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이 장기화 되면서 의료대란이 우려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전북대학교 병원 한 간호병동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이원철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이 장기화 되면서 의료대란이 우려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전북대학교 병원 한 간호병동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이원철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놓고 3주째 대치 정국을 펼치면서 의료현장은 '의료대란'을 넘어 ‘의료재앙’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 대기시간은 대폭 늘어나고, 환자 수 감소로 경영 타격을 입은 병원들은 긴축 운영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수련병원에 남아 진료를 보던 교수진들마저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히면서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북대병원 등 전공의가 소속된 수련병원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중증·응급환자 중심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제재에도 전공의들이 요지부동한 사이 전임의, 신규 인턴들도 병원을 떠나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각 수련병원의 남겨진 교수진들은 극심한 탈진을 호소하고 있고 이로 따라 병원 시스템도 과부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환자들의 진료 대기시간도 갈수록 길어지는 상황이다.

도내 한 수련병원 응급의학센터 관계자는 “너무나도 힘들어 죽겠다. 사태가 하루빨리 종료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북대병원 간호사 A씨는 “원내 교수분들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인 것 같다”고 병원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전북대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정형외과 진료를 오전 9시 30분부터 대기했는데, 점심시간이 돼서야 진료를 보게 됐다”며 “의대정원 2,000명 확대가 뭐라고 아파죽겠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의료공백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도내 수련병원 간호사들이 일부 의사 업무를 도맡고 있는 한편, 병원 환자 수 감소로 인한 경영이 악화되며 ‘긴축 운영 초읽기’에 들어섰다.

일부 수련병원 간호사들에게 무급 연차 사용을 유도하는 ‘응급 오프’가 권유되고 있는 것. 최근 병상 회전율이 떨어지고 수술가동률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로 병동에 인력이 남다 보니 무급휴가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광대병원 B간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병동에 환자가 없어 응급오프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환자가 몰리는 중환자실에서는 의사 일이 더욱 쏟아져 평소보다 바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북대병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전북대병원 노조는 간호사들에게 일괄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자 내용은 ‘의사 근무 이탈로 인해 재원 환자 수가 줄어든 이유로 일부 부서에서 부서장에 의해 연차 사용이 강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 시 노조로 신고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전북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수도권 등 타지역의 일부 병원에서 무급휴가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원내 무급휴가 관련 내용은 없다. 무급휴가 권유에 대한 우려로 인해 보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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