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20일 전북대병원에서 의료 대란 우려속에 환자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이원철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20일 전북대병원에서 의료 대란 우려속에 환자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이원철기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의사의 사명감이란 것은 없는 건가요?” 

전북지역 일부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첫날. 다소 평온한 분위기 속에 시민들은 애써 침착한 듯 보였지만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20일 오전 8시 30분께 찾은 전북대병원.

이른 아침이었지만, 각과의 원무과 앞은 진료를 접수하러 온 환자와 보호자로 붐볐다.

병원 곳곳에는 ‘전공의 사직 관련 안내문’과 의사들의 집단 진료 중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이 붙어있어 긴장감이 흐를법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채혈실을 비롯해 내과, 신경과, 비뇨의학과 등 진료를 받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있던 환자들은 간호사의 호명에 수월하게 진료를 받고 나오는 모습이었다.

전북대병원 내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김모(67)씨는 “언론에서 전공의 사직 관련 내용을 자주 접했지만, 해당 병원도 오늘부터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며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진료를 무사히 받을 수 있어 아직까지는 의료공백에 대해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예수병원. 이날 오전 9시, 2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대체적으로 환자들이 많았다. 원무과 접수번호는 매초마다 갱신되며 알람이 울렸다. 

또한 폐 검사실 등 진료실 앞의 환자 대기석은 좌석이 없을 정도. 하지만 예수병원을 찾은 환자들 대다수도 이날부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선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 이 같은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체계 마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환자 최모(41)씨는 “의대 정원을 늘림으로써 자기 밥그릇을 뺏길까 걱정되는 전공의들 마음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그들이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환자의 보호자 오모(33)씨도 “열흘 뒤 아버지 큰 수술이 잡혀 있는데 혹시나 연기나 취소될까 매우 걱정되고 초조한 상태다”며 “정부와 의사단체가 타협해 이 같은 사태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날 기준 도내 3개 수련병원인 전북대병원은 162명, 원광대병원 126명, 예수병원 27명 등 전문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전북대병원의 수술실은 이번 업무중단 여파로 가동률은 불과 40%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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