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주방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개발된 K급 소화기의 비치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최근 발생한 양현고등학교 급식실 화재에서 K급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1대에 불과한 설치 규정 앞에 큰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방을 뜻하는 영어 Kitchen의 ‘K‘를 딴 K급 소화기는 식용유 등 기름으로 인한 화재 발생 시 표면의 공기 차단과 냉각 작용을 발생시켜 진화하는 주방 전용 소화기를 뜻한다.

지난 2017년 소방법 개정으로 주방 시설에 K급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됐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규정이 1대 이상에 불과하다.

현행 규정은 면적에 상관없이 1대 이상이면 소방법을 통과할 수 있으며, 학교 급식실 등 대형 주방 시설 또한 1대 이상이면 충족되는 상황이다.

대형 주방 시설은 한 번에 사용하는 기름의 양이 많아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 및 예방이 더욱 중요하지만, 현행 규정으로는 1대로 모든 주방 화재를 진화해야 한다.

최근 발생한 양현고등학교 급식실 화재에서도 K급 소화기가 더 비치돼 있었다면 화재를 초기 진화했을 수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 측에 따르면 화재 당시 튀김을 하기 위해 예열 작업 중이던 솥에 불이 붙었다. 이에 근무 중이던 학교 관계자가 K급 소화기 1대를 솥에 분사해 화재 진화를 시도했다. 당시 급식실에는 11명이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들은 모두 화재 진화 교육받았지만, K급 소화기가 없어 진화를 시도하지 못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급식실과 학교 행정실의 거리는 약 20미터에 불과하다. 학교는 화재 진화 교육이 의무인 곳으로 당시 행정실 및 교무실에는 10여 명의 선생님이 근무 중으로 조사됐다.

학교 관계자는 “화재 당시 K급 소화기 1대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이 잦아들지 않았다”며 “ 불길이 거세지자 초기 진화를 포기하고 모든 선생님과 직원들이 학생들을 대피하는 데 주력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고, 만약 소화기가 조금 더 있었다면 초기 진화에 조금 더 도움이 됐을 거로 생각해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K급 소화기는 개발 초기 당시 1대당 약 20만 원으로 약 3만 원가량의 기본 A급 소화기에 비해 상당한 고가였지만, 최근 가격대가 3~4만 원대로 하락해 원활한 보급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양현고 급식실 화재로 발생한 피해는 소방서 추산 3억 4,000만원 상당으로 3층으로 된 건물 1동 768.04㎡가 전소됐다.

K급 소화기는 화재 상황에서 소방차 1대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충분한 장비를 비치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이영주 교수는 “K급 소화기를 한 대만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기준이다”며 “학교 급식실 등 대용량의 기름과 화구 불을 쓰는 곳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더욱 많은 소방 장비가 필요한 곳으로 한 대의 K급 소화기로는 대응에 한계점이 있는 만큼 더욱 보급 및 규정을 강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소화기는 오히려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때 화재를 더욱 키울 수 있는 장비로 기름 화재에 일반소화기를 사용한다면 오히려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학교 등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는 정확히 구분된 소화기의 비치와 확실한 교육을 통해 화재의 큰 피해를 막아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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