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언론인

전주·완주 통합은 전주·완주뿐 아니라 전북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대한 현안이다. 도민의 70%이상, 전주시민의 80%이상이 통합을 갈망하고 있다. 완주 군민도 통합 찬성과 반대가 갈리고 있다. 완주 국회의원과 군수 등 소위 완주지역의 지배구조, 즉 거버넌스를 이루는 집단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며 군민의 판단을 돕는 기본적 태도를 망각하고 반대하며, 전주·완주통합시 대신에 ‘완주시’ 승격을 주장하고 있다. 완주 군민 입장에서는 통합시가 나은 것인지 ‘완주시’ 승격이 나은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완주군수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완주시’로 충분히 승격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2024년 7월 기준으로 완주군 인구는 98,950명이다. 「지방자치법」 제10조 제2항 3호에 따르면 인구가 15만 명에 이르고, 2개 이상의 지역 인구가 5만 이상이어야 도농복합형태의 ‘시’로 할 수 있다. 완주 삼례읍과 봉동읍 인구가 각각 21,580 명과 24,186 명에 그치고 있어 법적 인구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물론 최근 완주 지역 아파트 입주가 늘어나 인구도 유입하는 추세이지만 큰 흐름에서는 인구감소 내지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시’로 승격을 바라는 경북 칠곡군 등의 ‘시’ 승격을 위해 승격조건을 완화시키려는 법률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정부의 반대 등으로 관철되지 못했다. 

  만약에 ‘완주시’로 승격한다면 완주군에 어떤 도움이 될까? 행정조직을 확대개편하고 그만큼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있다. 행정기관과 공무원을 감축하려는 정부 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결과이다. 재정교부금이 일부 증가하고 공공시설물 설치기준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기준을 확대하며,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 평판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완주시’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산출되는 효용이 크다고 할 수 없다.

  ‘완주시’로 승격될 경우 ‘동’으로 전환하는 지역은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공적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우려된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8년 이상 스스로 경작하면 100% 감면되던 것이 소멸된다. 통합시의 경우 감면을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토지분 재산세의 경우 ‘완주시’  ‘동’지역에서는  분리과세 혜택이 소멸되는 반면에 통합시에서는 혜택이 유지된다. 건축물재산세도 세율이 2.5/1,000에서 5/1,000으로 올라가지만 통합시에서는 세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면허세도 1종은 27,000원에서 45,000원으로, 5종은 4,500원에서 7,500원으로 올라간다. 통합시에서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환경개선부담금의 부과계수는 0.40에서 0.85로 올라가며, 교통유발부담금은 읍면지역에서 3,000㎡ 이상의 경우 부과된다. 건강보험료도 22% 경감 혜택이 사라지며, 농어촌 대입특별전형도 4% 특례선발 혜택이 사라진다. 통합시에서는 환경개선부담금에서 농어촌 대입특별전형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다.

  완주군의 통합 반대와 ‘완주시’ 승격 주장은 이율배반적이다. 통합할 경우 완주지역 주민 세금이 증가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주장하며, ‘완주시’로 승격할 경우 삼례와 봉동 지역은 ‘동’으로 변경돼 농촌 혜택이 소멸되고 각종 부담이 증가하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통합과 ‘완주시’ 승격에 대한 주민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 사안임에도 지금 「지방분권법」에 따라 진행 중인 전주·완주 통합에 관해서는 주민의사 확인절차인 주민투표 결렬을 시도하고 있다. ‘완주시’ 승격 또한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한 군민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완주지역 정치권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인구가 15만 명을 넘어섰던 청원군은 이 같은 어려움 등을 인지한 채 ‘청원시’ 승격추진을 중단하고, 청주시와 통합의 길을 선택했다. 2014년 청원군과 통합에 성공한 청주시는 30개 동, 3개 읍, 10개 면 체제를 유지하며, 2개 행정구를 4개 행정구로 늘렸다. 농촌지역의 특혜와 특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볼 때 ‘완주시’ 승격 추진은 실체적 주민의 권리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절차적 민주주의에도 어긋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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