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중의 꽃'이라 불리는 장미.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장미 중 상당수가 외국 품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내 장미 농가들은 외국 품종을 재배하면서 발생하는 로열티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소득을 높이기 위해 국산 장미 신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고온과 한파 등 극심한 기후 변화에도 강하고, 품질까지 뛰어난 장미 품종을 개발함으로써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원예과 범혜랑 농업연구사를 만나 국산 장미 품종 개발에 담긴 이야기와 그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연구 배경 및 필요성
장미는 국내 화훼류 중에서 가장 높은 생산액을 점유하는 품목이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장미가 품종보호 대상 작물로 지정된 이후, 신품종 도입 시 해외에 로열티를 지급해야만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에서 해외로 지급된 장미 로열티는 약 20억 원에 달한다. 더욱이 매년 세계적으로 200여 품종의 신품종 장미가 개발돼 국내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장미는 소비 트렌드가 변화가 빨라 해외 신품종 의존도가 높은 화종이다. 국내 육성 절화용 수출 장미는 수입국에서 경쟁국 품종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낮은 편으로 이를 타개할 수출 우량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는 품종 개발과 기후변화로 고온, 한파, 이상 기후가 발생하면서 기존 품종의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어 내한성, 내서성, 내병성이 강화된 품종이 필요하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농가의 로열티 지출 부담을 줄이고, 환경 적응성이 우수한 품종 개발·보급으로 농가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이 주도적으로 국산 품종 개발에 나서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9년 유전자원 수집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26품종을 개발했고, 이 중 '피치팡팡', '아모르젠', '제이비로미오', '몽생미쉘' 등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의 주목을 받는 대표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기술의 내용 및 성과의 차별성·우수성
'피치팡팡'은 연한 복숭아색의 소륜 스프레이 장미로, 생장이 빠른 조생종이며 줄기당 꽃봉오리가 5~6개나 달리는 다화성 품종이다. 병충해에 강하고 줄기가 단단하여 절화 수명이 길며, 고온기에도 색이 잘 유지된다. 주식회사 로즈피아를 통해 지난 2021년 일본 수출을 시작으로 최근 3년간 19만5000본, 1억3200만 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아모르젠'은 대륜 스프레이 장미로, 연분홍 파스텔톤의 고급스러운 화색과 잉글리쉬 타입의 화형 덕분에 웨딩 부케나 부토니아 용도로 인기다.
'제이비로미오'는 살구색의 중륜 스탠다드 장미로 생장이 빨라 개화 소요일수가 매우 짧고 생산량이 많아 농가에서 선호하는 품종이다. 꽃 중앙의 초록심 덕분에 플로리스트들에게 인기가 많다.

'몽생미쉘'은 지난 2022년 개발된 연분홍 스프레이 장미로, 소화가 크고 줄기가 길며 잎에 광택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야생화 같은 하늘하늘한 느낌의 신품종으로 절화용이지만 화형이 예쁘고 진한 향기가 있어 정원용으로도 수요가 기대된다.
전북농업기술원은 국내 품종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프랑스의 NIRP International 및 (주)국제화훼종묘와 업무협약을 체결, 케냐와 에콰도르에서 현지 시험재배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221계통을 평가했고, 10여 품종이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일부 품종은 NIRP International의 홈페이지와 글로벌 카탈로그에 수록되는 등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전북농업기술원은 지난 2011년 품종 개발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26품종을 육성했다. 전북의 장미 재배면적(29ha)의 30%(8.9ha)는 국산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달성하면 농가에서 지출하는 로열티를 포한한 종묘비가 크게 절감된다. 외국 품종의 경우 종묘비가 1주당 2,500원~4,500원이지만, 국산의 경우는 1,000원 정도로 국산 품종 보급률이 높아지면 약 8억~18.7억원의 종묘비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 범혜랑 연구사는 "해외 로열티로 지불되는 비용을 경감시키기 위해 해외 품종을 대체할 수 있는 수량성과 품질이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
범혜랑 연구사는 "최근 지속적인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필수 소비재 외의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1인 가구 증가 및 미니멀리즘 확산으로 실내 공간을 단순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화훼 소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서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된 새로운 꽃 소비문화 조성이 필요하며 온난화, 이상기상 등 변화되는 기후에 따라 품종육성 목표에도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온, 한파 등 기후변화에 적응성이 높은 품종, 재배 관리가 편리한 품종, 절화수명이 긴 품종,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품종을 개발하고, 개발 품종의 보급을 강화할 계획이다.
범 연구사는 "장미를 포함한 화훼작물 대부분은 소비자 선호도 변화가 빠르므로 농가, 경매사, 유통업자, 종묘업체 등과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서 선제적으로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면서 "더불어 앞으로 개발한 품종들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과 소비자들이 꾸준히 구매할 수 있도록 확대 보급에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안민실 원예과장
최근 화훼시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절화 중심의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힐링과 치유의 개념이 꽃 소비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꽃은 단순한 장식물이나 선물을 넘어 개인의 감정 회복과 정서적 안정을 위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장미는 감성적 가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으로 용도의 다양화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패턴의 변화는 단지 소비 행태의 변화만이 아니라, 화훼산업 전체의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장미 신품종 개발에 새로운 전략을 더하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 트렌드, 환경 변화에 주목한 품종 육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기존의 단순한 생산성과 재배 용이성 중심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색상, 향기, 내병성, 재배 안정성까지 고려한 품종 개발은 소비자의 감성적 수요와 직결되며 장미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육성된 장미 신품종의 개발과 보급은 단순한 품종 다양성 확대를 넘어 매우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그동안 많은 농가가 외국산 품종에 의존하며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던 구조를 벗어나 이제는 우리가 개발한 품종으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장미 품종은 로열티 절감을 넘어, 미래에는 수출을 통한 로열티 수익 확보라는 실질적 산업 가치로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우리 화훼 산업의 자립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주도하는 장미 신품종의 보급은 단순한 기술이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장미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며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장미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꽃이다. 이제 그 장미를 통해 우리는 경제, 정서,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다. 그 중심에 전북특별자치도의 기술력과 비전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