소분야의 연구 및 산업체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아직도 초기 단계입니다. 현재의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온실가스 배출 없는 미래의 산업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수소 경제 사회가 매우 필수적이고 중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국가 차원의 우선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기술 개발 및 상용화가 시급합니다. 특히 원천 기술 수준에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심지어 중국에 비해서도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도 수소 경제 사회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해야만 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장치, 여기에 값싼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생산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 기술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그린 수소를 이용한 암모니아나 메탄올 등과 같은 에너지 변환 기술, 또한 수소 자동차나 드론과 같은 이용 분야 등 전반적인 인프라가 균형을 이루면서 구축돼야 전체적인 수소 경제 사회가 안정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수소 분야에서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가요?

우리나라의 수소분야는 기술개발이 이뤄지기 전에 경험도 없는 규제나 법들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습니다. 안전의 측면에서는 엄격한 법과 규제가 중요하지만, 너무 과다하다 보면 도리어 산업 발전이나 기술 개발에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어느 선진국에서도 시행되고 있지 않은 규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기술진입에 큰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보다 더 많은 기술 도입과 발전을 이룬 선진국 사례들을 잘 분석하고 효율적인 규제 적용이 필요합니다. 법을 엄격히 만들어 놓고 모든 사항을 다른 하나의 꼼수처럼 보이는 규제 특례로 풀어가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탁상행정이 시정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 산업체의 기술 수준과 아울러 이를 따라잡기 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실증 사업들이 외국 기업들의 테스트베드 역할만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술의 성장을과 발전을 위한 획기적 대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과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북에서 태어나서 전북에서 살면서 우리 도에 대한 자긍심이나 애착이 많습니다. 근래에 인구가 줄어들고 도시가 한산한 것을 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저의 수상을 통해 '전북에서도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이 되기를 바라고, 이러한 연구 결과물들이 우리 지역민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 세계적 '강소기업'을 배출해 '전북의 삶'이 더욱 풍성하여지기를 소망합니다. 특별히 이처럼 우수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저희 나노탄소기반에너지소재 지역혁신센터(RLRC)에 아낌없는 지원을 유지해주신 과학기술통신부, 전북대학교,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주군과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저희 연구실의 연구원과 학생들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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