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가 있는 마을 어귀에 모인 엘리제오와 동티모르에서 온 동료들이 밝은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 해태양식장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이 칼싸움을 하는 듯 전쟁터를 연상케 한다.부류식(부표를 이용한 양식)이 주를 이루는 이곳에서는 고품질의 김을 생산하기 위해 김 이외의 다른 해초류가 붙지 않게 김을 물 밖으로 건져 올려 막대로 쳐 내는 작업을 반복해야만 한다.
▲ 해무가 조금씩 걷히며 배의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바다에 떠있는 해태양식장 풍경이 몽환적으로 다가오지만 엘리제오에게는 삶터이고 현실이다.
▲ 해무가 조금씩 걷히며 배의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바다에 떠있는 해태양식장 풍경이 몽환적으로 다가오지만 엘리제오에게는 삶터이고 현실이다.
▲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안개 ‘해무’가 뒤 덮인 야미도항에 엘리제오와 동료들이 해태양식장에 가는 배에 승선하고 있다.

군산 앞바다 야미도항 아침 6시.
동티모르에서 온 엘리제오와 동료들이
숙소근처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30분 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섬마을 선착장에 하나 둘,
나타난 8인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오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선착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자칫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지기에 모두의 얼굴이 굳어 있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지만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해무가 바다를 뒤덮고 있다.
입춘에 경칩까지 지난 3월, 뭍에선 봄바람이 불지만
야미도 바다목장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분다.
10분만 나와 있어도 온 몸이 꽁꽁 어는
한겨울 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해태양식장이
삶터인 이들에게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나가
비가 많이 오는 날을 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야 한다.

사실, 군산 앞바다의 선원은 이제 막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군산시 선유도와 신시도, 야미도, 무녀도에서
일하는 동티모르인은 모두 21명이다.
몇 해 전까지 중국과 베트남 출신이 다수였던 이곳에
한 청년이 둥지를 틀면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초청한 것이 지금의 변화를 일궈냈다.
그 청년이 바로 엘리제오다.
2019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연근해
어선 기준으로 50세 이상 선원 비중은 67%였다.
40세 이하는 10%가 안 될 정도로
청년들이 일하기엔 위험하고 열악한 곳이
바로 연근해어선 승선이다.
한국 청년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을
외국인 근로자가 대신하며 대한민국 어업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군산에서 처음 시작한 김 양식 일이 힘들지만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내 집 마련과 결혼의 꿈도 2년 앞으로 다가왔어요.
코리아, 고마워요~.”
엘리제오는 오는 2022년 5월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귀국하면 지난해 맞선을 본 여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다.
2년 후 동티모르에 땅도 사고 집도 짓겠다며
‘하하하~’밝게 웃었다.
열악해 보이는 환경에도 선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의 얼굴에 희망의 푸른 바다가 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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